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사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그레이스 Nov 11. 2020

디트리히 본회퍼

타인을 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5)

두 번째 메시지: 타인에게 그리스도가 되어 줄 수 있을까?(1)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랑과 행복의 감정으로 불타오르게 하며, 심판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하나님의 임재라는 달콤한 종교적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교회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교회는 그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향해 감사와 경외심, 헌신적인 사랑의 마음을 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어릴 적 고향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별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왠지 모르게 진부하게 들리고 지루한 느낌을 안겨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회라는 단어가 우리의 종교심에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지라도, 우리의 운명은 교회의 본래 의미를 새롭게 찾아내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초대교회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은 우리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입니다교회라는 단어가 빠른 시일 내에 우리에게 다시 중요해지고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제목이 되지 않는다면 화가 있을 것입니다그렇습니다오늘 우리는 교회의 영광과 위대함을 보기 원합니다. 오늘 이 시간 우리는 교회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찬란한 영광의 빛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오, 제가 그 영광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품기에는, 지난 수세기 동안 교회라는 단어 위에 너무나 많은 먼지가 쌓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고별 설교에서 그 무엇보다 마음에 두셨던 것이 교회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긴급한 요구는 교회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교회가 한없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에베소서 몇 장을 읽어 보기를 권면합니다. 에베소서를 읽어 가면서 우리가 교회의 의미를 이해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교회로 세워져 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교회의 의미를 분명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란 외적으로 정치적인 권력을 행사한다든지, 가톨릭교회와 상반되는 어떤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회, 그리고 교회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들과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고 위대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수많은 문제 속에 허우적거리며 그에게 여러 가지 괴로움을 안겨 준 고린도 교인들에게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부인하는 사람도 있었고, 근친상간의 죄를 지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날 우리처럼 죄 가운데 빠진 교회믿음이 부족한 교회에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이것은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바로 지금 모습 그대로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그들이 죄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리스도의 몸에 속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오늘 본문은 본질상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즉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 바라보도록 요구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에 무언가를 더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하나님이 이미 모든 것을 행하셨고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은혜를 일방적으로 베풀어 주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것을-즉 생명의 힘과 호흡피와 영혼을-예수 그리스도에게 단단히 접붙이셨다는 것입니다하나님은 우리를 그분의 백성으로 삼아 주셨고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섬기며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선택하셨습니다. 이는 마치 잎사귀가 나무의 생명을 함께 누리는 것과 같고, 몸의 한 지체가 우리의 모든 삶을 함께 체험하며 영위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러한 생명 공동체로 받아들이셨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교회에 속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하나님이 선택하신 거룩한 공동체가 오늘 우리가 말하고 싶은 교회입니다. 교회는 여기저기 교회 종탑을 세워 놓은 건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저런 조직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교회란 이 세상을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순례의 길을 가는 하나님의 백성거룩해진 공동체우리 각자가 그 지체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를 뜻합니다.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공동체에 속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공동체에 속하는 것과 눈에 보이는 지역교회에 속하는 것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영원의 선물에 동참할 자격을 하나님께 부여받은 공동체에 속한다는 의미입니다.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깃발 아래 순례자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하나님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며, 영원으로부터 살아가는 것입니다.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교회란 하나님 안에서 그분의 백성들과 더불어 교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백성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우리 가운데는 고향을 멀리 떠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문화와 풍속을 경험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만날 백성은 이 세상의 여러 백성들과 다르며, 우리가 고향에서 만나는 백성과도 다른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제 말은 하나님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만나게 된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백성이라는 뜻 그대로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고유한 법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서로 간에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를 위해서 강력하고도 고요하게 일하며 함께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성배 수호기사들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처럼,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밤낮으로 함께 만나고 연합하는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저 멀리서 손짓하며 영광스럽게 빛나는 본향으로 향하는 여정길에 오른 백성입니다그들은 어둠 속을 걸어갈지라도 이미 빛을 보았고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백성입니다     


왕이나 영주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 짐을 지고 가야 하는 백성이며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로 자유롭게 된 백성입니다십자가를 지고 가지만그들의 눈은 행복으로 빛나는 백성입니다가장 어두운 밤에도 자기 백성을 안전하게 인도하시는 분의 다스림을 받으며길을 가면서 발을 잘못 디뎌 비틀거리는 사람을 잡아 일으켜 세워 주는 백성입니다한마디로 말하면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까닭에 서로 사랑하는 백성입니다. 독일인도 프랑스인도 미국인도 아닙니다. 온 세상에 흩어져 있어 곳곳에서 구성원들을 발견할 수 있는 백성입니다. 그 백성은 우리 중에도 있으며, 또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하나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의 교회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백성세상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백성입니다. 이 백성은 모든 인간적인 경험을 초월합니다. 자신의 유익을 살피지 않고, 서로 낯선 타인으로 머무르지 않으며,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백성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민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는 백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진실로 그리스도를 사랑할진대, 하나님의 우리를 이 사랑의 백성 속에 편성해 넣으셨습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은 이 백성에 속해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랑의 백성이 우리를 감당하면서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랑의 백성에 힘입어 살아갑니다. 우리 홀로 본향을 향해 외로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우면서 우리를 감당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우리를 아낌없이 지원하면서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트리히 본회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