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nmo의 공공외교 프로젝트
나는 현재 한국 국제교류재단에서 진행하는 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프로젝트로 말할 것 같으면 일반인이 기획한 아이디어를 제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팀에 한해서 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한다. 외교의 형태는 다양한 데 정부대 정부가 만나 외교를 펼치는 경우와 일반인이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 중 이 프로젝트는 후자에 해당되는 셈이다. 민간 외교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거부감이 적으면서 비용 대비 효과는 높을 수 있단다. 한마디로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프로젝트.
그렇게 민간인으로서 공공 외교 프로젝트에 지원한 스토리는 이렇다. 축제 전문가인 셋째 언니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가 떠들썩한 기세를 몰아 한국 영화를 매개로 한국을 알리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나와 손발이 척척 맞는 조카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열흘 만에 10페이지 기획서를 멋지게 완성해서 제출. 1차 서류합격에 이어 2차 면접까지 당당하게 합격! 우린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힘든 줄은 모르고 최대 지원금 2천만 원(독일 영화제에 올 수 없으니 지원금은 축소)에 눈이 멀어 그저 언니네 가족과 우리가 독일에서 상봉할 수 있겠구나, 그것도 재단의 지원금으로 외교를 명목으로 만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며 김칫국만 벌컥벌컥 열 사발은 드링킹!
2017년 가을학기를 퀄른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던 조카는 독일에 다시 오고 싶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물론 이모인 내가 보고 싶어서는 아닐 거다. 이 조카로 말할 것 같으면 응팔(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 캐릭터와 200% 싱크로율. 한마디로 말하면 싸납고 야무지다. 내가 볼 땐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나의 언니)는 안 닮았다. 신기하게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나를 닮은 면(쌈닭스러운 면, 쏘리)이 많다. 고로 착각이겠지만 나랑 잘 통한다. 초긍정 마인드에 늘 꿈이 원대한 언니(조카의 엄마)는 독일 사는 동생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싶었을 테고 올여름에 대학을 졸업하는 딸에게도 괜찮은 커리어가 될 거라 생각했을 거다. 고로 공공외교 프로젝트 지원을 적극 권했다. 우린 얼떨결에 재미있겠다며 주저 없이 지원했고 뭐에 홀린 듯이 묵묵히 수행 중이다. 투덜거리면서도 책임감은 강한 면도 비슷한 조카와 나는 아마도 끝까지 잘 해내리라 믿는다. 물론 중간에 이걸 해 말아 심하게 고민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기생충> 영향력을 실감한다. 극장가마다 기생충 독일어 더빙으로 상영(코로나 시대 이전에). 각종 굵직한 상을 탄 영화 한 편이 미치는 효과는 굉장하다. 한국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에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최적기다. 우리는 목표는 독일이다. 자막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독일인에겐 '1센티미터 언어 장벽'은 꽤 높다. 모든 외국 영화가 독일어 더빙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에 익숙하다. 독일 친구도 한국 영화는 <기생충>이 처음이란다. 그만큼 더빙 없으면 외국 영화 진입 장벽이 높은 나라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독일의 연결 고리는 끈끈하고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크에 매년 한국 영화제가 열릴 정도로 독일인의 한국 영화 애정은 각별하다. 우리의 기획대로 작지만 강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 있는 독일인에게 영화 속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티켓을 얻었다.
2월 말에 제출했던 기획서 추진 목표엔 이렇게 썼다.
"종합 예술 형태인 영화는 요즘 시대 대중에게 접근성이 용이할 뿐 아니라 가장 많이 사랑받는 장르. 한국의 의식주, 정서,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 스무 편을 골라 한국의 고유함을 독일에 알리는 매체로 사용한다. 한국 영화 속 장면을 연계해서 역사, 음식, 문화, 관광지를 카드 뉴스로 작성, 독일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보여준다. 매년 가을,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한국 영화제에 참여해서 독일 거주 한국인과 독일인에게 직접 홍보한다."
이 프로젝트의 백미인 독일에서 열리는 한국 영화제에 참여하는 건 물거품이 되었다. 까마득한 옛날 같지만 올 2월, 가을엔 언니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딸의 실망은 크다. 물론 딸이 좋아하는 오징어채 사 가지고 오겠다던 이모의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프랑크푸르트에선 한국영화제가 11월 초에 개최 예정이라는 걸 얼마 전 총영사 관측에서 확인했다. 600명 입장 가능한 극장에서 100명으로 축소된 규모로. 하지만 국경의 문은 굳게 닫힌 상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B 안을 준비 중이다. 우리 팀명은 Korea in movies(줄임말로 코인무), '영화 속 한국을 세계에 알린다'는 콘셉트를 반영한 로고도 주문 제작했는데 마음에 쏙 든다. 한국 국기, 영화 심벌, 그리고 팀명과 타깃인 나라 독일 국기 삼색 중 하나인 검정을 로고에 반영했다. 뭔가 그럴싸하다. 코인무의 공공 외교 활동을 기대하시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