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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Oct 31. 2020

코로나 시대  뉴욕의 학생과 학부모들.

수많은 소송과, 벌어지는 격차, 끝없는 변경 속의 우리들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전....

이 주제를 두고, 원래는 9월 개학 시점 이전에도 너무나 다이내믹한 상황 이어져서 이미 개학 이야기만으로 한가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역동적인 이 도시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에서도 잠자코 있지 않았습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충격적인 뉴스와 업데이트되는 변경사항들로, 썼던 내용을 지우고 다시 쓰고 초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기를 여러 번. 결국, 이 정신없고 혼란함이 이 도시의 현재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좋게 보면 역동적이지만, 이 힘든 시기에는 혼란의 카오스일 수 있다는 점이...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이겠거니..라고 자조하며 말이지요.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지금 보시는 내용은 10월 말을 기준으로 한 내용인 점을 깊이깊이 참고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미국, 오늘의 뉴욕.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홀랑 다 타버리고 잿더미만 남은 집을 마주한 상황... 과 같이 무방비 상태에서 처참하게 당했던 뉴욕의 어제를 공유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코로나 전쟁 속의 뉴욕' : https://brunch.co.kr/@sunheean0305/77) 벌써 반년도 더 지나 가을이 끝난 뉴욕의 오늘은 어떨까요.

우선 미국 전체는,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다가 영부인과 함께 코로나에 걸리기도 하며 무려 900만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곳입니다. 사망자 수가 10만 명일 때, 다들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어느새 20만 명을 지났고, 이번 겨울을 지나면 30만 명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지요. 전문가들은 이 코로나가 끝날 즈음 미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0만 명이란.

 = 서울시 강남구 전체 인구와 동일한 숫자.


바이러스의 확산 시작으로부터 불과 1년이 좀 넘는 시간에 그 어마어마한 인구가 모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뉴스를 보고 있는 제게도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미국 속 뉴욕은 정말 심각하던 시기를 조금 지나 현재는 다소 안정기를 흘러가듯 지나고 가을의 끝에 다시 한번 굉장히 긴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왜냐하면 미국 내 그 어느 곳보다 심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직격탄으로 맞은 도시였으니까요. 10월 29일 자료 기준, 뉴욕주 전체 누적 확진자 수는 무려 50만 명, 그리고 뉴욕 시(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 스태튼 아일랜드 이상 5개 버로우)의 누적 확진자 수는 26만 7천 명입니다. 

이 수치 역시 너무 엄청나 현실에 존재하는 수치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정도입니다.

by google


뉴욕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뉴욕의 학교는 3월 심각한 확진자 수의 증가와 함께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학교만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어요. 회사와 관공서, 레스토랑까지 모두가 문을 닫고 실내에 머물렀습니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죠. 그런데 여름으로 접어들고 기온이 올라가며 눈에 띄게 확진자 수의 감소 상태가 유지되자, 뉴욕시 교육청에서는 9월 새 학년 시작에 맞추어 학교를 다시 여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됩니다. 당시, 다른 주에서는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이었어서 대부분 100%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뉴욕은 9월 학기에 학교를 여는 방향을 검토한 것이죠.


단, 아직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안전하지 않다 느끼는 학생과 교사들을 위해서 선택의 여지를 열어줍니다.


블렌디드 러닝 (Blended Learning)
: 기존 학급을 교실 사이즈에 따라
특정 인원 이하로 조정,
반을 2-4개로 나누고
일주일에 1~3일 직접 등교하며,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
대면과 비대면의 혼합 학습 형태.


리모트 러닝 (Remote Learning)
: 등교없이, 모든 수업을 100% 모두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형태.


그리고 개학 전, 일종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뉴욕시의 리모트 러닝(100% 온라인 수업) 신청자의 인종을 분석해보니 56%의 아시안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편을 택했고, 그다음이 흑인 37%, 히스패닉 36%... 그리고 백인은 27%로 아시안의 거의 절반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9월 11일 기준 업데이트) 인종별로 이 바이러스를 대하는 의식이 어떠한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실이었죠.


학교를 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미국의 온라인 수업은 단방향이 아닌 '소통하는' 형태의 라이브 수업으로 대부분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학교가 문을 닫은 직후도 모든 수업은 라이브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새 학기의 시작 시점이 다른 주에서도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을 보아도, 라이브 수업 진행은 미국 내 온라인 수업의 기본 틀이 되고 있습니다.

하. 지. 만. 그.렇.기.에.!

모든 수업에는 이를 '진행할' 선생님이 필요하죠.

교실을 1/2이나 1/3으로 쪼개서 운영할 경우, 이를 운영할 선생님의 인력 역시 2배 또는 3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뉴욕이 코로나 시대에 맞이한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습니다.


학교로 돌아오기 두려워하는 교사들과 교육청 사이의 소송전,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간의 소송전

필요한 수만큼의 교사들이 학교로 직접 돌아오길 원하지 않자, 교육 관련 행정명령을 주관하는 뉴욕 시장과 교사노조와의 협의가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실내의 바이러스 전파여부에 매우 중요한 환풍기의 기능 검사도 간이로 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 그 간이 검사마저도 통과가 안 되는 곳이 많은 뉴욕시의 학교로 돌아오라는 교육청의 요구가 교사들에게는 생명권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결국, 뉴욕시 공립학교의 개학은.

9월 10일에서 21일로.

9월 21일에서 29일로 , 2차례 연기되었습니다.


물론, 너무나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덕분에 학부모와 아이들은 대 혼란의 도가니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소송 1. 교사 vs 교육청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운 교사들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 시즌에도 학교의 대면 교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9월 말, 뉴욕시 공립학교 운영에 대한 행정권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대면 교육을 중점으로 학교 오픈을 주장하고 있던  ‘뉴욕시장 블라지오’에 대해서 권한 중지를 요구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소송 2. 학부모들 vs 뉴욕시 교육청

지속적으로 등교일이 미루어지자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누가 지켜줄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교사의 생명권은 보호받지만, 아이들이 적정한 수준으로 배움의 시간을 보장받아야 할 배워야 할 권리는 누가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가 학부모들 사이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소송에 참여할 부모를 모집하는 학부모 리더들이 등장했죠.


소송 3. 학부모 vs 사립학교

일 년에 많게는 약 8천만 원의 학비를 내는 사립학교의 부모들은, 100% 리모트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학교의 방침에 반발하며 학교 측에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지난 3월.

그 어떤 시설보다 가장 빨리 문을 닫고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곳이 뉴욕의 사립학교들이었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그 어떤 곳보다 아이들과 교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던 뉴욕의 사립학교들의 2020년 신학기는 몇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습니다.

경우 1) 공립학교가 오픈하는 시기로부터 1달은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며 확진자 수 증가 추이를 보고 추후 운영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경우

경우 2) 2020년 신학년의 시작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겠다고 하는 학교들.

사실, 이미 한국의 엄청난 방역과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뉴스를 통해 보고 있는 저로서는 이러한 사립학교들의 조치가 매우 타당해 보였습니다. (적어도. 별다른 조치도 없이 일단 학교를 연다는 공립학교의 방침보다는요) 그리고, 아이들은 '무증상'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기에 교육청의 일괄적인 행정 명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립학교들의 이런 조치가 매우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일부 공립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사립학교의 조치를 두고 '공립학교 학생들이 바이러스 확산 여부를 확인하는 기니피그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곳은 미국. 그리고 뉴욕.

리모트로 학기를 시작한 제 눈에는 마냥 부럽게만 보이던 사립학교의 조치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공립학교도 일주일에 며칠은 등교를 진행하는데... 왜 학교를 열지 않는지에 대한 컴플레인을 하며 학교로부터 '정당한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1년에 8천만 원 가까이 낸 등록금에 대해서 반환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집단이 생겨났죠. (하긴, 이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지불하는데, 집에서 아이를 곁에 데리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생각하면, 그 보상심리 또한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 수많은 상황들을 목격하며 제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던 것은, '국가 또는 집단'의 가치가 '내 개인의 가치와 행복'에 우선할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강한 신념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일지라도, 내 권리에 대한 옹호가 최우선인 삶의 방식. 이미 업데이트된 다른 유럽지역의 특파원들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미국의 모토를 이루는 것이 유럽으로부터의 수많은 이민자인 점을 감안할 때....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유럽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은,아래 유럽의 각 국가별 특파원 분들의 글을 읽어보셔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 특파원 파리라치님 : '팬데믹 속 그사세는 계속된다' https://brunch.co.kr/@meslivres2020/51

폴란드 특파원 주주연 님 : '코로나 시대 폴란드의 학교는' https://brunch.co.kr/@seluetia/73

독일의 특파원 이진민 님 : '코로나 시대 독일의 학교와 유치원은 이런 모습입니다' https://brunch.co.kr/@jinmin111/128

영국 특파원 새벽 두시님:  '코로나 시대 학교에 가야 하는 영국 학생들의 현실' https://brunch.co.kr/@happydora79/76



이렇게 다양한 소송의 풍년 속, 아이들도 부모들도 혼란의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의 시작 후는 어땠을까요?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생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걱정인 미국 내 다른 장소들과 달리, 이미 한차례 혹독한 시기를 지난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어느 정도 일상품으로 이제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점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학교의 시작과 동시에 놀이터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의 비율이 매우 증가했습니다.

왼쪽: Credit: Getty Images - Getty , 오른쪽:Credit: Alamy

아침에 운동장에서 학부모들 또는 주양육자와 함께 등교하여 인사를 나누던 풍경 대신, 일정한 간격으로 줄 서서 학교에 들어가는 풍경이 당연해졌습니다. 또한, 등교일 전에 학교에서 나누어준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고 학교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상황도 추가되었죠. 등교자들을 대상으로 한 랜덤 바이러스 테스팅은 그 숫자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전체 확진자 추이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일단은 진행 중입니다.

모든 아이들의 소지품은 공유되어서는 안 되며, 선생님 역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신체적인 터치를 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합니다. 덕분에, 스낵이나 점심 도시락, 물통 역시 선생님이 열고 닫는 것을 도와줄 수 없기에 반복적으로 '아이 혼자 열 수 있는' 케이스에 담아 보내줄 것이 공지되었습니다. 아침에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우는 아이들 역시, 이전에는 선생님의 손의 온기와 토닥거림이 있었다면, 지금은 긴 끈을 잡고 교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 역시, 아이들은 각자의 책상 내의 박스 외 공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마스크가 아이들과 선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한다." "너무 심한 규제가 아이들로 하여금 이 상황에 대해서 더 패닉 하게 만든다." "정해진 공간 속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은 마치 우리 안의 동물 같다."

바이러스보다는, 다른 가치들을 우위에 두는 의견들입니다. 마스크와 격리, 규제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국에서는 나올 수 있을 의견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수많은 물음표들을 만면에 띄우고 들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심각한 상황 속 다소 어이없게도 들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뉴욕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등교하는 일정 외의 시간에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습니다. 이 날은 리모트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합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은 동일한 담임에게 5일 내내 수업을 듣는다면, 블렌디드 러닝의 아이들은 직접 학교 가는 날의 담임과 집에서 온라인 수업 듣는 날의 담임이 달라 2명의 선생님을 1년 동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100%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의 생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의 하루는, 뉴욕시에서 권장하는 온라인 수업 시간을 기준으로 다음과 공지되었습니다.  

개학 첫 달 9월 라이브 수업 : 하루에 75-85 분 ==> 10월 라이브 수업 : 하루에 80-90분==> 11월~12월 라이브 수업: 하루에 90-100분 (*초등학교 1학년 연령 기준 진행 시간)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온라인 수업 시간 기준표

선생님과의 대면 수업이 중요하게 여겨지긴 했지만, [온라인= 컴퓨터 화면]이라는 특징을 고려할 때, 아무리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와 피로도는 실제 대면교육과 비교 불가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넣어가며 선생님들의 고분군투와, 아이를 돌보며 같이 수업을 챙기는 부모들의 고분군투가 이어졌습니다.

초1 예시 시간표


다행히,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잘 활용하는 선생님들의 실력은 지난 학년보다 더 진화하여 일종의 '온라인 라이브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공립학교 간의 학력차, 공립과 사립의 학력 수준의 차이...

그런데,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낸 사실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인 학습 환경의 변화가 '부'의 차이로 인해 엄청난 학력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었죠. 빈부 격차를 논하자면 '하늘과 땅'의 차이가 아니라 '천국과 지옥' 수준의 차이로 말해야 적절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극화의 상징이기도 한 이 도시 뉴욕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해 드러난 교육환경의 민낯이 '재력'으로 얼마나 크게 또 달라질 수 있는지 여실이 보여주었습니다. 교육청의 예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부모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뉴욕의 공립학교는 학교가 속한 zone(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기존의 교육 수준이 유지되기도, 또는 추락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의 발발과 함께 뉴욕을 떠나 교외로 빠져나간 사람들이 많은 지역의 학교는 부실해진 재정 상황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콘텐츠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반면, 이미 기존 거주지인 집의 '주인'인 경우 쉽게 이주를 결정하지 않으며 머무는 쪽을 택한 경우가 많아 기존 학교의 등록률이나 기부금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의 시작 이전과 이후 유사한 수준의 교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면교육의 필요성과, 홈스쿨링의 증가

그런데, 학교가 시작한 뒤.... 잊고 있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립과 공립을 떠나, 겨우 일주일에 2-3일을 학교에 가는 이 아이들이.

그 학교 가는 날을 정말이지 너무나 기다리고 즐거워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예전에는 학교 가는 날이면 가기 싫다고 했던 아이들조차 등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신기하다는 학부모도 있었죠.


사람이 주는 온기가,
사람 간의 교류가 그리운 아이들.

그 어느 곳보다, 타인과의 교류와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미국이었기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만 들어가 정해진 범위 내의 사람들과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모두에게 심각하게 힘든 그 무언가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부모와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도 좋았을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쌓아가는 추억의 공간이, 인적인 교류가, 이 작은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간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동시에, 이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공간과 행동의 규제'가 존재하는 학교에서의 생활로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전에는 누구도 생각한 적 없는 '홈스쿨링'이 바로 그것입니다.


집에서 단순히 학교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형태가 아닌, 학교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로 교육청에서 정한 몇 가지 필수 커리큘럼을 부모가 주도하여 직접 또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교육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집'이 '학교'이며 '부모'가 '교장'이 되는 상황이랄까요.

CHRISTOPHE VANDER EECKEN / LAIF / REDUX

온라인보다 훨씬 효과적인 대면 수업이 가능하고,

원하는 공간에서 언제나 진행이 가능하며..(예를 들면, 이렇게 산에서 특별한 돌멩이를 만나보는 것도 하나의 홈스쿨링이 되겠지요?)

부모들의 재택근무나 좀 더 공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곳의 이동에 구애받지 않는 점.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로부터 안전하며,

만나는 선생나 교육자의 선별에 부모가 직접 관여할 수 있으며 부모의 적극적인 의견 반여가 가능한 점.

또한, 각종 문화와 예술과 학습 리소스가 충분한 뉴욕이라는 도시 환경 (코로나 중이라도 말이지요)

등등등...


바로 이런, 이전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홈스쿨링'이라는 포맷이 매우 매력 있게 학부모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일전에는 홈스쿨링을 일생에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등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뉴욕시 교육청에서는 신청단계를 간소화하고 결과 보고 양식을 간편화 했습니다. 홈스쿨링 오피스는 쇄도하는 신청 레터로 기존보다 처리가 1-2주 늦어진다는 점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기존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새로 업데이트된 홈스쿨링 관련 가이드라인./ 뉴욕시 교육청 웹사이트

마치... 회사로 가야만 업무가 가능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재택'으로도 충분히 회사가 돌아가고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코로나를 통해 새로이 깨달은 것과 같이. 꼭 '학교'라는 시설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풍부하고, 학습의 방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뉴욕의 코로나와 학교를 둘러싼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 중입니다.

등교 여부 설문 시 직접 등교 예정이라 답한 비율 (전체 뉴욕시 학생 중)
10월 9일 : 56%
10월 26일 : 26%

쌀쌀해지는 날씨와 함께 많은 학생들이 무섭게 온라인으로 전환 중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났습니다. 네, 저도 무섭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늘어날 콧물과 재채기 가요. 그러니, 학교에 보내고 있던 부모들 역시 시시각각 선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죠. 그 덕에, 쿼터별로 학교로 등교할지 vs 온라인 수업을 받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던 방식이 11월 2일 월요일 한 번의 결정으로 남은 학년의 모든 날을 고정하겠다는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직접 등교자의 비율(전체 공립학교 학생수의 26%) 때문에 시 전체적으로 굳이 직접 등교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9월 오픈 이후 브루클린과 퀸즈 지역을 위주로 169개의 학교가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로 특정 기간 임시 휴교를 하는 경우는 이와 같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안정적인 백신의 보급이 되는 그 날까지.

뉴욕의 학생들과 학모들은 어떤 선택을 이어갈까요.

정해진 답안을 따르며 모두가 같은 방향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에 비하니, 참으로 그 미래가 뿌옇게 보이는 뉴욕입니다.




[참고기사 및 자료]


https://www.timeout.com/new-york-kids/news/new-data-from-nyc-schools-reveals-remote-learning-signups-are-increasing-101520

https://news.google.com/covid19/map?hl=ko&mid=/m/02_286&gl=KR&ceid=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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