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입장에서 엄마 이야기를 쓴 리베카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에서 부모, 예술가, 신이라는 세 부류는 뭔가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엄마는 생명을 키워내는 예술가다. 아이라는 생애 최초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왜 불안하고 자신감을 상실할까?
전업주부를 선택하든 워킹맘을 선택하든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아니 인생 고비마다 고민과 불안은 늘 존재한다. 닥치고 3년 육아를 결심했던 내가 불안하고 자신감을 상실했던 원인을 꼽아보니 경력 단절, 소속감의 부재, 경제력 상실 등이다.
아이가 어릴 적엔 곁에 있기로 결심한 후, 경력 단절을 염려해 육아 이후에도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상담 공부를 해두었다. 아이와 3년을 온전히 잘 보내기 위해 공부 중이던 학위도 무사히 마치는 시점으로 임신을 미뤘다. 하지만 학위나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전업주부로 보내는 시기가 덜 불안한 것은 아니다. 유산이 여러 번 되는 바람에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까지 한 아이당 5년이 소요되었다. 둘째 아이를 갖기 전, 유치원 엄마 대상으로 10회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둘째 아이가 36개월 때 도서관 강의를 시작했으니 대략 8년에서 9년을 꼬박 양육으로 보낸 셈이다.
아이 곁에 머무는 시기가 길어지는 만큼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행복했다. 불투명한 미래 덕분에 더 많이 공부하고 꿈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3년을 자녀에게 기꺼이 주고 그때를 잘 보내면 스스로 면류관을 씌워 주리라.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또 물었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물으며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선택적 실직으로 인해 난 경력 단절, 소속감의 부재, 경제력 상실을 경험했다.
육아가 절대 정체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런데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안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친 시간이다. 그로 인해 내가 누구인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근원적인 질문이 간절해졌다.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3년의 중요성을 의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웠더니 아이는 잘 자랐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읽은 책들 덕분에 서툴기만 했던 육아도 자신감이 생기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서서히 잠재워졌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오롯이 견뎌야 하는 몫이다. 육아의 강을 건너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삶의 맥락에 따라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경험한 어둠은 그렇게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었다. 굽이굽이 돌아 이곳까지 왔다. 한 가정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글 쓰고 공부하며 엄마들을 만나 그녀의 아픔을 듣고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외로운 육아의 강을 지혜롭게 건너는 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당신만 불안한 것은 아니니 기운 내라고.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