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다시 로마의 휴일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걷고 있었다

by 로마 김작가


로마의 오후 17:00


남편이 외출 준비를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따라가는 영상을 촬영할 거라고 했다. 가능하면 유튜브로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한국은 몇 시야? 지금 나가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면 한국은 거의 새벽 1시인데 보는 사람이 있을까? 한 명이라도 함께하면 좋은 거지. 그는 설렘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집을 나섰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절실한 마음으로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가이드라는 업을 지속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었다. 올해 안에 구독자 1000명을 넘겨 야외 라이브 투어가 가능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9월 1일, 생각보다 이르게 이루어졌다. 야외 스트리밍이 가능해지면서 남편은 일주일에 5번 새벽에 집을 나섰다.


유튜브, #로마가족 - 일주일 중 5일은 야외 라이브


일주일에 이틀은 실내 라이브를 진행한다. (유튜브 첫 광고가 뜬 날, 라이브 중 모두의 축하를 받고 울다 웃었던 날)


새벽 4시 반에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로마의 거리로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15년을 넘게 깜깜한 새벽에 투어 모임 장소로 향했던 그가 코로나로 인해 반년을 넘게 멈추었다 다시 새벽 공기를 맡게 된 것이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이야 말로 진짜 로마를 만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다. 거리에 사람들이 없으니 데이터도 잘 터져 영상 송신에도 좋다. 새벽 라이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그가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라이브를 했는데 돌아오면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라 좀처럼 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새벽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쉼을 선택했다. 오랜 시간 체화된 새벽 기상은 힘겹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선택한 새벽이었는데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우리를 위해 새벽에 애를 써 준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이 꺼내어 보여준 마음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생계라는 이유 이상의 가치를 더해주었다.


너무나 식상한 표현일 수 있지만 어두운 새벽에 혼자 걷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해가 뜨고 주위를 돌아보니 함께 걷고 있었다. 처음엔 20명 30명 어느새 70명 80명 서로 인사하고 반가워하며 걷고 있었다.



읽기와 쓰기와 고독이 지닌 깊이가 나를 반대편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게 했다. 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거야.

레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중에서


여행업과 소통의 막다른 골목을 마주한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이어졌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응원을 받고 사랑을 받는데 되려 그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치열하게 살아나가기 위해 선택한 길이 매일매일 감사함으로 채워진다.


그는 집을 나섰고,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의 발자취를 따라 로마의 골목골목을 걸었다. 라이브 채팅창은 새벽 2시의 한국은 물론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 함께하는 이의 대화로 채워졌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로마를 만나고 있었다. 우리가 이토록 아련하고 그립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로마는 알까?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면서 자료까지 띄울 수 있는 시대라니!!


코로나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인지하고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마스크를 쓰는 일이 더 이상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게 된 현재가 무색하게 로마는 흑백의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해맑다 못해 바라보는 이조차 기분 좋아지는 웃음의 오드리 햅번 너머에 자리한 쇠 찰상의 창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그 어떤 것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미련할 정도로 그대로인 로마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우린 마치 하나쯤은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간절히 찾아 헤매고 있던 사람들 인양 감동했다.


해가 저물고 오드리 햅번이 그레고리 팩을 처음 만난 로마의 유적, 포로 로마노 위로 보름달이 떴다. 가로등 불빛에 로마의 돌길이 반짝였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누군가 채팅창에 글을 남겼다.


"모두 로마 꿈꾸세요."



어딘가는 밤이 되었고 어딘가는 새벽이 되고 어딘가는 여전히 해가 떠있는 지구 어딘가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이들이 옛 로마 위로 떠온 보름달을 끌어안고 함께 로마 꿈을 꾸었다.



written by iandos



[명화극장 ‘로마의 휴일’을 따라 걸어서 로마투어]

#유튜브 #로마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