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by 김유진


이 글은 지난 십 년간 엄마로 산 날들의 기록이다. 삼십 대 젊은 날, 두 아이와 함께여서 힘겹고 때로는 유쾌하고 따뜻했다.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인 듯하지만, 한 발짝 일상에서 떨어져서 보면 사실은 조금씩 다릅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이야말로 가슴이 저밀 정도로 소중합니다”


카피라이터 이시은이 쓴 <짜릿하고 따뜻하게>에 나오는 위 구절은 오늘 하루가 가슴이 저밀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은 날, 내 눈을 사로잡았다. 고사리 손을 가지런히 펴서 손톱을 잘라주다가 문득, 언제 이렇게 손톱 속 반달이 커졌지?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손톱을 정성껏 깎다가 이 손도 금방 커버리겠구나! 뭉클해진다.


온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며 힘겨웠던 어느 날, 속으로 '빨리 커라! 빨리 커라! 제발! 그래서 자유 시간을 주렴' 온 힘을 주어 되뇌었는데 주문이 마법을 걸어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미안해진다. 붙잡지 못하는 세월처럼 아이도 그렇게 순식간에 커버렸다. 손톱 속 반달이 커지는 만큼 나도 조금씩 자랐다.


순식간에 자란 듯 보이는 아이를 보노라면 솜털처럼 가볍고 보드랍던 어린 시절이 먼 옛날처럼 아득해진다. 세상에서 아이만큼 나를 전적으로 믿고 의존하는 존재는 없기에 전능감을 마음껏 발휘하며 밀착해서 보내던 때는 다신 돌아가지 못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이 자세히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분명 더 많았을 텐데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오히려 쉽지 않았기에 빛나고 값진 시간이다.


내가 보낸 하루가 가슴 저밀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이라고 깨달은 날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졌다. 아이와 보내는 날은 같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오랫동안 응시한 바닷가의 파도가 매 순간 다른 것처럼. 아이가 자라는 만큼 새로 경험하는 어린 시절들, 그러고 보니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점점 많아졌다. 지루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느낌이랄까.


나는 종종 뭘 하면 나도 신나고 아이도 즐거울까 고민한다. 어릴 적엔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게다가 난 꽤 이기적인 사람이라 행복해지기 위해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살려고 애쓴다. 엄마로서 의무를 저버리지 안돼 내 안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하루가 모여 내 인생이 될 테니까. 엄마로 살아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