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마 김작가 Mar 15. 2020

코로나 시대, 지금이 당신이 글을 쓸 시대

이때를 위해 온라인 클래스를 만든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지금이 당신이 글쓰기를 시작할 때


06:30



눈이 떠진다. 기약 없는 휴교. 이동 금지령까지. 일찍 일어날 이유는 1도 없다. 그런데 습관이 무섭다. 아이들 등교를 위해 일어나던 시간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어차피 다들 잠들어 있는데 더 자도 되겠지만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습관이 무서운 건 나만이 아니다. 애들도 7시가 지나면 기상이다. 학교 가는 시간이 몸에 밴 건 어미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이 30분의 시간이 요즘 나의 힐링 타임이다.


이 시간 동안  1월 런칭한 온라인 글쓰기 클래스에 올라온 댓글에 답글을 남긴다.



1월, 우여곡절 끝에 클래스 101을 통해 온라인 글쓰기 클래스를 런칭했다.


*포기와 포기를 포기했던 우여곡절기 :

https://brunch.co.kr/@mamaian/159


매주 하나의 강의가 진행되는데. 만약 런칭부터 한 주씩 강의를 들었다면 지금이 본격적인 글쓰기 챕터일 거다. 각자 한 달 2주 또는 한주씩 글쓰기를 계획하고 정기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앞둔 준비과정 챕터에서 가장 많았던 두 개의 댓글이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읽고 싶어 할까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망설여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한결같았다.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30대 후반, 싱글,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주 1회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선언한 30대 후반의 싱글님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1. 내 삶이 너무 무겁고 막막하다.
2.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쓰럽지 않은 30대 후반의 싱글의 일상.
3. 내 안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싶다.
4. 빛나는 내일을 만들어가고 싶다.
5.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을 하고 싶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일상을 기록하고 나 조차도 외면했던 나의 치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것을 정기적인 글로 써 내려가겠노라 선언한다.

매일 아침을 그 선언 아래 응원의 글을 남기며 시작한다.


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쓴다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쓴다고 해서 내 주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현실이 바뀌는 것은 전혀 아닌데, 그래도 쓰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바뀌는 것 같아요. 왜 여전히 쓰고 있느냐 생각하면, 외부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내부에서 외부를 보는 시각이 바뀌기 때문인 거죠. 그게 쓰는 행위의 첫 번째 목적일 테고요. 대중적으로 잘되지 않아도, 예술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펼치지 않아도 이 첫 번째 목적만 이루는 게 어디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필균 인터뷰집 [문학하는 마음] 제철소, 2019 \ 시인 박준의 인터뷰 중에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글은 자신도 모르게 하소연으로 흘러간다. 어쩌면 글 쓰기의 가장 큰 원동력은 ‘나 지금 이렇게 힘든데 나를 좀 봐주세요’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보여주게 되는 이유는 위로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딘가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이 있다면 대답해 주세요’ 일지도.

글쓰기 챕터가 시작되고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놀랐다. 30대 후반이지만 독립하지 못한 싱글, 주말이면 조카들을 봐야 하는 처지의 고모, 우울증 그리고 폐경..... 누가 나를 궁금해할까요?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라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만큼 솔직하게 자신을 적어놓았다. 그런데 그 글 속에 유머도 흐른다.

무릎이 아픈 엄마 무릎에 자꾸 올라앉는 조카들이 얄미워 “내 엄마야” 하고 올라탄 고모는 되려 조카들에게 “고모가 더 무거워”라는 핀잔을 듣고 만다. 그녀의 글 중 한 부분이다.


전집만을 읽었다. 하루하루 전집만을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무작정 읽기만 했다. 그 후 정신 차려보니,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문득 나의 꿈은 날아간 것이 아니라, 내가 날려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꼬야님, [꿈꾸는 일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중에서


난 이분의 팬이 되어 버렸다. 꼬야님이 다짐한 정기적인 연재 주기가 주 1회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심지어 두 편씩 쓰기도 한다. [ 독거여인사 ]라는 주제로 제3 조카 관찰자 시점의 글을 주제로 삼아 매주 쓰고 있다. ( 대박이지 않은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시대에 독거 여인의 조카 관찰 글 이라니!!!!)  꼬야님이 강의 듣기를 완료하면 글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조바심에 제발 브런치 연재를 부탁드렸다.

폐경이 오고 있음을 느낀 엄마는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데 속이 상한다. 속도 모르고 딸은 안(?) 해서 좋겠단다. 그날 밤 엄마는 이 마음을 먼저 겪었을 자신의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세 아들의 엄마로 무엇보다 잘하고 싶은 일이 엄마지만 더듬더듬 나를 찾아보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호주 어학연수 동안 세상 두려울 것 없이 1년을 살며 이제 그 무엇도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던 나를 어느 순간 잃어버린 30대의 싱글녀는 첫 글의 제목을 이렇게 적었다.


[그 많던 자신감은 누가 옮겼을까?]


수년 전 네팔 여행 후 여행기를 쓰며 글쓰기의 기쁨을 느꼈던 소녀는 그 후 입사와 퇴사를 거치며 그 희열을 잊고 살았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쓴다.

새벽 거실에 앉아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누가 나를 궁금해할까요? 글쓰기를 망설이던 이들의 이야기를 너무 궁금해하며 기다린다. 꼭 알아주면 좋겠다. 이 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동마저 제한된 상황에 당신들의 글이 얼마나 큰 응원이 되는지.

글이 다 무슨 소용이야? 불안감에 휩싸이다가도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너무 글이 쓰고 싶어 진다.


댓글에 하나하나 답글을 적다 보면 멈춰 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시계가 사실은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계속 움직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할아버지의 조언이 필요해요.”

“해야 할 일을 해.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마. 접시에서 먼지를 닦고 편지를 쓰고 수프를 끓여. 거봐?  한 발짝 내디뎠어 한 발짝 내딛고 멈춰. 쉬어. 잘하고 있어. 이제 다음 한 발자국. 넌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발걸음 수가 점점 늘어날 거야. 네가 울지 않고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때가 올 거야. “

- Elena Mikhalkova 의 [ La stanza delle chiavi antiche ] 중에서

"Voglio che mio nonno mi dia qualche consiglio."  

“Fai qualcosa da fare.  Non pensare al futuro, non pensare a cosa potrebbe succedere domani.  Rimuovere la polvere dai piatti.  Scrivi una lettera  Prepara la zuppa.  Vedi?  Stai facendo un passo avanti.  Fai un passo e fermati.  Riposo.  Congratulazioni, fai un altro passo.  E un altro  Non noterai, ma il numero di passaggi aumenterà gradualmente.  Verrà il tempo in cui potrai pensare al futuro senza piangere.”

 -La antica stanza delle chiavi antiche di Elena Mikhalkova

*제가 한 번역이라 글이 다소 매끄럽지 못합니다.....


부끄러움과 부족함, 바닥을 기고 있는 자존감과 잃어버린 자신감이 부유하는 글들이지만 마무리는 언제나 희망적이다. 결국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건강한 나를 위한 것이다. 나의 글을 통해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다. 이 기운을 몰아 나도 글을 썼다.


이탈리아 전 지역이 위험지역으로 지정되고 현시점에서 (온라인상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최악의 상황인 전 국민의 외출마저 제한당한 말 그대로 “엿” 같은 상황이지만 그. 럼. 에. 도. 불. 구. 하. 고. 우린 매일 웃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https://brunch.co.kr/@mamaian/168


다음 메인을 시작으로 여러 곳에 공유가 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가 10만 건이 넘었다. 글을 쓰고 공개함에 가장 큰 이유는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일 거다. 그중에서 특히 이 글은 정말 많은 이들이 읽기를 원했다. 건강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글을 읽고 누군가 댓글을 남겼다.


“기대와 전혀 다른(?) 글을 읽고 불안함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흐뭇함으로 채워졌어요.”


아무리 자극적인 기사가 난무해도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희망과 웃음이다.


코로나의 시대,
불안으로 가득한 시대,
내일을 이야기하기 힘든 시대
세상의 모든 속도가 느려졌고
온전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
지금이야말로 당신이 건강한
글을 쓸 시대


이때를 위해 온라인 클래스를 만든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함께 글을 써요!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러닝메이트]

https://class101.app/iandos-class


written by iandos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에서도 글쓰기 강의가 가능한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