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상 속 반전
유튜브 로마가족 채널의 시청층의 70%는 45세 이상이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데 평균 60-100명 정도가 매 방송마다 접속한다. 그중 채팅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 대부분은 80년대 학번이다. 80년대생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전 생각했던 유튜브는 밀레니얼 세대(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의 전유물이었다. 적어도 80년대 학번이 향유하는 플랫폼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행 여행업이 마비되고 가이드라는 업을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으니 사활을 걸고 해야만 했기에 시작한 유튜브지만 정작 로마가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슈퍼쳇, 멤버십 등의 용어에서 조차 무지했다. 이런 우리에게 라이브 스트리밍 채팅창에 쳐들어온 트*프를 지지하라던 괴한(?)의 난입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그 대처법부터 채널을 성장시키기 위한 조언과 지혜를 나눠줌에 아낌이 없었던 분들이 유튜브 세계에서 제외시켰던 7080 세대였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청년시절을 보냈던 세대)
라이브가 시작되면 몇 분만에 낯익은 닉네임이 하나 둘 등장한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한다. 중간중간 좋아요 숫자도 체크하면서 “잊지 않았다면 좋아요 눌러주세요~” 고마운 코멘트도 남긴다. 기상천외한 댓글로 모두를 깔깔 웃게 만들고 누가 슈퍼쳇을 쏘면 한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이건 우리가 아니라 구독자분들이 직접 만들어낸 채팅창의 예쁜 분위기다.
며칠 전 유럽에 서머타임이 해지가 되는 날이라 시간 변경 안내를 하는데 한분이 88 올림픽 때는 한국도 서머타임을 시행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순식간에 채팅창의 대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교련 수업부터 독일을 덕국, 프랑스를 법국이라 부르던 유럽이 ‘구라파’이던 옛시간 이야기에 우린 깔깔 웃었다. 86학번과 86년 생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울고 웃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후 14시 반, 한국 시간은 저녁 10시 반에 시작된 소통의 시간이 훌쩍 한국의 자정을 넘겨도 이야기가 멈출 줄을 모른다. 유튜브를 하기 전엔 이 늦은 밤 채팅창에서 웃음꽃이 피는 7080 세대는 상상도 못 했다.
| 이 날은 코로나가 끝나면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만으도 들뜨기엔 충분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휴가를 갔을 때 유튜브라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빠도 유튜브를 보고 계셨다. 친구가 보내줬는데 아주 웃기다며 아빠는 휴대폰 속 영상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모세대에까지 아주 깊숙하게 유튜브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아마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세대가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라일 거다. 아무리 어른들이 인터넷 세계가 어렵다 해도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이들의 인터넷 실력은 단연 수준급일 테다.
유익함을 느끼는 즉시 가족 친구들은 물론 친지들과의 사석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좋은 것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마음이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친구들, 지인들 그룹 톡을 통해 링크를 공유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재미있거나 유용한 콘텐츠를 만나면 자신의 sns에 올려 공유하는 반면 이 세대는 직접적이고 개개인의 자발적인 홍보를 통해 알려나간다. 진심이 담긴 입소문은 시대를 막론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다. 무차별적으로 영상이 공유되는 소위 떡상이라는 비정상적으로 구독자가 늘거나 조회수가 폭발하지는 않더라도 채널의 색깔을 알고 좋아서 모인 사람들로 구독자가 채워지는 과정에서 팬층은 시간이 갈수록 견고해진다.
유튜브로 하는 여행이 뭐가 그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솔직하게 우리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매 스트리밍마다 예상치 못한 큰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들을 만나게되었다.
이렇게까지 여행이 간절했던 걸까?
의아하던 차에 구독자 중 한분이 개인적으로 마음을 전해왔다.
"전 이미 한국에서 코로나 위험군에 속하는 나이지요. 아마 내년에도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고 내후년에나 해외여행은 가능할까요? 그렇다면 저에게 남은 해외여행은 몇 번일까요? 그런데 이렇게라도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지금 코로나의 시대를 살면 여행이 그립지 않은 이 누가 있겠는가? 가능할 때도 여행이 고팠지만 불가능해지지 더욱 그립다. 누군가에겐 셀 수 없이 남은 여행이지만 누군가에겐 손에 꼽을 만큼만 남은 여행이기도 한 거다. 여행은 하루하루 더 멀어지고 불가능한 매달매달이 쌓여가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은 영상 속 여행에 대한 고마움을 깊어지게 만들었다.
모르고 다녀와서 휩쓸려 다녀와서 짧게 다녀와서 놓치고 아쉬운 여행을 과거에 경험했다. 그렇기에 알고 보는 여행 느끼는 여행의 희열의 중요한과 소중한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아쉬움을 보상해주는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는 무방비하게 놓쳐버리고 포기해야만 하는 지금 당장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채웠음에 대한 감사의 표시 이기도 하다.
지난주 남편은 이탈리아 최남단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더 늦기 전에 맑은 가을의 이탈리아 남부 모습을 파밀리아 분들과 (로마가족 채널의 구독자 분들)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출 부터 일몰까지 눈부신 순간을 구독자들과 함께했던 여행객이 크게 마음먹지 않는다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순간이 일출아닌가! 이탈리아에선 새벽, 한국에선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명 가까이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대낮에 아드리아해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군가는 미국에서 누군가는 일본에서 누군가는 유럽의 어딘가에서 몽글몽글 뜨거워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무심결에 가이드가 사노라면을 흥얼거렸는데 크게 구슬플 것이 없는 노래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셀 수 없는 여행이 남은 이에게도
셀 수 있을 만큼의 여행이 남은 것만 같은 이에게도
여행은 시리도록 그립다.
생각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투어를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된 유튜브이지만
이런 마음들이 모였으니 앞으로의 채널의 방향을 깊게 고민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로마가족을 통해
그려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