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코로나로 모든 분야가 타격을 받았다. 몇몇의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당장 우리의 일상에서 멈춰버린 것을 떠올린다면 뭐가 있을까?
아마도 여행
한 달 살기, 퇴사 후 여행, 가족 세계여행, 주말 해외여행 휘몰아치던 여행의 붐이 일상의 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 불과 10개월 전, 그런데 어느 순간 추석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 조차 망설여지는 때가 도래했다.
남편의 업은 여행업 중에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여행객과 대면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바로 여행 가이드다.
죽을 때까지 가이드할 거라던 그가 가이드를 시작한 지 17년 만에 휴가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반년이 넘게 일을 멈췄다.
3월 이탈리아의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주변의 대부분의 한인 가이드분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여행객이 없다면 가이드도 존재할 수 없다. 업의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자 하루가 멀다 하고 떠나가는 이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적어도 이탈리아보단 말이 통하는 내 나라에서 벌이가 가능한 일을 찾기가 더 나을 거라는 생각. 이탈리아에서 수입 없이 버티기의 버거움. 락다운이 있고 한 달이 지나 한국에서 전세기 뜰 거란 소식이 들려왔다.
고민 끝에 전세기를 포기하고 이탈리아에 남았다. 극한의 상황이 되자 더욱 명확해졌다. 그는 가이드를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이탈리아에 살고 싶다.
역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충분히 간절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역경은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역경은 그런 사람들을 단념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포시 교수
그렇다면 어떻게?
이탈리아에는 여행객이 없고
우리는 이탈리아에 있는데?
자, 그렇다면 어떻게?
5월 : 시작
첫 시작은 인스타그램 라이브였다. 락다운이 풀리고 외출이 가능해지면서 실시간 인스타 라이브로 로마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로 화면으로 영상을 보여주기의 한계와 버퍼링 문제는 실시간의 묘미를 살리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6월: 시행착오
코로나의 최대 수혜 앱인 줌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파리 한국 독일 등 각국의 지인들에게 참여를 부탁해 로마 시내 투어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줌은 야외 버퍼링이 더욱 심했고 무엇보다 각국의 인터넷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실내용 강의 외적으로 야외 라이브에는 맞지 않았다.
7월 : 집중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랜선 투어에는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하기 위해선 1000명의 구독자가 필요했다. 당시 우리의 유튜브의 구독자는 300명이 조금 안 되는 숫자였다. 1000명 달성을 목표로 유튜브 채널을 좀 더 계획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남편 혼자 운영하던 가신 tv를 로마 가족으로 채널명을 변경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합류했고 계획성 없이 올리던 영상의 주제와 섬네일 등의 세부적인 (우리 둘만의) 기획회의가 시작됐다.
9월 1일
구독자 1000명 달성
올해 말을 목표로 생각했던 1000명 구독자에 생각보다 빨리 도달했다. 2주 뒤 새벽 2시, 드디어 유튜브에서 야외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되었다.
흥분한 나머지 난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했고 남편은 해도 뜨기 전에 집을 나섰다. 아무도 깨지 않은 로마의 새벽 5시 유튜브를 통한 첫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9월 : 진화
라이브를 시작하고 프리즘 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라이브 스트리밍 앱이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불편을 야기했던 버퍼링 문제와 화질 문제를 대다수 개선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저작권 문제없는 배경음악과 화면으로 자료 및 영상 공유도 가능해졌다. 예전 현장에서 투어를 할 때 손님들에게 수신기로 노래를 들려주고 아이패드로 자료를 제공하던 서비스를 랜선 투어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IT 기술 만만세다!)
여행이 멈추고 반년만에 지극히 아날로그 적인 여행 가이드의 무대가 온전히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가이드는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여행객은?
과연 가이드와 함께 화면 속으로 옮겨진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할까?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