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공유하며 계속 썼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우리 모두 닮아 있었다.
내 안에 가득 차올라서 때로는 나를 무겁고 축 쳐지게 만드는 내 속의 많은 생각들을 글로써 정리해 비워내고 싶다.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가 ‘나도 그랬다, 네가 옳다.’ 고 나에게 공감해 주고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어려움 속에서 찾은 방법이 다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혼자 고민하고, 울기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제 경험들을 글로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의 하루하루를 기록하여 도움되는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글을 통하면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잃어가는 곳 같을 때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 하고 내가 잘하던 것들도 점점 실력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없어지는데,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는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잃지 않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쓴다는 것 자체에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이는 어른이지만 어른이라고 하는 이상향에 하나씩 다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나중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막연함을 표출하고 또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정보 교류를 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엄마라는 이것은 평생 버릴 수 없는 이름이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허나 시간을 마주 할수록,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이 더 라구요. 한창 아이들과 부대끼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지만 동시에 훗날의 빈둥 지 증후군을 걱정하는 아이러니 한 삶을 보내고 있더군요. 지금부터라도 더듬더듬 저에 대해 파헤쳐보고 싶은 것이 이유입니다.
마냥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감정마저 스스로에게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러한 감정을 느 끼는 것 자체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딱히 왜 인지도 무엇이 날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건지도 잘 몰랐으며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죠. 그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많이 위로받았어요.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극복해보자며 일기로 제 마음과 마주 했어요. 저도 사람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고 또 공유받고 싶어요.
같은 내용을 표현만 달리 한 듯한 이 말들의 주인공은 모두 다르다.
1월에 런칭한 온라인 글쓰기 수업의 첫 과제는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가?’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2019년에 제작된 tvn 다큐멘터리 [책의 운명] 에선 책을 구입하는 인구는 줄어들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더욱 늘어났다고 말한다. 출판업계가 불황이라는 현시점도 하루에 출간되는 책이 200권이 넘는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다들 쓰니까 ‘나도 글을 써보려 합니다’로 시작된 글쓰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한번 써보려고요” 가 아니라 “계속 쓰고 싶어요” 가 욕구에 자리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 들여다 보기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왜 쓰고 싶은가?’ 답이 서로 닮아있다.
나를 알고 싶고,
나의 일상이 사소하지 않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고,
나의 일상도 공감받을 수 있고
도움 줄 수 있다고
믿고 싶다는 마음이다.
"초등학생이란 자신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처음 부정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다."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진정으로 자기를 찾으려 하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진짜라고 생각했던 나를 부정하고 가짜 인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다. 초등학생은 인생에 있어 가장 위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김선호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 길벗, 2017
우린 초등학교 짝꿍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지금에 와서 그때 했어야만 했던 가장 위대한 질문을 시작하려 한다.
이유를 알았다면 이제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우리는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나를 알고 싶어 쓰는 글이 결국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임을 깨닫는다.
이유를 찾고, 주제를 정했다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정기적인 글쓰기 주기를 정한다. 무리하지 않는 호흡을 찾아 세상을 향해 소리쳐야 한다.
글을 쓸 거예요!!!!
꾸준히 쓸 거예요!!!!
지금부터 시작할 거예요!!!
글을 쓰는 자신을 공개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은 대부분 “쉽게 어겨도 되는 약속” 이 되어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런칭되고 네 달이 지났다. 네 달 동안 자신이 선언한 주기대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그녀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다.
내 나이의 친구들은 엄마, 아내, 친정 엄마의 딸, 시어머니의 며느리로서, 그리고 선택에 따라 한 직장에서의 직함들로 살아 내고 있지만, 나는 그들과 닮아 있지만,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40대의 싱글녀, 그렇다고 방송에서 비치는 싱글녀의 화려 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버지가 오너 인 작은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쉽게 내 시간을 낼 수는 있지만, 그 시간들을 오롯이 내 시간으로 가질 순 없다. 공과 사의 모호한 경계선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본인 하기 나름이라 말하지만, 누구나 남의 일은 쉬워 보이는 법. 그래서 내 삶 속에서 오롯한 내 시간을 갖고 자하는 바람의 도구로 글쓰기를 이용하고자 한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쓰겠노라 약속했다. 주말마다 엄마에게 소환되어 조카를 봐줘야 하는 고모에 아빠에겐 독거 여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싱글녀가 조카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단조로운 일상에도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과제를 하는 심정으로 적어 본 글을 복사 해 올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에는 한 줄도 쓰여 지질 않네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끌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의 일상이 지루하거나 싫은 건 아닌데, 조카들과의 일상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건 맞는데, 왠지 글쓰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 상황에서 한 챕터 한 챕터 진행시켜도 될까요??
점점 나의 일상이 단조롭고, 건조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재미없는 일상에서 재미있는 글을 기대하는 건 무리 겠죠??
단조롭고 건조한 일상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아 ’이런 글이라도 써도 될까요?’ 자문하면서도 그녀는 계속 썼다.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약속한 사람은 그녀와 나뿐이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공유했다. 난 그녀의 글이 진심으로 좋았다. 그 말만 했다. 당신의 글이 좋다고.
어느 날 그녀는 이전과 다른 감정을 보여주었다. 언제부턴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글감 찾기가 재미있는 과정이 되어갑니다. 나에게, 내 일상에게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그리고 잊고 있던 한 컷의 사진이 생각이 나게 되고요.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보려 한다고 했다. 자신을 글을 우리 둘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하는 거다. 나의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글이 좋아졌다는 신호다. 글 자체가 좋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것은 자꾸만 보여주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좋아하면 성장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가 신청은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 그녀는 첫 거절 소식을 전하고도 계속 썼다. 몇 주 지난 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 사이 그녀는 몇 번이나 글을 수정하고 다시 도전했던 것 같다. 자신의 일상이 부끄럽다던 그녀에게 거절이 상처는 되지만 포기가 되지는 않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며칠 후 다음 메인에 그녀의 브런치 글이 올랐다. 말 한번 나눠보지 못한 얼굴조차 모르는 타인의 기쁨이 온전히 나의 행복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샘 덕분입니다.’라고 했지만 난 그녀의 다짐을 들어준, 글이 좋아서 좋다고 말해 준 사람일 뿐이었다. 고마운 건 나였다. 나의 짧은 말이 몇 개월간 글쓰기를 지속하는 용기가 될 수 있다니 이건 너무나 멋진 감정이었다.
그녀가 쌓은 글들이 간절함임을 알았다. 자신을, 자신의 매일을 소중하게 쌓아가겠다는 다짐의 글쓰기였다. 요즘 그녀의 글에는 신남이 묻어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자존감이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존재감은 표면 상 외부로부터 받는 인정에 의해 충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으로는 도전에서 생긴다.
김선호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 길벗, 2017
고백하지만, 사실 요즘의 나는 희망의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상황을 비관하며 불안의 부피가 자꾸만 늘어나 내일을 매일 더 어둡게 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노력이 하루의 좋은 기억을 쌓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연 이것이 어떤 힘이 있을까 의심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 ‘당신 덕분에’라고 말해주었다.
‘덕분에’라는 작은 단어가 나에게 날아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일을 절대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되어 어깨에 내려앉았다.
written by iandos
*꼬야님은 브런치를 통해 주말마다 엄마에게 불려 가 조카를 봐줘야 하는 대한민국 <독거 여인>의 육아 체험기에 대한 글을 연재 중이다.
https://brunch.co.kr/@kkoya
*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그릇이 되지는 않지만 꾸준한 글쓰기의 힘을 믿기에,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한 응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습니다.
[꾸준함이 어려운 당신을 위해, 든든한 글쓰기 러닝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