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사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그레이스 Nov 20. 2020

디트리히 본회퍼

타인을 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8)

세 번째 메시지: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순 있을까?(2)      


요한복음 8장 32절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우리 주변이 온통 거짓으로 만연할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 자신이 바로 거짓의 아비라는 주장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러한 주장에 강력하게 맞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진리로서 친히 우리를 만나 주시고, 우리 스스로는 결코 할 수 없던 일을-즉 우리를 진리 앞에 세우는 일을-하실 때까지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더 이상 정치적 거짓말이나 관습적 거짓말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문제의 핵심이 됩니다. 우리의 전 존재가 거짓의 아비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에는 긍휼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의지와는 다르게 피고인으로서 재판장 앞으로 끌려 나오게 됩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 꼼짝없이 붙잡히게 되고, 더 이상은 이것저것 혹은 다른 사람 탓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연이어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저항할 힘이 전혀 없습니다. 진리가 아주 이상한 형상을 하고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진리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빛나는 영광 속에서 밝은 빛을 발하며 우리 마음을 제압하는 광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힌 진리, 십자가에 못 박하신 그리스도로 나타납니다. 진리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진리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누가 진리인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았느냐?”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대답합니다. “보라, 네가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진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너는 네 위에 있는 하나님의 진리를 미워했고, 진리를 십자가에 못 박았으며, 너 나름대로 진리를 만들었다. 너는 진리를 알고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진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여기면서 결국은 너 스스로 하나님이 되었다. 너는 하나님의 진리를 도둑질했다. 하나님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리는 거짓이 되어 버렸다. 너는 스스로 진리를 만들 수 있고 그 진리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제넘게도 너 스스로 하나님이 되었으며, 그 결과로 넘어지고 말았다. 네가 진리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다.”  

    

이 말이 여전히 수수께끼처럼 들린다면, 진리는 더욱 분명하게 말할 것입니다. 너는 마치 이 세상에 너 혼자인 것처럼 살았다.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찾을 수 있는 진리의 원천을 너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너와 똑같이 행하는 다른 사람들을 미워했다. 너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둔 것, 그것이 바로 거짓이다. 너는 세상에 있는 네 형제를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았고, 너희 모두가 하나님의 진리에 의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너는 하나님과 네 형제와의 사귐에서 떠나 혼자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너 스스로 만든 진리와 맞지 않는 하나님과 네 형제를 미워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이며, 너는 정말로 거짓말쟁이다. 네 미움과 너 혼자이고 싶어 하는 것은 거짓이다. 너는 하나님의 진리를 못 박았다. 하나님과 네 형제와의 사귐에서 떠나 진리를 미워하면서 자신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너 자신의 노예가 되었을 뿐이다. 미움의 노예, 거짓의 노예 말이다! 결국 진리와 자유로 가는 길은 막혀 버리고 말았다. 그 길은 오직 십자가와 죽음으로 인도한다.” 


여러분, 진리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분명히 기억하십시오. 우리 스스로 만든 모든 종류의 진리에 대해 우리가 듣게 될 마지막 한마디는 죽음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은 살아 계시고 말씀하시는 분이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 사실을 믿습니까? 그리고 언제 이 사실을 믿습니까? 오늘, 내일, 아니면 마지막 심판의 날입니까?     


우리가 하는 거짓말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거짓말은 진실과 하나님의 진리에 맞서서 하나님과의 사귐과 은혜,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거짓말은 하나님의 사랑을 미워하며, 마치 하나님의 사랑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만듭니다. 하나님 진리의 본체는 은혜와 사랑이므로, 거짓의 본체는 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진리와 거짓은 단순히 말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즉 사랑 안에서 사느냐, 미움 안에서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거짓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미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에 매여 자신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하나님의 진리를 아는 첫 번째 인식인데, 이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깨달음입니다. 자기 자신을 거짓의 노예요, 두려움과 미움의 노예로 인식하는 사람은 이미 하나님의 진리로 인도받은 것입니다. 그는 자유라고 여겼던 모든 것이 노예 상태였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진리라고 믿은 것이 사실은 거짓에 불과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러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열망하며,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탄식합니다. 주님, 저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이때 그에게 다시금 말씀이 새롭게 주어집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우리의 행동, 우리의 힘, 우리의 용기, 우리의 민족, 우리의 진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제를 대적하고 하나님을 거스르면서 자유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이고, 세상에 자기 혼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여기는 거짓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피조물을 경시하는 미움에서 벗어나며,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진리만이 우리로 하여금 타인을 볼 수 있게 합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우리 자신에게 고정된 눈을 들어 타인을 보게 합니다. 나의 눈을 들어 타인을 보게 함으로써, 진리는 내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행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미움을 멸하고 사랑을 창조합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하나님의 사랑이며,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타인을 위해 살게 합니다. 자유롭다는 것은 사랑 안에 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 안에 거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진리 안에 거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로 자유롭게 되어서 하나님과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혁명적인 인간입니다. 그는 모든 가치를 번혁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강력한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거짓의 수렁에 깊이 빠져 있음을 깨달은 그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언제든 진리의 빛을 거짓된 세상에 비추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과 타인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성가신 방해꾼으로 보입니다. 그는 세상의 미움을 사게 됩니다.      


그러므로 진리와 사랑의 기사는 사람들이 경배하고 존경하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적대자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배척하고 멀리하며 쫓아내어 죽이려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진리가 이 세상에서 걸어간 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모든 진리를 십자가로 가져가야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며 순종하는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로 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진리와 자유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리의 심판대 앞에 자신을 세우지 않으면, 각 개인들은 물론이고 민족 전체가 진리와 자유를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진리와 자유로 살아가며, 또한 하나님이 주시는 진리와 자유를 누리며 살기 원하지 않는다면, 민족 전체가 거짓의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진리와 자유가 우리를 오직 사랑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민족 전체가 거짓의 노예로 살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길은 십자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우리는 거짓의 노예일 뿐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은 민족이 있다면, 진실로 자유로운 민족이라 칭할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일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에 매인 자유로운 종으로서 유일한 민족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무거운 사슬이 우리를 무겁게 내리누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가 자유를 향해 부르짖습니다. 오 하나님, 우리가 거짓 자유에 대한 잘못된 그림을 그리며 거짓 가운데 머물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우리가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며, 주님의 은혜에만 의탁할 수 있는 자유를 주소서. 진리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유롭게 하소서. 우리는 주님의 진리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트리히 본회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