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팬데믹을 맞이한 이탈리아의 학교의 현재 상황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3월 6일 전국 휴교령
3월 8일 북부 11개 도시 레드존 지정
3월 14일 전국 레드존 지정 이동제한령 전국 확대 이동 증명서 지참 시 가족 1인에 한해 슈퍼 약국 외출 가능
3월 17일 대한항공 전세기 수요조사 / 이탈리아내 관광목적 입국 금지
3월 26일 전세기 포기하고 이탈리아에 남기로 결정
3월 28일 이동제한 2주 연장 발표
4월 14일 이동제한 3주 연장 발표
4월 26일 이동제한 2단계 전환 산책 운동 가능해짐 바 레스토랑 영업 재개 단, 포장만 가능
5월 4일 친지 방문 가능
5월 18일 외출 증명서 소멸, 야외에서 지인 만남 가능. 바 레스토랑 내부 영업 가능
9월 12일 6개월 만에 학교 개학
10월 26일 확진자 확산으로 세미 락다운 24:00 - 05:00 외출금지/ 바 레스토랑 18:00 이후 영업 금지
11월 6일 밀라노가 포함된 롬바르디아, 토리노가 포함된 피에몬테, 최남단 칼라브리아 레드존 지정 지역 봉쇄, 외출 및 이동 제한 적국 고등학교 원격 수업으로 모두 전환
11월 4일 이탈리아는 다시 락다운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3월과 다른 점은 전국 동시에 시행이 아니라 현재 가장 위험지역인 세 개의 주에서만 실시됩니다. 확진자 수치가 매우 높은 밀라노가 포함된 롬바르디아 주, 토리노가 포함된 피에몬테 주, 그리고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의료적으로 가장 낙후된 최남단 칼라브리아 주까지 코로나 심각 지역인 레드존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세 개 주는 출퇴근과 아이들 등하교를 제외하고 모든 외출은 규제되며 식음료업장의 모든 영업이 중지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 6일부터 전국의 고등학교는 일제히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2020년 3월 6일 코로나 확산이 가속화되자 이탈리아는 전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비슷하게 휴교를 했던 이탈리아 외의 유럽 국가에선 두세 달 뒤에 개학을 하기도 했지만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3개월 반이 여름 방학인 이탈리아는 애초에 9월 개학이 기정사실화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9월 14일 드디어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여름휴가를 마친 후였기 때문에 확진자의 확산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있었지만 일 년의 반을 학교가 없는 생활을 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개학은 절실했습니다. 특히, 이중언어를 쓰는 우리 집 남매에게 학교는 무엇보다 중요한 곳입니다. 학교의 존재는 이탈리아 말을 써야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온전히 이탈리아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아들은 코로나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의 반년이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엄마에겐 이탈리아 말이 정체되지는 않을지 조급함과 불안을 낳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유독 말이 늦어 3살이 넘어도 엄마 아빠의 단어만을 구사했습니다. 3월 중순 언어치료 상담을 예약하고 코로나 락다운으로 무기한 치료가 미뤄지던 차에 4월부터 갑자기 폭발적으로 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에 이탈리아 유치원의 부재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문제를 떠나 지난 반년 간 많은 분야가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해도 유년시절의 학교만큼은 현장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가족 밖에서 아이들만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와 시행착오들이 얼마나 큰 배움과 가치를 가지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7살과 첫째와 3살의 둘째는 물론 모든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반년 간의 학교의 부재는 그래서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정부에서 내려온 학교의 지침이 있었지만 각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규정을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립학교들은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경기 악화로 사립에서 공립으로 학교를 옮긴 가정도 많아졌고 수업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사립과 공립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사립학교 3곳 중 1 곳은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두 아이는 같은 학교를 다닙니다. 이 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같이 운영됩니다. 다시 시작한 학교는 초등학교 유치원의 등하교부터 동선을 완전히 나누어 놓았습니다. 교문에서 열체크와 손 소독은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며 아이의 등하교를 담당하는 부모의 인적사항은 매일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합니다. 3일 이상 결석 시에는 당당 소과 주치의의 건강진단서가 있어야 재 등교가 가능합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마스크 착용은 의무이며 외부에서 가져온 마스크는 사용할 수 없고 등교 때마다 학교에서 주는 마스크를 새로 착용해야 합니다. 귀에 거는 마스크는 아이들이 장시간 사용을 힘들어해서 뒤로 연결된 마스크를 지급합니다.
유치원의 경우 마스크는 필수 사항이 아닙니다. 단, 겉옷과 외부에서 신고 온 신발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교실로 들어오기 전 실내화로 갈아 신고 혹시 부모가 반으로 들어가야 할 때는 모두 신발에 캡을 착용해야 합니다.
발열 시엔 보건당국에 연락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며 콧물 기침 증상이 있을 시엔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둘째도 지난달 콧물이 흘러서 한 시간 만에 집으로 복귀당했습니다.
해외 리포터에서 각국의 학교 상황에 대해 글을 쓰자고 주제가 잡혔을 때만 해도 이탈리아의 학교 상황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마스크 착용률도 꽤 높고 이탈리아 국민들이 느끼는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은 아주 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학 후 3주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주변 학교에서 하나 둘 확진자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주제가 막 정해진 시점에 이 글을 썼다면 이탈리아의 현 상황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수준의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 상황 그대로의 글을 적어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확진자가 갑자기 확대된 것은 9월 개학이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학으로 감염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무증상자들이 식별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여름휴가 이후 많은 확산이 있었으나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구분되지 않았던 확진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학급 안에 발열 증상이 있을 시 전 학급이 검사를 해야 하고 확진자 접촉 시 가족 그리고 가족에 관련된 사람들까지 2차적 검사까지 이루어지면서 검사를 받는 사람의 범주가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재택근무에서 복귀한 직장인들까지 검사량이 늘어나자 확진자의 수가 크게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개학은 확산의 가속화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중학교 1학년까지는 부모가 직접 등하교를 시킵니다. 학교 내에서 미스크 사용과 방역을 조심하면 어느 정도 등하교 시 아이들을 조심시킬 수 있지만 문제는 고등학생의 경우입니다. 고등학교 내에서도 마스크 규제는 물론 등하교 시에도 컨트롤이 쉽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각 학교마다 방역의 강도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나폴리에선 손으로 이미 짚어 열을 쟀다는 웃픈 기사도 있었습...) 그러나 확진을 늦추기 위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부모는 직장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학교가 문을 닫은 고등학생들의 동선을 제재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오전 동네 놀이터에 잔뜩 모여있는 청소년들을 보며 학교를 열어두는 것도 닫는 것도 최선이 될 수 없는 현 상황의 딜레마를 느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이 되자 정부 내에서도 컨트롤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 버렸고 3월 락다운을 경험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현재 규제에 대한 믿음을 잃은 듯 보입니다. 올해 초에 비해 사망자 수치는 낮으나 확진자 수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고 외출이 자유로운 지금, 저희 마저도 심각함을 피부로 느끼기엔 조금 무뎌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삶은 나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행히 아이 둘이 다니는 학교에선 아직까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몇몇 부모들은 초등학교까지만 운영되는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하지만 부모들이 대부분 직장에 나가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제자매들이 있으니 안심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부모들은 보낼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은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학교가 허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루는 아이 픽업을 갔는데 교문을 나오지 마자 아이들이 얼싸안고 헤어지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부모들이 기가 차서 물었습니다.
_너희들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루 종일 같이 있었거든? 불과 1분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애틋하니?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같이 안 있었거든요!!
우리 계속 5미터씩 떨어져 있었어요!!!!
이제야 처음으로 함께 있는 거라고요!!!
매일 끌어안고 지내던 아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5미터만큼 멀어 보였나 봅니다. "우리 집에 놀러 와!!" 하고 소리치면 집에 가방만 벗어두고 달려가던 아이들이 내일 학교에서 보자는 인사가 아니면 만남의 기약이 없는 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아이는 워싱턴의 한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인 분이 워싱턴의 한글학교 교사인데 첫째 이안이를 온라인 수업에 초대를 했습니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중요함과 배움에 자극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이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워싱턴 한글학교의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말로 이야기해보라는 아이도 있었고 자신이 가진 책에서 이탈리아 단어를 찾아 읽어달라고 부탁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안이가 공룡을 좋아한다니 금세 공룡 이야기에 아이들이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에!! 이탈리아 사는 아이가 미국에 사는 아이들의 수업 참관이라니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나!! 감탄을 했는데 화면 속 아이들도 제 아이 그 누구도 이 상황이 신기하지 않은 겁니다. 아이들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놀라울 것 하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적응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 코로나가 당연한 시대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때를 돌이켜 보았을 땐 아주 특이했던 2020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앞으로의 삶에선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믿기 어렵겠지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던 그런 때가 있었다고 추억되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는 내일도 학교를 갑니다.
신나게 친구의 이름을 외쳐 부르며 교문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앞으로는 그 어떤 이유로도 학창 시절이 빼앗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매일입니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