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신 잠재우기엔 여행이 최고

바다와 산 그리고 양떼 목장과 한우

by 김유진


육아기엔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 어려운 만큼 가족으로 인한 피로감도 자주 느낀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치우고 단순 반복되는 의무에 지치면 짜증이 잦고 인내력은 쉽게 고갈된다. 이럴 때는 자꾸 어디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절대 양육 기간을 지나면서 유독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컸다. 육아에 지친 증거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힘겨움은 짧은 여행을 매번 손꼽아 기다린다. '열심히 애 키운 당신, 떠나라'라고 해줄 정도로 스스로 보상해주고 싶기에. 생에 언제 이토록 타인을 위해 희생적으로 살았던 때가 있을까. 쉬지 않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엄마 역할을 하면서 콧바람을 쏘이고픈 마음이 절실해진다. 게다가 가장 신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남이 해준 밥’을 먹는 일이다.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맛집 탐방이다. 집에서는 손 떨려서 못 먹는 한우를 횡성에선 과감히 먹는다. 횡성에 들러 남편이 좋아하는 한우를 먹고 대관령 휴양림에서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밤새 자장가 삼아 하룻밤을 묵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다음날 남매가 좋아하는 양 떼 목장에선 양들에게 먹이를 직접 준다. 강릉으로 넘어가 바닷가에서 온종일 모래 놀이를 하고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임해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더 묵는 코스만으로도 우린 충분하다. 바다와 산과 양 떼와 한우, 가족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코스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짐 싸는 일부터 힘들지만, 집에서도 고생 나가서도 고생이면 난 나가는 쪽을 택한다. 순전히 살기 위해서 떠났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부대껴 숨이 턱턱 막힐 때 새로운 공간에서 보면 좀 더 여유로워진다. 버럭 거림이 잦아지면 여지없이 길을 나서야 한다. 여행 떠나 새로운 공기를 마시라는 몸이 보내는 신호이다.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생각해볼 때 '길 위에서 함께 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 큰 아이가 열 살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다녔던 국내 여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틈만 나면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갖는 설렘이 크기에. 일상을 잘 사는데 필요한 장치다. 집 떠나 보면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일상으로 돌아와 잘 살기 위해 떠난다는 말은 일정 부분 맞다.



남이섬은 일 년에 두 번 이상 갔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고 섬에서 남매와 하루 실컷 놀기에 좋다. 다양한 공연이 야외에서 수시로 열리니 공연을 보고 낑낑거리며 페달을 밟아야 겨우 움직이는 가족 자전거를 탄다.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다람쥐는 덤이다. 밖에서 놀다 지치면 천장 높이까지 책이 전시된 예쁜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보다가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오면 된다.


여행지에선 잊지 않고 가족사진을 찍는다. 남매가 더 크기 전에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추억이 많으면 좋겠다. 언젠가 곶감처럼 야금야금 빼먹게. 기억력 좋은 남매에게 정신 줄 놓친 모습은 잊히기 바라는 마음으로. 버럭 신 잠재우는 방법으로 집 떠나는 여행이 최고다. 여행의 약발이 한동안은 갈 테니까. 생기 넘치는 일상을 위해 새로운 여행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