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 (4)
로마서11장 6절
“만일 은혜로 된 것이면 행위로 말미암지 않음이니 그렇지 않으면 은혜가 은혜 되지 못하느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통해 의롭게 됩니다. 그 앞에서 우리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문화와 종교도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종교 생활을 하고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만천하에 드러납니다.
우리는 영원의 주인 노릇을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영원의 노예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하나님의 길, 은혜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 됩니다.
은혜는 행위로 말미암은 것이 아닙니다.
만일 행위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은혜는 더 이상 은혜가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로 오시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로 가려고 하는 길은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인정하시지 않으면, 우리의 종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 종교가 아닙니다. 계시와 은혜, 사랑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길이 바로 기독교입니다.
우리의 구걸하는 빈손이 아니라, 하나님이 채워 주시는 은혜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과 그분의 행하심이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우리의 행위란 고작해야 하나님이 행하시도록 공간을 내어 드림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은혜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소망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의 터 위에 서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에 이런 강력한 의문이 생깁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하나님께 이르지 못하고, 하나님의 길이 우리의 길과 다르다면, 우리의 종교와 도덕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섬기도록 부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아래 놓여 있는 우리의 종교 생활이나 도덕적인 삶은,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리는 너무나 인간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도일 뿐 그 이상은 아닙니다.
이러한 시도에서 그 이상의 것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또다시 하나님께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으려고 하면서 바벨탑을 쌓는 것입니다.
종교나 도덕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인식하는 데 가장 위험한 방해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고자 하며, 그 길을 찾는 가운데 자신을 주인으로 삼고자 하는 씨앗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교는 인간이 만든 소산물일 뿐이며, 영원의 심판대 아래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시도는 미미하지만 필요하며,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받으시기도 하고 거절하실 수도 있는 희생 제사로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도덕적인 삶이나 종교를 통해서는 하나님께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 역시 인간의 육신에 속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오늘 본문도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지난 수년간 왜 다른 종교가 아닌 기독교만이 이 세상에서 승리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오직 하나입니다.
기독교 하나님의 생각이 다른 모든 종교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것입니까?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종교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로 이르는 길, 즉 거룩과 의, 진리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기독교만이 이 시도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인간은 가장 영적이라는 영성 속에서도 단지 인간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종교 생활을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이며 죄인입니다. 종교 역시 육체의 일부분입니다.
즉 행복과 축복, 쾌락에 이르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출이며, 자아를 추구하는 열망일 뿐입니다.
인간은 그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여 있습니다.
오직 한 가지 길이 있다면, 하나님이 인간을 찾아오셔서 은혜를 베푸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영원으로부터 시간 속으로 들어오시는 길,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 있을 뿐입니다.
이 길은 인간의 방법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이 세상 한복판에서 강력하게 울려 퍼지는 참으로 모순처럼 보이는 메시지입니다.
종교가 아니라, 계시와 은혜입니다. 이것이 온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구원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이 인류 역사에 초월적으로 역사하신 성 금요일과 부활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심판과 은혜를 부활 주간에 온 세상에 밝히 보여 주셨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린 심판의 시간은 사망을 이긴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인간이 행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홀로 행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무한하신 사랑으로 인간을 찾아오셔서 인간적인 것을 심판하셨고, 인간의 행위와는 상관없이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노령의 마르틴 루터가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때, 그의 책상에는 죽음을 앞두고 쓴 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영적으로 거지입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우리 영혼의 왕이시며, 모든 생명과 은혜의 주 하나님께서 우리의 소망과 삶이 오직 그분의 은혜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행함도 그분의 것이며, 길도 그분의 것입니다. 은혜도 그분의 것이며, 영혼도 그분의 것입니다. 우리의 섬김도 그분의 것이며, 우리의 삶도 그분의 것입니다. 피조물 위의 모든 영광은 오직 그분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