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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Nov 15. 2019

의기소침해지는 날엔 보나빼띠!

[영화] 줄리 앤 줄리아


프랑스로 이사 온 미식가 줄리아 차일드, 먹는 것마다 보는 것마다 감탄이다. 낯선 곳에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뿜으며 즐겁게 산다. 뭐할까, 고민하다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고 ‘요리사도 없고 하인이 없는 미국인에게 프랑스 요리를 알려주기’ 콘셉트로 요리책 쓰기에 도전한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요리엔 더 열정적이다. 남편인 폴이 요리하는 아내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불 앞에 선 그녀는 매력적이야. 마치 드럼 연주자를 보는 듯해. 북 두 개를 쳐야 할 때를 잘 아는 연주자 같아” 좋은 글 사랑하는 사람이 글 쓰는 것을 좋아하듯이 먹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요리도 잘하지 않을까.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랑스를 떠나야 할 때도 줄리아는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방법을 모색하며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줄리아. 맛있는 음식에 자주 감탄하는 그녀를 보면서 덩달아 행복해진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멋진 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의 열정과 끈기도 부럽다. 


다른 시간대 뉴욕 퀸즈에선 줄리가 피자리아 2층으로 이사한다. 밤마다 경적 소리가 시끄럽고 주방은 비좁지만 줄리도 줄리아처럼 요리하는 순간은 즐겁다. 게다가 줄리는 유쾌한 요리사 줄리아를 흠모한다.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며 감정소비가 심할 땐 불행하다. 쓰다만 소설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출판하지 못했으니 작가도 아니다. 자신이 보잘것없이 느껴져 의기소침해 있던 찰나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린다. 그것도 365일 동안 524개의 레시피로. 




줄리는 줄리아의 요리책을 보면서 날마다 요리를 해내며 조금씩 행복해진다. 요리는 그녀에게 삶의 새로운 활력소다.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퇴근 후 장을 보고 주방에서 요리할 때만은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이 펼쳐진다. 즐겁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아낌없이 지지해주는 남편도 있다. 사랑스러운 줄리아의 요리뿐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를 동경하는 줄리는 점점 줄리아를 닮아간다. 존경하는 멘토를 짝사랑하며 닮으려고 애쓰는 모습이라니.


매일 하나의 요리를 하고 블로그에 공유하는 줄리. 그것도 한 달이 아니라 1년이나. 닭다리도 하나 제대로 못 묶는다며 쉽게 눈물 흘리고 왈칵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난다. 남 일 같지 않아서. 부엌 바닥에 벌러덩 누운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줄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줄리는 때로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은 힘들다.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올리지만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서 기운도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는 끝까지 해낸다.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 쉼 없이 애정을 쏟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든 낯선 곳에서 뭔가를 배우는 일이든 도전하다 보면 삶이 어떻게 빛나게 되는지 그녀들의 표정이 말해준다. 보나빼띠! 를 경쾌하게 외치며 줄리아와 줄리처럼 덩달아 행복해지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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