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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Aug 13. 2023

마음_우울하면 청소하기 싫어요..

오늘도 곰생했어요 2부 (직장인을 위한 에세이)

우울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한 주의 주말 늦은 아침, 나는 늦잠을 자고 일어난 뒤 누워서 핸드폰을 본다.


카톡이 얼마나 와있는지 확인이 끝나면 유튜브를 켜거나 올라온 웹툰들을 기계적으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누워서 친숙한 천장과 전등이랑 인사하고 있다.


오늘이 내가 항상 경계해 왔던 무기력한 하루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일어나려 할 때에는 시간이 2시간, 3시간 이상으로 꽤 지나 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면 내 방풍경은 아주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널려진 빨래, 먹다 남은 음식물, 휴지,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와 설거지 거리들이 나를 맞이한다.

주중에 최후의 최후까지 미뤄두었던 방청소의 역풍을 맞는 날이다.


나는 솔직히 청소를 잘하고 사는 성격은 아니다. 회사에서 가끔씩 임원분이 소문을 들었던 건지 “OO아 청소 좀 하고 살아~”라고 가볍게 말하고 갈 정도이다.


내 할 일의 우선순위에 마지막이라서 혹은 업무 특성상 그렇다고 항변은 할 수 있지만 내 15평 남짓한 오피스텔만 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주중에는 퇴근하고 놀거나 쉬기 바빠서,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하게 무언가 치우기가 귀찮고 오히려 자극적인 유튜브를 보며 침대에만 누워있고 싶기에 미루고 미루면 한가득 쌓여있다.


집에 어머니라도 있다면 등짝에 스메쉬를 맞으며 억지로라도 청소를 시작할 수 있지만 독립한 지는 어언 5년 이상이 되었기에 동기가 부족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치울까 생각하면 한숨이 “하..” 하고 쉬어지면서 좀 더 어떻게 버티고 내일 한 번에 치우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사실, 우울하고 귀찮은 마음에 미루고 미루던 방청소가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약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연구진은 일주일에 한 번씩 20분 이상, 열심히 집안일만 해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솔직히 지치고 멍든 마음과 몸을 이끌고 청소하기란 쉽지 않지만 몇 번 해본 결과 연구결과가 내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청소가 전부 끝나고 반짝거리는 깔끔한 방을 보면 뭔가 심리적인 안정감도 느껴지고 영상편집이나 작업 등에도 훨씬 집중이 잘되었다.


그렇게 6개월 전부터 나는 주말 아침만 되면 밀린 빨래도 하고 집청소도 열심히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우울한 마음을 다 잡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주로 하는 루틴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자 한다.


먼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친구들이 있는 방에 공유하면서 내 일정을 선포한다.


“오늘 해야 할 일”

1. 음식물 치워놓기.

2. 쓰레기들 정리하기. (일반쓰레기, 비닐 따로)

3. 설거지 거리들 모아놓기. (플라스틱용기, 그릇, 수저 등)

4. 빨래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

5. 설거지 하기.

6. 청소기 돌리고 음식물 얼룩들 제거하기.

7. 빨래 널거나 정리하기.


이렇게 체크리스트대로 순서대로 하면 머릿속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어서 막막함이 사라진다.

그러고 나서 노래를 들으면서 귀찮다는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머리를 비우며 몸만 충실히 움직인다.

그러면 어느새 귀찮아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부지런히 청소를 해서 방이 깔끔해졌다는 것에 충격을 먹곤 한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지저분해질 일이 없게끔 매일마다 청소하고 관리해 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나의 환경과 심리상태가 때로는 변덕스러워 그것을 만들기 어렵기에 일이 끝나고 지치면 그저 침대에만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휴일이라도 내 마음을 다스려 주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정확한 진단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나는 주말마다 현재 내 심리상태가 어떠한지 방청소 상태를 보고 확인을 한다.


방이 어질러져 있다면 주중에 얼마나 내가 힘들었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거적거리는 것들을 치우고 깔끔한 마음으로 시작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행동은 기분을 만든다’라는 생각에 일어나 청소를 시작하고 끝났을 때는 무언가 홀가분해졌다.

그렇듯 우울함에 잠시 주위를 돌아봤을 때, 방이 어질러져 있다면 한번 치워보고 기분이 좀 나아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인용

https://www.insight.co.kr/news/133456#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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