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시리즈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몇몇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소개할 미국, 폴란드, 독일, 홍콩, 영국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아침 7시.
예전 같으면 이미 일어나서 한 손으로는 아이와 남편의 아침상을 차리고, 다른 손으로는 점심 도시락을 싸고... 목소리로는 다들 일어나라며 채근하고, 귀로는 아침 뉴스 브리핑을 듣던 시간.
아침 8시.
식사와 8시 30분이면 교문이 닫히는 학교의 등교 준비를 마친 아이와 남편이 신발을 신고 나갈 준비를 하고, 나는 식탁을 치우며 나의 출근을 준비하며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왜인지 이 시간 즈음에는 더 빨리 가는 것 같은 시계를 가리키며 "얼른얼른~~~~~!!!"이라 서두르던 시간.
불과 몇 달 전까지, 수년을 반복한 "일상"이었는데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2020년 3월 15일을 기준으로, 같은 시간 우리 집의 아침은 이렇게 변했다.
기상시간은 비슷하지만, 훨씬 더 느긋하게 식탁 앞에 앉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아침을 먹는다.
갖가지 화려한 스타일로 스타일링하기를 즐기던 우리 집 꼬마는, 이제 파자마 차림으로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아이패드를 연다. 그리고, 그 옆의 나와 남편 역시 편안한 운동복 아니면 파자마 차림으로 사라져 버린 출근 시간만큼 게으름을 부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는 학교가 아닌 집의 책상에서, 아이패드로 Zoo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생님& 반 친구들과 아침 미팅을 하며 홈 스쿨링이 시작되고... 그 옆에서 나는 아이 학교의 자료와 숙제들을 확인하고, 남편은 일을 시작한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생명체는.... 우리 가족의, 그리고 이 도시의, 이 나라의, 지구의 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어버렸다.
한국이 신천지로 인해 온 국민이 패닉에 빠진 시점, 뉴욕의 일상은 너무나 평온했다.
하지만, 선행학습의 귀재인 한국인답게... 우리 가족은 한국의 상황이 아주 가까운 미국의 미래일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 상황에 대한 뉴스와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며 일종의 마음의 준비는 했다. 이 곳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 마스크였지만 인터넷으로 열심히 주문하고, 손세정제와 소독약 등을 구매해두기 시작하며 언젠가는 닥칠 상황을 준비했는데...
정작, 선행학습 무색하게 예상과는 심히 다른 현실 상황에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었다.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아무런 공지가 없는 학교.
심지어... 아이가 다니던 시설로부터는 확진자가 나왔지만, 소독을 잘했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그다음 날인데도 아이의 방과 후 활동은 이상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안내까지.
그런데 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생활과 상관없이 무서운 속도로 비어가던 마트의 식료품과 생필품들까지.
'어..... 이상한데... 이 상황에 이런 대응은 좀 이상한데?????'라는 의구심과 '그래도 뭔가 믿는 구석이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있으니 이러.. 겠지..??'라는 이 사회구조에 대한 남아 있는 신뢰가 끊임없이 머릿속을 오가던 어느 날.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내려진 Stay at home order(실내에 머물 것을 시민들에게 권유하는 행정명령)로부터 한 달 후인 4월 16일 기준.
미국은 확진자 66만 명, 사망자 3만 3천 명으로 피해 규모로 중국을 제치고 (물론, 중국 숫자는 지금도 의뭉스럽지만...)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뉴욕은 [Epicenter of the Epicenter ( 진원지 중의 진원지) ]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엄청난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기록 중이다.
확진자 숫자만 기준으로도 미국 내 최대인 것으로도 모자라, 전 세계 국가별 확진자 숫자와 비교해도 이미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이다. (미국 전체 67만> 뉴욕 주 21만 > 스페인 18만 > 이태리 17만....).
이렇게 "상황이 좀 나쁘다"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이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이 나라의, 이 도시의 면면은.
실망과 절망. 그리고 놀라움이 교차하는 그 중간 어디 즈음이다.
처음 공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매장과 오피스 문을 닫고 모든 시민들이 집에 머무를 것을 권하는 행정 명령이 내려진 시점에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던 것은 학교가 학습의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었다.
그 첫 번째.
음식
전미에서 가장 큰 공립학교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뉴욕의 1백만 명이 넘는 학생들 중, 11만 명이 넘는 숫자가 홈리스 아동으로 분류된다. 공립학교에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식사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이 수많은 아이들에게는,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식량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뉴욕시의 경우에도 학교 클로징을 최후까지 보류했었다.
당연히, 이 빈곤층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필요한 도움은... 교육의 지속도 아닌 "음식". 그리고 음식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거주지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자마자 뉴욕 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부분은 교육 콘텐츠가 준비가 아닌, 아침+점심 2끼의 식사를 아이들이나 아이들의 보호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부분이었다. 그 후, 많은 공립학교의 식당들이 배급처가 되어서 매일 아침 7시 반~1시 반 사이에 아이들이 수령할 수 있도록 돕고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저소득층의 결식아동을 위해서만 시작되었던 음식 배급은, 후에 성인까지 포함한 프로그램을 확장되게 된다. 결식 '아동'이 아니라 결식하는 '성인'이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지만.... 한국과 다르게, 도시의 모든 시설이 문을 닫고 필수 불가결한 비즈니스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제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정말 음식 재료를 사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생계 곤란에 처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21세기의 필수 불가결 요소 '인터넷'
방학중에 개학이 미루어진 한국과 달리, 한창 학기가 활발히 진행되고 각종 행사가 진행 중이던 중간에 맞이한 휴교의 시작은 정말 카오스였다.
처음 한 주 동안은 선생님들이 교육 지속 방안을 고민하느라 완전한 가정 보육이 이루어졌고, 바로 일주일을 쉰 다음부터 E-LEARNING을 통한 학교 수업이 재개되었다.
아침 9시면 반 친구들 & 선생님들과 함께 ZOOM을 통한 아침 미팅이 시작되었고,그 날 그 날 해야 할 과제와 자료들이 구글 클래스룸에 업데이트되었다. 선생님들의 디지털 프로그램에 대한 숙련도에 따라 수업의 내용은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지사. 아침 미팅에 각자 떠드는 아이들로 곁에 앉은 우리까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덤이었다.
아이들은 아이패드 또는 노트북을 끼고 책상에 앉아 선생님들이 준비해주는 자료를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 하나씩 따라가고, 그렇게 중간에 진행된 숙제들은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으로 첨부하여 제출하는 온라인 클래스는.... 그렇게, 시작 첫날부터 혼돈의 도가니로 매우 많은 부모들이 벽장 속에 넣어둔 와인병을 꺼내게 해 주었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런 투정이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몇 가지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두가 인터넷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집에서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 있던 아이들이 많았고...이를 돕기 위해서 대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SK텔레콤 또는 KT와 같은 대규모 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들이, 언제까지 길어질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한 휴교 상황에도 아이들이 원활히 인터넷에 접속하여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무료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개방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하여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학교 휴교와 동시에 온라인으로 출석 체크, 온라인으로 숙제 제출, 온라인으로 자료 청취, 온라인으로 발표, 온라인으로 선생님과의 미팅이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기반인 인터넷이 없다는 것은 학교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하게는 학교의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모를 제외하고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 제2의 어른인 교사들은 아이들이 보호자에 의해서 학대를 당하는 경우는 없는지 지켜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기업들이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와이파이 서비스가 지켜줄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 같다.
물론, 인터넷만 연결된다고 수업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을 타고 선생님의 온라인 교실로 넘어갈 '컴퓨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컴퓨터는, 약 30만 대의 아이패드를 애플사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한 교육부가 각 가정에 이와 같은 기기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배포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의 정신의 안정.
4월의 토요일 아침.
CNN으로 세서미스트리트 캐릭터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빌려서 “아이들을 위한 코로나 바이러스 Q&A”방송을 진행한 것.
패닉에 빠져있는 어른들 못지 않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뀌어 버린 상황 속에 어리둥절한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 방송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불안이나 걱정 등을 고려한 질문들과 응답을 들으며...당장 아픈 사람들 못지 않게 살펴야 할 “견디고 있는 모두의 정신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질문들도 머릿속을 두드렸다.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만약...
집이라는 공간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면...?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뉴욕주의 노력 역시 진행 중이다. 가정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도망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쉘터와 임시 거처 등을 제공하고 이를 사람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코로나 비상 알림 서비스를 통해서 이 내용을 꾸준히 공지 중이다.
이미 911을 경험한 뉴욕의 많은 사람들은, 당장의 눈에 보이는 피해 이후에 지속되는 정신적인 피해와 그걸 채워가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위와 같이 뉴욕 시를 통해서 모두에게 공지되는 내용 외에도.... 학교를 통해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주양육자의 정신적인 건강'과, 사회성을 길러야 할 시기에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케어가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직접 모두가 모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컨설테이션이나 강좌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에 '정신' 건강을 챙기려 하는 이들의 노력이 가상하기만 하다.
자, 이 즈음되면...
집에서 아이 + 재택근무로 집에 있는 남편의 삼시 세 끼와 간식까지 챙기고, '홈스쿨링'이라 쓰고 '선생님이 만들어 준 자료를 엄마가 읽어주고 엄마가 체크하는 스쿨링'이라 읽는 이 모든 활동을 주관하며. 거기에 일도 하는 어머님들이 계시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나의 정신적 건강은 누가 챙겨주나...?
누가 날 챙겨주냐고 오오오?!
가끔 소리 지르고 싶을 만큼 답답함이 밀려오는 이 상황과 이 감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모든 상황에... 영상 속 이스라엘 엄마처럼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가 차오르는 마음은,
온 글로벌 엄마들이 한마음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NcG6UAtDk4I
며칠 전, 뉴욕 주지사는 Stay Home Order가 5월 15일까지로 연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즉, 5월 15일까지는 외출도 삼가고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고, 모든 상점과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될 예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뉴욕 시'의 경우 이미 이번 학년의 학기 말까지 학교 개학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공지했는데, [학교시설의 운영은 기타 상업 시설 및 사업장(회사 포함)이 모두 문을 여는 시점에 함께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지사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고려해본다면.... 원래 예정되어 있던 학년 말인 6월 말까지도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물론... 테스트도 충분히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포함한 기본적인 방역 용품도 없는 상태에서 4월 말부터 체육관을 포함 일부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는 일부 지역의 주지사들과, Stay home order를 철회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고 하는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이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접하면서..... 이 바이러스의 비극은 이 '미국'에서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 보다 훨씬 더 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매우 확신적인 비극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진 아이들의 유모나 베이비시터들을 부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불안정한 생계를 더 걱정하며 무상으로 급여를 지급하자는 아이 엄마들의 커뮤니티의 글들, 집에 있는 사람들이 창밖으로 붙인 만든 간호사와 의사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들, 저녁 7시면 그 모든 감사한 사람들을 향해 울려 퍼지는 박수와 갈채 소리. 평소에 자주 가던 작은 레스토랑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올리는 사람들. 노쇠하거나 몸이 좋지 않은 이웃을 위해서 장을 대신 봐다주겠다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커뮤니티의 이야기들을 보며 바라본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타주의가 동시에 넘실거리는 이 곳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나간 아이들이 기억하게 되는 것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관련 기사]
https://abc11.com/health/spectrum-offers-free-internet-to-students-amid-covid-19-pandemi c/6017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