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동화

내 이름은 김제수(2)

by 마마그레이스

제목: 내 이름은 김제수(2)

부제: 내 나이 열 살. 드뎌 학교에 간다.


illustrated by Kaeun Kim

여덟살. 다른 아이들은 “핵교 댕겨오겠습니다.”

앞저고리에 손수건을 달고 국민학교에 가는데

나는 아직 가면 안 된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엄지손가락을 빤다고, 아직 국민학교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셨다.

엄마젖이 부족했는지

나는 열심히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열 살까지 빨았다.

엄마는 내 손을 책상다리에 묶어 놓기도하고,

엄마의 엄청나게 큰 오른손으로 빨고 있던 엄지손가락을 맵다 때렸다.

나는 울면서도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그래도 엄마의 엄청난 노력 끝에 드디어 나는 엄지손가락을 빨지 않게 되었고, 열 살이 되어서야 드뎌 학교에 갔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는게 얼마나 신이 났는지 나이도 모르고 마냥 즐거웠다.


illustrated by Kaeun Kim

그런데 처음 학교에 가니 아이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란다. 나는 다시 나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말았다. 엄지손가락을 빠는 것은 꼭 젖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나보다. 겁 많고, 부끄럼 많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빠는 건 엄마품속과 같았나보다.

많은 아이들이 나만 보는 그 공포 속에서 나는 엄마 치맛 품에 숨고만 싶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은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10살 제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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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사람들앞에 섰으니 얼마나 부끄럽고 떨렸을까.

67살이 된 나는 아직도 교회에 기도맡은 자로 강단에 서면 얼마나 떨리는지...

제수야, 엄마 품이 많이 그리웠었지?

오빠, 언니들 틈에서 엄마 젖도 충분하지 않았고, 엄마 품도 충분하지 않았지

엄마는 늘 바빴고, 언니, 오빠들은 지들끼리 노느라 바빠서,

엄마 젖대신, 엄마 품대신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고픈 사랑을 달랬었구나.

내가 너를 안아줄게.

많이 외로웠지?

많이 부끄러웠지?

많이 무서웠지?

이해해. 너의 마음. 참 어려웠을거야.

그래도 엄지손가락이 있어 다행이었어. 그치?

고맙다. 엄지손가락아.

내가 너를 많이 괴롭혔지만 말야. 피가 나도록 빨았으니...

토닥토닥. 이젠 괜찮아. 이젠.

67살 제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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