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치가 일상을 압도할 때
돈의 가치가 일상을 압도할 때
우리는 매일 싸웠다.
우리의 일상을 돈의 가치가 압도했다. 돈의 가치가 삶을 압도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현재 우리는 완벽하게 합당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돈을 못 벌고 있다. 코로나가 일상을 강타한 3월부터 반년 동안 수익활동은 멈췄고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미지수였다. 모아 둔 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아껴야 할까? 3월부터 시작된 불안은 매달 더 가중되어 9월이 다가오자 폭발했다. 개학을 하면서 두 아이의 학비로 목돈이 필요했다. 반년만에 부쩍 자란 아이들의 교복과 원복도 추가 구입이 필요했다.
고등학교 때 IMF 겪었다. 아빠의 사업은 부도가 났다. 너무나 당연하게 매 학년마다 새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그 시절 엄마 아빠도 교복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가 쓰이고 속이 쓰렸겠구나.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자랐네. 지금에서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다니.
돈돈 거리며 아등바등하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아.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야. 넌 아버님의 사업이 망한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돈이 없다는 것에 항상 너무 겁을 먹어.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_그렇지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지. 그런데 그건 돈에 대한 기본적인 걱정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아냐?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많다고? 과연 돈이 많아서 불행한 사람이 돈이 없어서 불행한 사람보다 많을까? 정말 돈이 하나도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지금까지의 삶 동안 돈의 가치에 압도되지 않았다면 당신 부모에게 감사해야 해. 그건 당신 곁에 당신이 돈에 압도되지 않도록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항상 있었다는 뜻이니까. 난 부모에서 자식까지 이어져 돈이 가족 모두의 일상을 압도해버리는 경험을 했어. 내가 두려운 건 우리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야. 이 상황이 지속되어 우리의 아이들마저 돈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어버릴까 봐 그게 두려운 거야. 돈보다 더 중요한 것 많지. 누가 몰라? 하지만 그 외의 가치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돈이 없는 불안이 너무 큰 거야. 이것 봐 우리 매일 싸우잖아. 돈 문제로.
_돈을 벌 때는 안 싸웠어? 그때도 싸웠어. 돈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어.
‘돈이 있을 땐 여러 가지 이유로 싸웠지. 지금은 그 이유가 돈 뿐이잖아. 난 돈문제를 제외한 다양한 이유로 싸우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접점을 찾지 못하는 다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날이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에 압도되다 못해 혈안이 되어 전전긍긍하던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던 것은 현실감각이 부족하다 못해 없어 보이던 남편이었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진심을 다해 하루를 채워나가야 한다고 다소 미련해 보이고 실속 없어 보이는 그 말을 지켜나갔다.
아날로그 여행 가이드를 온라인으로 옮겨내겠다는 간절함으로 시작한 유튜브, 로마 가족 채널이 반년만에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을 채웠다. 9월 24일 영상 시작에 첫 광고가 깔렸다. 로마 가족이라는 작은 방송국이 광고를 따낸 거나 다름없다. 그래,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데 작지만 광고로 수입도 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투어를 선보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물었다.
이런 귀한 투어를 왜 무료로 보여주는 거지요?
돈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이거 돈 받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돈을 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유튜브 수익 창출 조건이 달성이 되고 슈퍼쳇을 쏘는 것이 가능한 때가 오자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슈퍼쳇을 통해 투어비를 냈다. 2000원부터 자신이 낼 수 있는 금액의 돈을 냈다.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의 수입활동엔 언제나 미들맨이 존재했다. 회사가 홍보하고 모객하고 투어비를 측정했다. 우린 회사가 정한 스케줄대로 투어를 했고 월급을 받았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추고 회사도 멈췄다. 뭐라도 해야 하니 온라인 투어를 시작했다. 홍보 모객 그리고 금액 측정부터 스케줄을 정하는 일까지 모두가 우리가 책임지고 결정해야만 했다. 그중에서 판매가 가장 부대꼈다. 투어라는 자산에 자신은 있으나 ‘돈을 내세요’라는 말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투어에 얼마의 금액을 측정해야 하는지 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 투어는 돈을 받을 가치가 있으니 나는 돈을 내겠다.’ 하고 구독자가 자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냈다. 우린 비용을 규정하지 않고 수요자가 직접 금액을 정하도록 서비스를 열어두기로 했다.
마이크로 비즈니스를 세상에 알린 크리스 길아보의 책,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의 한 부분이다.
융합이란 당신이 특별히 하고 싶은 어떤 일, 또는 잘하는 일(두 가지에 다 해당하면 더 좋다.)과 남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겹쳐지는 결합 부분을 의미한다. 융합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다른 이들이 그것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것들이 서로 겹쳐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창업을 시작하는 단계는 아주 간단하다. MBA 코스를 이수할 필요도 없고 벤처 캐피털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도 필요 없다. 그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하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만 있으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제품이나 서비스 : 당신이 팔고 싶은 것
2.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들: 당신의 고객
3. 결제 수단 : 당신이 준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돈과 교환할 수 있는 방법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결국 '행복'을 원한다. 가치란 무엇인가? 가치란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세상에 몰랐다.
하고 나서야 이거였구나 깨달았다.
우린 바로 창업이라는 것을 했던 거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여행을 제공했고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유튜브 <로마 가족> 채널에 모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함은 무료도 유료도 모두 가능하다. 여행자 본인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유튜브는 이들에게 편하고 손쉬운 결제 수단을 제공했다.
돈을 좇고 돈을 벌려고 애를 써야지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주세요. 해야지만 돈을 주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누군가 원하는 것 간절한 것 필요한 것이 우리에게 있었고 그것을 내어주자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 공급자도 수요자도 모두가 고마운 시장이 태어났다. 지난 반년 돈의 가치에 압도되어 날카롭게 모가 난 마음이 녹아내렸다.
20년 가까이 투어를 해서 돈을 벌었음에도 우린 이 일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우리 속에 담긴 무형의 재산을 저평가했다. 한 가지 일을 20년 가까이 한 전문성과 강산이 두 번이 변할 만큼 살아온 이탈리아에서의 우여곡절과 삶의 경험이 얼마나 큰 재산임을 깨닫지 못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지난 시간 가이드만 하고 살아서 세상 물정 하나 모르고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뿐이라 자조했다. 그런데 이 위기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를 살릴 수 있는 재산이 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만나며 심장이 뛰었다. 그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 우리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그렇게 돈의 가치가 삶을 압도해 가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첫 월급이 입금되었다.
코로나를 겪으며 상상치 못한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세상에 올해 첫 월급명세가 구글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앞으론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지려나.
돈이 삶의 최우선의 가치가 아니라고.
네가 가진 가치를 믿고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세상은 따뜻하고 사람들은 가치를 알아볼 것이고 돈은 알아서 따라오고 있다고.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돈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장 안에서 놀라운 반전을 만나게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유튜브 세상의 대반전이었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