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9월 1일 새벽 4시 우리는 이탈리아 최남단 풀리아 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이 둘과 함께 여행을 자주 하는 우리 부부의 노하우. 장거리 여행에는 새벽 출발. 로마에서 풀리아까지는 차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3살 7살 두 아이가 긴 시간 차에서의 시간을 힘겨워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새벽 출발해 깨어날 때쯤 목적지 도착이 우리의 장거리 여행의 수칙이다.
풀리아로 여행 전 날 유튜브로 실내 라이브를 했다. 당시 유튜브 구독자는 970명.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이 넘으면 야외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다. 풀리아 여행을 앞두고 한국에선 결코 접하기 힘든 풍경이 펼쳐질 것을 알았기에 실시간 영상으로 현장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채팅창에서 한 분이 ’ 내일 새벽 풀리아에 내려가는 길에 구독자 1000명 이 되는 것을 보여 줄게요.’ 했다. 그러자 다른 분이 ‘워너원 데뷔시킨 사람들입니다 믿으세요.’ 했다.
우린 말 만으로도 너무 든든하다며 웃었다. 인정한다. 이탈리아에 너무 오래 살았다. 한국 네티즌의 힘에 무지했다.
라이브를 끝내고 몇 시간 후 새벽 풀리아로 출발했다. 새벽 4시 유튜브를 켰는데 숫자가 심상치 않았다. 목적지 도착 직전 구독자는 999명. 도착하는 순간에는 이미 1000명이 넘어 있었다. ‘거 봐요 1000명 만든다고 했죠?’라는 댓글에 어리둥절한 것은 우리였다. 유튜브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자만 일반인 유튜버가 1000명의 구독자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하루 40명 이상의 구독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적어도 구독자 1000명 이하일 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후에 알았지만 구독자 분들은 가족 아이디 동원부터 지인들에게 우리 유튜브 채널 링크를 공유하고 심지어 개인 아이디를 다수 만들어 구독 버튼을 눌렀다. 하루 반나절만에 이뤄진 일이다.
당시 로마 가족 채널의 구독자 분들은 남편이 몸담은 투어 회사인 유로 자전거나라의 고객, 과거 함께 투어 했던 손님 그리고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깨달았다. 가이드가 여행이 자유로웠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만큼 여행자도 그 시간이 그립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고 적어도 이렇게 이탈리아 내에서의 여행은 가능하지 않은가. 그러지 못하는 여행자의 그리움은 훨씬 더 간절했다.
화면 속 여행을 보고 싶어 할까?
이 걱정은 기우였다. 화면으로라도 만나도 싶은 절실함이 있었다.
오프라인 세상에선 결코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가상의 공간, 비대면 만남 속에서 어디까지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했지만 놀랍게도 더욱 솔직한 마음과 응원이 오갔다. 유튜브 채널명이 로마 가족이니 구독자 분들을 이탈리아 말로 가족인 Famiglia (파밀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실 투어에서 가이드와 손님은 하루의 강렬함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면 가상 투어에서의 가이드와 손님은 실시간 소통을 하며 느슨한 듯 촘촘한 연대를 만들어 나갔다. 오늘도 함께하고 내일도 함께하며 어제 보다 더 개선된 내일의 영상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발생했다. 구독자 200명부터 어설프게 시작한 채널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가고 경험이 쌓여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이야기를 퍼트리고
같이 소통한다.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하고, 첫 야외 스트리밍, 첫 광고, 첫 슈퍼챗의 순간까지 함께했다. 가이드를 하고 싶은 마음과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만나 비대면 교감이 일어났다. 유튜브 시작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교감은 우리와 구독자 사이뿐 아니라 구독자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채팅장에 입장하면 누구 할 것 없이 반갑게 인사한다. 서로가 주는 응원의 힘과 여행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공감해주는 힘은 강하고 따뜻했다. 채팅창에 처음 입장한 사람들마저 누구나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그러나 서두르며 늘어났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여행이었다.
실시간 참여를 놓쳐도 재방이 가능한 여행이다. 여행의 순간의 느낌을 바로바로 글로 전할 수 있는 여행이다. 로마 가족 채널은 어느새 구독자, 파밀리아의 밝고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있었다.
브랜드가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면 우리의 패밀리 브랜딩 나침반은 어느덧 흔들림을 멈추고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브랜딩은 과연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까?
화면 속 여행에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 가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