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저 자퇴하고 게임할래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다 #2

서울에 도착한 나는 같은 클랜의 프로게이머 형들이 말해준 대로 지하철을 타고 압구정 역으로 향했다. 그때 같은 클랜이었던 원성남형, 임효진형, 유승연형, 김성연형 등 모두 ‘삼성 칸’ 소속 프로게이머였으며, ‘삼성 칸’의 연습실과 숙소는 압구정역 근처에 있었다.


혼자 찾아갔던 압구정의 어느 빌딩 제일 구석에 있던 철문의 문고리를 당기니, 정말 꿈에 그리던 프로게이머 연습실의 광경이 펼쳐졌다. 당시 그곳은 김가을 감독님을 포함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피파 등 모든 삼성 칸 프로게이머들이 지내던 곳이었고, 밤낮없이 다들 게임에 매진하며, 도시락도 시켜 먹는 등 나에겐 선망이자 존경, 그리고 나도 이곳에서 같이 있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나이가 어렸던 덕일까. 형들은 어리고 뚱뚱한 나를 굉장히 예뻐(?)해주었고 (당시 몸무게가 85kg 정도로 아주 푸짐했다) 본인의 컴퓨터로 연습게임을 하라고 해준 덕분에 다음날 있을 대회를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밤에 숙소로 돌아가 형들과 셋이서 원룸 바닥에서 나란히 누워 자던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 날 있었던 대회를 위해 대치동의 어느 한 피시방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각 지역 예선 대회를 통과한 사람들과, 기존의 프로게이머들까지 합쳐 총 16명이 서울에서 본선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나의 첫 상대는 이미 프로게이머로서 대회에서 활약 중인 이재박(Rex.Evenstar)이라는 선수였다.


워크래프트3를 아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나의 종족은 오크, 이재박 선수는 나이트 엘프였다. 첫 번째 경기의 맵은 놀 우드. 6인용의 넓은 맵이었으며, 피시방에 앉아서 각종 마우스, 키보드 세팅을 마친 후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로딩 화면부터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진짜 대회구나. 내가 여기서 이기면 내 실력을 입증할 수 있고, 단지 게임한다고 가볍게 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3판 2선승으로 진행된 게임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2시간 만에 박살 내버렸다.


결과는 압도적인 0:2 패배.


뭐랄까.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경기 리플레이를 보면 아마추어 고수와 프로의 벽을 느낀다.

매 순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의 판도. 첫 번째 경기에서 내가 조금 유리했던 상황이 있었지만 상대방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한 수 더 앞서 나간 판단력과 운영으로 첫 번째 경기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 번째 맵은 워낙 유명한 로스트 템플. 첫 번째 경기에서 진 탓인지, 약 20분 내내 상대방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리며,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올인 러쉬를 감행한 후 결국 눈물의 'GG"선언과 함께 나의 첫 게임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그저 각자의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저 눈물이 나는건 단순히 게임에서 져서 일까? 아니면 좀 더 잘 하지 못했던, 혹은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고등학생으로서의 후회일까? 주변에서 위로해주는 형들의 위로를 뒤로 한 채, 그저 모든게 끝났다는 심정으로 강변역 고속버스터미널을 향해 갔다.


눈물이 흘러 넘쳤다.


왜 첫 번째 경기에서 유리할 때 좀 더 좋은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왜 그때 그랬을까? 그때 그랬더라면.... 온갖 후회와 갖가지 생각이 나를 덮었다. 울산으로 돌아가면 나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뭐라고 할까? 이제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좀 더 게임에 집중을 하기 위해 자퇴를 할까? 고등학교는 게임에 도움도 안 되고 야자까지 하면서 완전히 나를 힘들게 만드는 존재인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 비록 온게임넷의 Acon4 대회에서는 탈락했지만, 2주일 후 있을 MBC Game의 대회 예선에도 참가했기에, 여기서 좋은 결과를 내서 16강에만 들 수 있다면 TV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 모습을 전국에 보여줄 수 있었고, 상상만 해도 너무나도 기뻐 죽을 것 같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MBC Game의 대회는 아마추어에게 0:2로 패배했다.


이제 당분간 앞으로 대회도 없었다.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생각했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게임만 하면서 살아가고 연애? 결혼? 다 필요 없고 그저 적당히 돈 벌면서 게임만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게 내 인생의 플랜이었는데.


그래. 역시 내 꿈을 위해서는 자퇴가 답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으며, 프로게이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회에서 떨어진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엄마 아빠에게 폭탄선언을 하게 된다.


'엄마, 아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시간에 비해 저는 학교도 다니고, 게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자퇴하고 게임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자퇴하고 싶어요!!'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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