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이야기 1
초등학교 때는 학교 갔다가 오면 동네 친구, 형들이랑 놀면서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 초등학생 때도 시험이 있었다는데…… 놀랍게도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친구들과 사귀고 노는 것을 좋아해 여느 아이들처럼 밖으로만 돌아다니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게임에 중독된 것은 3학년 때였다. 학교가 끝나면 매일매일 오락실로 출근했는데 돈이 부족해 엄마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돈을 훔치다 결국 들키고 말아 심장이 콩알만 해졌는데, 화내지 않고 오히려 하루에 2천 원씩 줄 테니 실컷 게임하고 오라던 어머니 말씀이 기억난다.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용돈 2천 원을 받게 된 나는 며칠 안돼 오락실이 지겨워져 발길을 끊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집에 컴퓨터가 생겼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이 게임은 내 생활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에서 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함께 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게임에만 몰두하니 자연히 실력도 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로 전교 1등을 거머쥐었다. 반별로 게임이 붙었는데 4 반인가 5반에서 2등을 한 A라는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고, 이때 시작된 관계는 지금까지 베스트프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일상생활이 학교, 게임, 잠 3박자가 규칙적으로 척척 맞아 돌아가다 보니 4학년 때부터 1년에 10킬로그램씩 쪘고 눈도 급격히 나빠져서 5학년 말부터 안경을 착용하게 됐다.
6학년이었던 2000년부터는 오락실이 점점 쇠퇴하면서 PC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PC방에 갔고, 학원이란 건 저학년 때 태권도, 피아노 빼고는 다녀본 기억이 없기에 매일매일 가상 세계의 나를 발전시키는 짜릿함에 빠져들었다. 이런 일상생활 속에서 중학생이 될 때가 다가오자 슬슬 몸매는 D라인을 형성하면서 중등 비만을 달성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가 마냥 걱정 없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는 편안한 삶이었다.
인생이나 꿈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