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사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그레이스 Nov 13. 2020

디트리히 본회퍼

타인을 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6)

두 번째 메시지: 타인에게 그리스도가 되어 줄 수 있을까?(2)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그런데 이토록 기이한 사랑의 백성, 즉 그리스도의 몸된 하나님의 교회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돕는 방법도 기이합니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능력을 초월하는 세 가지 자원이 역사합니다. 개교회에 주시는 하나님의 은사인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사로 인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을 받게 됩니다. 첫 번째 능력은 우리가 타인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희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타인을 위해 살아가고 하나님을 위해 희생제물로 드려질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희생의 능력은 바로 성도 간의 교제의 능력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희생함으로써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백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능력은 비밀스럽고도 놀라운 능력으로, 오직 소수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 능력 없이는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믿음의 옷자락을 만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타인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날마다 우리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새 힘을 덧입혀 주시도록 간구하는 수백만의 영혼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온 세상이 수백만의 기도를 하늘로 올려 보내는 제단이라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하나님께 손을 높이 들고 은혜를 간구하는 그분의 백성들이 드리는 기도 없이는 단 1초도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우리의 구원을 위해 전 교회의 심장이 요동치며 기도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어쩌면 가까운 친구 중 누군가가 날마다 하나님 앞에 우리의 영혼을 들고 나아가 중보기도를 드린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이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그를 위해 기도한 누군가가 바로 그의 영혼을 구한 구원자가 아닌지 누가 알겠습니까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밤새워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우리가 믿음 안에 거하는 것은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우리의 이웃들과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교회가 드리는 기도가 날마다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매주일 공동예배를 드리면서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라 부르고, ‘나의 죄’가 아니라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드리지 않습니까? 사도 바울이나 모세의 기도 역시 동일합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망처럼, 중보기도는 온 세상의 교회를 하나 되게 만듭니다. 스스로 기도한 적이 없는데갑자기 자신에게 없던 힘이 어디서 생기는지 아무도 모릅니다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하나님 앞에 서 있는 교회가 그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능력은 우리 인간 속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신적이고 기이하며, 비밀스럽고 거룩한 최상의 능력입니다. 한 사람이 타인의 죄를즉 내가 상대방의 죄를상대방이 나의 죄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하며 죄의 짐을 벗게 해주는 능력입니다. 한 사람이 자기 죄를 타인에게 자발적으로 고백하여 누릴 수 있는 죄고백의 커다란 비밀이 이 능력에 담겨 있습니다. 죄고백의 대상은 그 사람이 신뢰하는 어머니일 수도 있고, 배우자나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죄 고백을 들은 사람은 믿음의 권세로 참회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죄의 짐을 풀어 주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의 모든 죄를 사해 줍니다.      


한 사람이 타인의 죄의 짐을 벗게 해주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교회 생활에서 가장 깊이 있고 진지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상대방이 내게, 내가 상대방에게 작은 그리스도가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교회는 죄고백과 죄 사함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잊어 버렸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와 함께 하고 그의 죄 사함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그에게 작은 그리스도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실제로 타인을 죄에서 구해 내고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희생과 중보기도죄 사함은 기독교회가 가진 놀라운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사랑다른 말로 하면, ‘타인에게 그리스도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은 모든 것을 연결해 주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흘리신 피의 능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몸은 하나의 생명체를 일컫습니다. 몸의 모든 지체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호흡하며, 동일한 음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동일한 음료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한 사람이 있는 그곳에 온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고, 그 누구도 버림받지 않으며, 그 누구도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아닙니다. 교회가 사랑 안에서 희생과 중보기도죄 사함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합니다그 누구도 홀로 기뻐하지 않으며그 누구도 홀로 고통 받지 않습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세례를 받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에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는 그 순간 어떤 사람도 혼자가 아닙니다. 인생의 격렬한 싸움터에서 아무도 혼자가 아니며, 아무도 헛되이 도움을 호소하며 병든 채 침상에 홀로 누워 있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가족 없이 외롭게 떠돌며 아무 위로가 없는 노년을 보내지 않으며, 그 누구도 죽음의 순간에 홀로 죽음과 씨름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 혼자 있지 않습니다. 그가 비록 혼자라고 느낄지언정, 교회와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이 그의 곁에서 그를 위해 기도하시고그와 함께 하나님 앞에 서 계십니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손을 잡고 위로하시며 사랑으로 그를 둘러싸고 계시므로 그의 비참한 마음에는 고향의 평온이 깃들게 됩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그러므로 슬프고 병든 사람들고향을 잃고 버림받은 사람들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이여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사랑하듯고향 집이 아들을 마음에 품듯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여러분을 감당하며 사랑하게 하고동시에 사랑하며 감당하게 하는 자리에 동참하십시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6:2).     

주님께서 교회 안에서 행하십니다교회가 있는 곳에 그리스도께서 계시고하나님의 사랑이 흘러넘칩니다그러므로 교회로 들어가고하나님의 백성 안으로 들어가십시오그리고 눈을 들어 여러분이 사랑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십시오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입니다여러분은 하나님의 교회이며거룩함을 입은 공동체입니다그 사실을 주목하여 보고 놀라워하며 감사하십시오     


매우 힘없고 연약한 우리 시대가련하고 비참하며 고향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도움은 오직 하나입니다그것은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한 사람이 사랑으로 타인을 감당하는 곳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살아가며 하나님 안에서 사귐이 있는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이러한 사랑이 있기에 우리의 고향인 교회로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이 하나님 백성의 일부가 되고결혼과 우정을 비롯하여 모든 교제의 목적과 의미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결혼이 교회인 곳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곳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간구하는 곳한 사람이 타인의 죄를 용서하는 곳두 사람이 하나의 인생이 되어 살아가는 곳에서 결혼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분의 자녀로 부르셨습니다그분은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이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우리를 감당하고 사랑하는 어머니 같은 교회, 교회는 우리의 믿음입니다. “나는 거룩한 교회를 믿습니다.” 교회는 인간의 사귐이 갖는 의미이자, 이생과 내생에서 우리의 희망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트리히 본회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