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시리즈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몇몇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소개할 미국, 폴란드, 독일, 홍콩, 영국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미국의 테네시 주 내쉬빌에 머물게 된 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9월 이곳에 도착하여 만 5세 아들의 학교 등록을 마치고, 가까운 식료품점에 찾아가는 길을 익히고, 또 이것저것 주소지 변경 절차를 밟다 보니 어영부영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야심 차게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전진하려던 찰나,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럼 우리 아이 교육은?” “한국은 못 가는 건가?” “구입해 놓은 연간회원권은 어쩌지?” 뭐 이런 철없는 생각들이었다. 아이의 학업이 전면 중단된 2월 말부터 집콕 모드에 돌입하여 일주일쯤 지났을까? 남편의 재택근무가 시작되며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대혼란의 시기가 찾아왔다.
“엄마 놀자.”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의 정서적 불안감 못지않게 아이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유독 심하게 놀아달라고 때를 쓰고, 눈물이 많아진 것. 나야 매일 밤 와인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지만 밖에도 못 나가고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아이의 쓰라린 맘을 어떻게 다독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가 머무는 미국 테네시 주에서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기에 무기한으로 미뤄진 학습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건반 위에서 좀 놀아봤던 손가락을 재빠르게 놀려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어보니 생각보다 학습에 관한 커리큘럼이 많은 경우 무료로 개방되어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뭘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을 정도. 무기한 휴교가 결정된 첫 번째 주에는 Kidz A to Z 앱을 통해 "듣기"와 "읽기"학습을 진행했고, 토도수학을 통해 "수학"학습을 병행했다. 글쓰기는 온전히 내가 담당해야 했는데 막상 아이를 지도하려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어수선한 일주일 동안 아이를 관찰해 본 결과 짜증이 많아졌고, 대답하기를 귀찮아했으며, 눈을 비비는 일이 많아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되짚어가던 중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아이는 아이패드에 무리하게 장시간 노출되어 있다.
사실이었다. 아이의 짜증과 피곤함, 무책임한 행동들은 주말에 30분 이상 TV를 시청한 아이가 보여주는 반사적 행동과 같았다.
"아뿔싸..."
아이에게 효과적인 학습방법으로 선택된 화려한 앱들과 프로그램들이 실은 아이를 영상기기에 장시간 노출시키게 되고 눈의 피로는 물론 능동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로잉맘에서 출간한 "디지털 패어런팅"이라는 매거진을 눈여겨봤을 때에도 우리 아이에게는 먼 이야기인 것 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닥쳐와있었던 것. 아이가 기계와의 소통에 너무 갑자기 노출되었고 청각, 시각적 자극에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반응할 기회들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초점 잃은 눈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아이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정서코칭." 가슴속에서 커가고 있는 두려움, 화남, 짜증, 불안, 까칠함 등을 마주하고 다스릴 방법이 절실했던 것이다. 우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상황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그 이후에는 아이의 쓰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했다.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에 장시간 몸담아온 피아니스트 엄마로서 이 상황에는 '만국 공통어' 예술이 적격임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지역사회를 알아가기 위해 틈틈이 구독해뒀던 제3의 기관들로부터 아이들의 정서 코칭을 위한 “코로나 19 대응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말을 걸어 줄 제3의 어른들이 곳곳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1. 내쉬빌 공공 도서관(Nashville Public Library)
코로나 사태로 내쉬빌 지역의 모든 공공시설이 무기한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곳의 도서관들은 책을 빌려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 공간 또한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퍼팻쇼를 상영하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Hands-on활동을 하며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판이 깔려있는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너무나 매력적인 이곳.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한두 시간은 스치듯 지나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서관의 기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이 시점에 이 멋진 도서관이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코로나 대책은 무엇일까? 한 번 살펴보자.
- Music from Main (puppet song time w/ Greg and Morgan)
Greg와 Morgan, 이 두 명의 진행자가 꾸려가는 인형극이다. '컨츄리 음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시의 명성답게 정겨운 컨츄리 음악을 배경으로 한 각 에피소드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에피소드는 매주 1회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업로드된다. 4/17일 업로드된 따끈한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이번 이야기는 홈스쿨링 동안 괴물로 변해버린 한 아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Sometimes different is better"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NashvillePublicLibrary/videos/2872949896133316/
- Babies & Books Storytime with Miss Leanna
매주 목요일 오전 9:30부터 10:30까지 진행되는 스토리타임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보호자와 함께 이 시간에 참여하는 어린아이들은 매주 엄선된 내용의 스토리타임을 갖고 독후활동으로 마무리한다. 곧 잘 길을 잃어버리는 마우스 캐릭터 "페기 수"와 함께하는 스토리타임 동안에는 책을 읽는 활동뿐만 아니라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한다. 한마디로 오감발달 문화센터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수한 영어 그림책을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하고 의미 있는 독후활동으로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젊은 보호자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 아쉬운 대로 당분간 이 프로그램은 Virtual로 이루어진다. 사랑스러운 Miss Leanna가 이끄는 Virtual story time "In the Garden"을 첨부한다.
https://www.facebook.com/NashvillePublicLibrary/videos/224819298758035/
- Online weather classes with NWS Nashville
NPR 웹사이트에서 관리하는 공지사항에는 유용한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특히,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코로나 대응 무료수업에 관한 글들이 눈길을 끈다. 그중, National Weather Service 기상청에서는 무료 등록을 기반으로 한 날씨 강좌를 소개한다. 매주 다른 주제로 천둥번개부터 홍수, 눈사태, 몬순 등을 다룬다. 사전에 웹사이트에 접속해 등록을 해야 하고 본인의 컴퓨터나 영상기기에 Go to meeting이라는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날씨 주제에 대하여 상세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1시간) 3월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클래스는 4월 29일까지 스케줄이 잡혀있다. 강의 스케줄을 첨부한다.
https://www.weather.gov/ohx/weather101
- Crafts and Activities for Kids (available online books and more)
도서관에서는 가정보육 중 집에서 할 수 있는 크래프트 책들의 리스트를 수시로 공유한다. 이메일로 간편하게 받아 볼 수 있는 이 리스트에는 온라인 서적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아이디어 책들이 포함되어있다. "오늘은 뭐하지?"에 이어 "내일은 뭐하지?"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게 되는 요즘, 정말 필요한 정보이다. 쉬운 만들기부터 코딩, 레고 만들기, 바느질 등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가 다양하다. 도서관 웹사이트에 게시된 하나의 리스트를 공유한다.
- ArtistWorks for Libraries
이번에 소개할 웹사이트는 도서관 카드와 핀을 소유한 사람(거주지 확인 후 무료가입)에게 제공되는 회원서비스이다. 무려 35가지의 악기 레슨이 무료로 제공된다. 내가 아들과 함께 가장 덕을 보고 있는 웹사이트이기도 하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2분에 이르는 레슨 영상들은 악기를 독학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특히, 정서적으로 많은 위로가 필요한 이 시점에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 Family Folk Tales Podcast
Nashvile Public Broadcast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스토리 타임이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라디오 프로그램이며 선명하고 깔끔한 음질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각 에피소드는 챕터북 수준이며 미국 성인의 보통 읽기 속도로 10분~30분 정도의 길이이다. 만 5세 아들과 들어보려 시도했지만 단어의 어려움과 집중력 한계로 중간에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엄마 개인적으로는 영어 듣기와 쉐도잉 말하기에 굉장한 도움을 받고 있다.
- Story time with The Professor and Ketch Secor
자신을 "교수"라고 부르는 Brian Npl의 페이스북 타임 계정에서 방송되는 20분가량의 스토리 타임이다.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카메라를 촬영하는 딸과 반려견의 깜짝 출연 등 한시도 딴 눈을 팔 수 없는 진행이 압권이다. "It's a great day to make some new friend!"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sing and read와 puppet show를 넘나드는 활기찬 분위기를 직접 확인해보기를! 링크를 첨부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공간(집)을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 소개하는 열린 마음이 담긴 따뜻한 영상이다.
- NPL YOUTUBE channel (Wishing Chair Production Puppet Show)
NPL은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플레이 리스트 목록에서 주목해야 할 리스트는 바로 Whiching Chair Productions. 위에서 소개한 Brian Npl(Brian Hull, Wishing Chair Productions Director)가 만들어낸 영상물을 한데 모아놓은 목록이기 때문. 한여름밤의 꿈부터 햄릿, 헨젤과 그레텔 등 들으면 바로 아는 재생목록들이 눈에 띈다. 나는 아들과 함께 The World of Mother Goose를 관람했는데 정말 만족! Rhyme을 다룬 이야기로 아이들을 향한 친절한 대사들과 정성스러운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 리듬 공부는 덤!
https://www.youtube.com/channel/UCxI-m-of7ohyCQgsVf1Q74Q
- Do You Miss Story Time? (all sort of Storytime links included)
도서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인 스토리 타임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나섰다! 그림책 작가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각장의 SNS 계정을 통해 스토리 타임을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NPL이 게시한 아래의 링크에서 Penguin kids, Oliver Jeffers, Pete The Cat Club으로 바로가기 링크를 확인할 수 있다. 나와 아들은 Mo Willems의 Lunch doddle 시리즈를 즐겨보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의 작가를 만나고 또 그의 대표 캐릭터들을 함께 그려보면서 적막했던 오전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갈 수 있었다.
- Children (Online e-book download and more)
NPL에서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소스를 한데 모아놓았다. NPL 도서관 ID와 핀넘버만 있으면 Ebook다운로드가 가능한 사이트부터 다양한 이벤트들을 포함하고 있다.
https://library.nashville.org/books-movies-music/children
아이가 퍼팻쇼를 관람하고, 좋아하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지며 능동적 사고력과 감정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디지털 노출에 나도 꼭 함께 참여했다. 아이 곁에서 말 걸어 주고, 맞장구쳐주고 하며 제3의 어른들이 제공하는 따뜻한 서비스가 헛된 수고가 되지 않도록 애쓰면서...
2편에서는 Nashville Symphony (Schermerhorn Symphony Center)가 제안하는 코로나 대응법을 살펴보겠다.
NPL website
https://library.nashvill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