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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미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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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그레이스 May 19. 2022

수미소락

수수한 미미씨의 소소한 낙서

'작가님...글을 안올린지 무려 60일이나 되셨네요' 라는 브런치의 알림에

정신이 번쩍.

벌써 그렇게나 되었나?


케냐에 온지 한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60일이나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케냐에 오기 한두달전부터 브런치를 손놓았다는 건데...

돌이켜 그 시간을 생각해보니

암울했다. 조금...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기도해주는 동역자도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 모든것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시체처럼 누워만있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걸 우울증이라고 하나?

코로나 양성판정으로 세번째 격리가 타격이 컷던것 같다.

일주일 격리해제후 훌쩍 여행을 떠났다.


첫번째로 향한 곳은 지리산 노고단.

왜 그랬는지...잘 모르겠으나...

산을 오르고 나면 잡념들이

할 수 없다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나보다...

산은 올라야하고, 또 내려와야하니까

숨가쁘게 올라가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어떻게든 내려와야하니까


3월 후반이었음에도 지리산 중턱에는 여전히 눈이 덜녹은채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였기에

어린 딸아이 손을 붙들고 어찌 엄마가 넘어질 수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번쯤 넘어졌지만...


필사적으로 살아야한다는 진념으로 딸아이의 손을 붙들고 산을 내려왔다.


그러고 나니 닫혔던 마음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살고자하는 의욕이 조금 살아났던것 같다.


다시 주어진 사명도 다시금 맘에 새길 여유도 생기고

그렇게 다시 일어났고,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

지금 여기 케냐에 와있다.


그때처럼 절망가운데 살 의욕조차 없이 누워만 있고픈 마음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지리산 노고단을 살겠다는 의지로 필사적으로 내려왔던 만큼의

삶의 의욕이 충만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니

주어진 오늘 하루의 생명도 감사


내일도 감사하며.


브런치에 와달라며 글을 올려달라며

알림을 주는 브런치에게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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