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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한 마시멜로우
Jul 29. 2024
노처녀 3인방의 눈물의 심원계곡
사진: 다음 이미지
내 이 전 글 (
누가 기타 값을 물어줘야 했을까?
)를 읽
고 많은 구독자님들이
영화 '김종욱 찾기'의 또 다른 버전 'B 찾기'에 동참해 주셨다.
특히
브런치 마을에서 금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 금별(
김별
) 작가님은,
'분명코 B님이
마시멜로우
님을 좋아했을 겁니다~'라는
댓글과
함께
,
내 메거진 한 꼭지로 '썸만 타다 만 말랑한 마시멜로우' 연재를 권유하신다.
원래 썸 타는 딱 거기까지가 젤 쫄깃하고 재미지니 빅 히트 각이라나 뭐라나~ ㅎㅎ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도 '썸만 타다 만 말랑한 마시멜로우 - 제2탄' 정도로 해두자.
30이 훌쩍 넘어서자 몇 안 되는 친구만 솔로로 남았다.
나 역시 멀미 날 정도로 썸만 타다, 그럴싸한 연애 한번 못해본 모솔
신세였다.
공기업 다니는 진선이와, 사돈 겸 친구인 남순,
나, 이렇게 노처녀 3인방이
결성되었다.
우리는 혼자
도 괜찮다며 싱글을 대비하는 척하면서도 뒤에선 부지런히 선을 보러 다녔다.
지방도시는 쓸만한,
아니,
우리 격에 맞는 남자들이 정말 없었다.
나이가 들
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졌
고, 하나같이 알짜배기는 다 빠져나가고 쭉정이들만 남았다.
좁은 구석이다 보니, 어제의 내 선남이 오늘은 친구 선남이 되어 뺑뺑이를 돌고 있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도 난, 명색이
그 많은 신랑감들이 모여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여잔
데, 내 홈그라운드에서 단 한 명도 못 건진다는 건 최소한의 자존심 문제였다.
나는 10센티 하이힐을 신고 종횡무진 공장을 뛰어다니면서도 한쪽 눈은 부지런히 남사원들을 스켄하느라
눈알이 뺑뺑 돌 지경이었다.
남사원이 환하게 인사만 건네도 '혹시?' 업무 협의를 위해 유독 여러 번 전화가
걸려
와도 '혹시?' 자판기 커피 라도 한잔 건네면 '혹시 고백?'으로 착각할 만큼
절실했던 때였다.
신입사원
들이 입사하면 제일 먼저 우리
연수팀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다.
나는
그들의 스펙과 가정환경, 심지어는 학점까지 모두 스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었다.
그 절호의 찬스를 이용해
쓸만한 신입 몇 명 찍어놓고 공을
들여보기도
했건
만,
내
낚시질에
입질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우리 연수팀에서 교육을 마치고 공장 연구소에 배치된 한 신입
이 내게 다가왔다.
"대리님.... 커피 한잔 사주세요~"
'
이잉?
드디어 내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인가?'
그러나,
사원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을 마주하며
앉은
신입의 입에선
내 바람과 전혀
다
른 말이
나왔다.
"저~ 혹시,,, 대리님처럼 똑똑하고 당차고 멋진,,,, 후배 없어요? 저 소개팅 좀 시켜주세요"
'야!!! 니 눈엔 난 여자로도 안 보이냐?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당장이라도 이 말이 튕겨져 나올 것 같았지만, 내게도
사회적
포지션과 이성이라는 것이 있다.
"아~ 그래요? 함 찾아볼게요... 근데,,, 나처럼 똑똑하고 멋진 여자 별로 없을걸요? 푸하하하~"
그 후,
신입과 난
소개팅 주선을 명목으로
자주
통화를 주고받게 되었다.
'이런 후배가 있는데 어쩌느냐? 언제
시간이 되느냐
? 이 후배보다 저 후배가 나은 것 같다' 등등으로..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신입과
후배와의 소개팅은 시지부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일을 계기로 우리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회사 휴게실에서, 시내 커피숍에서, 레스토랑에서, 가끔은
맥주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회사선후배인 듯 아닌 듯, 남과 여인 듯 아닌 듯,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형적인 '
썸'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한 날, 맥주를 평소보다 더 거하게 마신 신입이
뒷말을 흐리며 내게 말했다.
"그냥
우리
둘이
사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
'나이로는 나보다 두 살 더 많은 신입과의 시작이라~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가
이것저것 가릴 때인가?
드디어 나도 사내연애라는 것을 해보나?'
그런 저런 생각으로 얼마나
김칫국을 드리킹 했는지 그날 밤 배가 불러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랬던 신입이,, 어찌 된 일인지 그 말 뒤끝의
다음 액션이 전혀 없었다.
매일 하다시피 했던 전화도
, 자주 마주쳤던 회사 휴게실에서도 그림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설마 너 그렇게 말해놓고 잠수 탄 거야?'
하지만 다시 물리자는 말
은 아직 없었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않은가?
그 해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웠다.
우리 노처녀 3인방은 지리산 산자락 하늘아래 첫 동네인 심원마을(지금은 철거됨)의 심원계곡으로 휴가를 떠났다.
자동차도 귀하던 시절,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땡볕을 걷고 또 걸으며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여름휴가는
시작부터 침울했다.
유난히 쌍쌍이 커플
이 많았던 심원계곡의 민박집이었다.
진선이는 만나는 선남마다 수준 이하라며
, 남순이는 그나마도 그런 선자리도 뜸하다며, 나는 고백을 하고 잠수 탄 놈이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진선이와 남순이는 내
얘기를 듣고
, 마치 본인이 당한 일인 양 극도로 흥분했다.
"야~ 이미 날 샜다. 너 절대 니가 먼저 연락하지 마라, 그 정도면 술김에 내뱉은 말 주어 담느라 지금 엄청 머리 굴리고 있을 것이다. 나~쁜~놈~"
"그.. 으.. 래? 그치만 무슨 사정이 있는 거 아닐까? 이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끝내는 건...."
"야!!! 너 진짜아~~ 아무리 급해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라잉
.
절대
전화하지
마! 알았지?"
"
알았다 알았어~~내가 미쳤냐?
먼저
전화하게?"
그렇게 친구들이 개거품까지 물며 내게 단도리를 시켰건만, 난
화장실에
가는 척
심원마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공중전화기에서 몰래
다이얼을 돌리고 말았다.
내 전화를 받고 얼마나 더듬거리는지 난 고것이
그렇게
말
더듬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아.... 네에....., 그.... 게... 말.... 이.... 죠..... 그러니까...."
단 한 줄도
넘기지 못하고 덜덜 거린 그놈 목소리에서 난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났음을 알았다.
날이 저물어 어두운 계곡의 밤, 우리는 민박집 평상에서
회 한사라와 소주 몇 병을 주문했다.
소주 한잔, 회 한점, 한숨 한번...
소주 한잔, 회 한점, 한숨 한번,
그것도 반복되다 보니 취기가 돌았다.
평상에 대자로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우리 얼굴 위에 까만 별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우리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원계곡의 밤하늘은 너무 아름다웠고 별들은 너무 총총했다.
그 하늘을
마음
으로 품으니 그간
꾹꾹 눌러둔
눈물보가 술기운과 함께
와르르
터져 나왔다.
'아~ 내 인생 뭐
이러냐
? 나는 과연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내 울음을 시작으로 우리
노처녀 3인방은 밤새 꺼이꺼이 그곳을
눈물의 계곡산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음날
심원계곡의
아침은
,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물안개가 몽환적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은 민박집 아주머니의 목소리만큼이나
맑고 청량하고 생기가 넘쳤다.
"아가씨들~~ 이제 좀 괜찮흐요? 인생 다 그렇지 뭐 있다요? 힘내시오들..."
우리는 아주머니의 위로와 응원을 뒤로한 채 아직
남아 있는
숙취와
퉁퉁 부은 얼굴로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멀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해
한동안 짐도 풀지 않고
내 방에 철퍼덕 누워 있는데 갑자기 안방
전화기가 덜덜덜
울리기 시작했다.
"0000(내 세례명) 자매님? 저 *****(울 신랑 세례명) 인데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10년간 성당 선후배로(내가 선배임. ㅎ) 알고 지내다 그와도 역시 긴~ 썸을 탔고,
그의 사정으로 1년간 소식이 끊겼다 갑자기 온 연락이었다.
회사 연락처와 헷갈려 집인 줄 모르고 했는데 집이었냐 물었을 때 내가 엄청 큰소리로
깔깔
웃어버렸다.
그때는 몰랐다.
그
전화 한 통이
내 청춘의 마지막
썸이 될 줄은,....
그 후 우린 3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덧붙임
.
내 결혼을 필두로 그다음 해 남순이가, 마지막으로 진선이까지
줄줄이
결혼에 성공했다.
우리는 지금도 가끔씩 소주잔을 기울이며
심원계곡의
여름휴가를 안주거리로 내놓는다.
결국 그곳은 '눈물의 심원계곡'이 아닌 '소원을 이루게 해 준
심원계곡'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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