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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Apr 26. 2021

마흔 넘은 엄마가 두 아들과 같이 춤을 배우다니!

엄마와 댄스? 아이는 땡스!

어느덧 성호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지만, 컴퓨터 중독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였다. 

게임에 집착하는 성호를 볼 때마다 집 컴퓨터를 없애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집 밖에 나가면 널리고 널린 게 PC방이었다. 세상 모든 컴퓨터를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공부뿐만 아니라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게임에만 몰두하니 성호의 몸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학년 때부터 급격히 불어난 체중은 1년에 10킬로그램씩 찌기 시작해, 중학생이 될 무렵에는 중등 비만을 넘어 고등 비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니 자연스레 눈이 나빠져 5학년 때부터는 안경 없이는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성호를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깊어지는 걱정과 달리 성호는 게임에 빠져 아무 생각 없이 소중한 유년기를 허비하고 있었다. 이미 공부를 하고 말고의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었다. 성호의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근심 걱정으로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애가 춤을 배운 후로 건강은 둘째치고 성격이 좋아지는 것 있지. 만날 시무룩하고 부정적이던 애가 적극적으로 변하는데, 왜 진작 안 시켰는지 모르겠다니까.”


우연히 만난 친구의 딸이 에어로빅 센터에서 힙합 춤을 배운 뒤로 180도 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수줍음을 많이 타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해 공부도 잘하고, 건강도 무척 좋아졌다는!

‘흥겹게 춤을 추고 땀을 흘리다 보면 성호도 바뀌지 않을까? 춤에 흥미를 느끼고 즐기게 되면 건강도 좋아지고 자연스레 게임하는 시간도 줄어들 테니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나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가족회의를 열었다.


“우리 힙합 배워요!”

“힙, 힙합? 춤?”


남편과 아이들의 깜짝 놀란 표정이라니! 갑작스러운 엄마의 제안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힙합 춤을 배우며 땀을 흘리면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좋을 거라며 차근차근 설득해 다음 날 곧장 두 아이와 함께 에어로빅 센터를 찾아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신청서 작성을 보던 성호가 깜짝 놀라 물었다.


“엄마도 배우려고?”

수강 신청서에 써 내려가는 내 이름을 성호가 본 것이다. 나는 놀라는 아이에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엄마는 춤 배우면 안 돼? 엄마도 함께 춤 배우면 정말 재밌을 것 같지 않아?”

“……!”

“우리는 가족이잖아. 살아도 죽어도 함께하는! 아빠도 같이 배우면 정말 좋겠는데, 아빠가 너무 바빠 아쉽다.”


두 아이의 얼굴에 ‘누가 제발 우리 엄마 좀 말려줘요!’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게다가 나는 좋은 것은 함께 나누라고 한술 더 떠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동네 이웃들도 끌어들였다. 아이 건강도 좋아지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이 공유하는 취미 생활을 갖자는데 마다할 이가 있겠는가. 결국 내 제안으로 함께 춤을 배우기 시작한 가족이 무려 열 가족이나 됐다.


오른쪽 부터 큰아들, 작은아들. 힙합을 배우더니 아주 '힙' 하게 입고 다녔다.


울산 롯데백화점 무대에서 댄스 공연했던 시절. 성호는 뭐가 그리 좋아서 해맑게 웃고있는 것일까 ㅎㅎ


완전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둘째 아들(성준)이 친구들 앞에서 춤을 추다니!


춤을 배우긴 했지만 여전히 쑥스러워 하는 녀석들. 엄마가 춤추는게 부끄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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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엄마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자녀 교육 커뮤니티가 너무나도 활발하다. 또한 엄청난 회원 수를 자랑하는 자녀 교육 사이트 역시 여러 곳이 있다 교육열이 뜨거운 곳이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수업을 받는 동안 찻집에 모여 이런저런 교육 노하우를 주고받는 엄마들이 정말 많다. 엄마들끼리 각종 교육 정보를 공유하며 조금이라도 내 아이에게 효과적인 교육법을 공유하는 이런 모임의 효율성에 대해 나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에 비해, 자녀와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힙합 춤을 가르치는 에어로빅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 놓고, 그 시간 다른 엄마들과 자녀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쓰고 싶은 욕심도 났다. 그러나 아이들만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가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힙합을 함께 배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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