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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정 Apr 27. 2020

코로나에 대응하는 제3의 공간 정서 코칭 (2)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시리즈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몇몇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소개할 미국, 폴란드, 독일, 홍콩, 영국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엄마, 다운타운에 가고 싶어."

앗, 이 말은 아이가 지금 몹시 심심하다는 사인이다. 엄마도 이렇게 몸이 근질근질한데 이제 만 5세 우리 아이는 오죽할까. 생각해보니 아이가 자동차를 타지 않고 가벼운 산책만 해온지도 벌써 두 달을 꽉 채워가고 있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또 햇살이 좋으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차창 밖 구경을 즐겨하던 아이 었는데..


이 생각에 미치니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몇 가지가 떠올랐다. 아이의 창밖 구경이 반강제로 종료된 이후 달라진 점이라고나 할까.


우선, 아이가 온전히 다양한 음악을 들을 기회가 현저히 줄었다. '자동차 안'이라는 공간은 아이와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공간이었다. 차 안은 내 어린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옷도 갈아입히는 보살핌의 공간이었다가 음식점, 놀이터, 박물관에 데려다주는 기다림의 공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눈물을 쏟아내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박장대소할 수 있었던 프라이빗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안에 항상 음악이 있었다. 미리 저장해 놓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동요, 클래식, 팝송, 크리스천 워십송, 락, 힙합 중 골라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날그날의 무드는 항상 아들이 정하곤 했다. 세상 가장 편안한 자동차 의자에 앉아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들과 내가 하나로 똘똘 뭉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자동차를 타고 나갈 일이 없으니 의미 있는 음악 감상의 시간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또, '아이의 궁금증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창 밖의 풍경들을 관찰하며 날씨도 예측해보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는 '똥 마려워서' 혹은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는 '졸려서'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아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얼마만큼 키가 자랐고, 손가락이 힘이 세어졌고 머리카락이 길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무덤덤해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집 안'이라는 제한된 작은 공간 안에만 머물면서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자극들이 부족했으리라 생각한다. '밖은 위험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기에는, '아무거나 먹을래'라고 단념하기에는, '너무 심심해'라고 슬퍼하기에는 아직 너무나 어린 내 아이. 불과 3개월 전, 들뜬 마음으로 다운타운을 방문했던 내 아이의 활기가 그리워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 우리 모자는 종종 차를 타고 내쉬빌 다운타운에 방문하였다. 낮이나 밤이나 다운타운에는 라이브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널따란 브로드웨이 양옆을 가득 메운 라이브 카페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미국 전역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가득 찬 음식점과 박물관은 항상 새로웠다. 아들과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보다 거리 위에 잠시 멈춰서 음악 감상을 즐겼고, 그러다 지치면 골목골목 숨어있는 아이스크림 집과 달달한 간식 가게에 들려 당충전을 했다.

우리가 내쉬빌 다운타운에 처음 방문한 것은 내쉬빌 심포니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였는데 그 첫인상이 굉장했다. 우선, 친분이 있던 피아니스트 친구가 내쉬빌 심포니와 협연을 하게 되어 우리를 연주회장에 초청하였고 덕분에 우리는 백스테이지 투어와 더불어 무대와 초근접한 자리를 배정받았다. 이 특별한 초대를 통해 아들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연주 감상 후 달콤한 쿠키는 덤! 이 날 이후로 아들은 달콤한 유혹에 빠져? 다운타운에 방문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내쉬빌 다운타운에 자리 잡은  심포니 센터 앞(왼쪽), 심포니 센터 안 정원(중앙), 공연 후 맛있는 간식(오른쪽)


하지만 이제 다운타운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아니 간다고 하더라도 예전 같은 활기찬 다운타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을 즐기고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 없는 음악의 거리는 앙꼬 없는 붕어빵일 테니. 그렇다면 아이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내 아이의 무뎌진 마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선, 아이의 학습을 담당하는 Metro Nashville Public School의 코로나 대응 방안을 살펴보았다.


이게 온라인 수업이라고??

EBS 공영 교육방송을 큰 축으로 일관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과는 달리, 미국은 주(State) 마다, 또 그 안의 카운티(County) 마다 구축된 교육시스템이 다르다. 특히 내가 머무는 미국 테네시 주 내쉬빌 지역은 교육 대안 마련이 엄청나게 늦어졌다. 늑장대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지간히 애를 태웠다. 4/23에 최종 제시된 공지사항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무기한 방학이 시작된 이후 4/27일(월)에 grade 5-11를 위한 첫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다. 일주일 뒤인 5/4(월)에는 grade 3-4를 위한 첫 온라인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아직 Pre K-2를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MNPS에서 제시한 일간 계획표는 참으로 난감한 계획표가 아닐 수 없다.

 

Grade K-2를 위한 일간 계획표 예시


Grade 3-4를 위한 계획표도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Grade 3-4를 위한 일간 계획표 예시

네 가지의 영역(Building Community, English Language arts-Reading, Math, Creative Arts and Physical Education)을 공부하는 총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난 것뿐이다.

"하아..."


물론, 미국에서도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를 기반으로 뻗어 있는 지역 방송국(내쉬빌의 경우 Npt)에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송출한다. 만 5세 아들의 또래를 대상으로 하는 'PBS Kids'라는 앱(App)을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영상을 무료로 스트리밍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티브이 앞에 앉혀놓고 싶지 않았고, 또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이어나가고 싶었기에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번 정서코칭 (2)에서는 사실상 턱없이 부족한 온라인 커리큘럼을 보충해주기 위한 지역사회 어른들의 노력(정서 코칭)을 모아보기로.    


3월 초, 도시가 셧다운(Shut down)되면서 음식점들은 문을 닫았고, 라이브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을 기회는 사라졌다. 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낯설기만 할 때, 제3의 공간/어른들이 우리 아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2.       셔멀혼 심포니 센터 Schermerhorn Symphony Center



내쉬빌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NSO)의 메인 무대인 이곳은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이 끊이지 않는 문화예술공간이다. 아들과 여성 작곡가들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연주와 내쉬빌 심포니 단원들로 구성된 현악 4중 주단의 연주회에 다녀왔었다. 완벽에 가까운 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과 아름다운 조경을 모두 겸비한 이 아름다운 공간이 텅텅 비어있는 이 시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전율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코로나 대응법은 무엇일까? 한번 살펴보자.



-       라디오 생중계 (91 classical, Nashville Public Radio)

NSO의 연주는 현재 5월 말까지 모두 취소된 상태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퀄리티 있는 연주를 선보여 왔던 NSO는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Virtual rehearsal을 통해 다가올 연주회를 준비하고, '91 classical'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지난 실황연주를 송출하며 지역주민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우리 집에서도 종종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이 91 classical 라디오를 켜 놓는다. 광고가 없는 이 라디오 방송국은 오로지 지역주민의 후원에 의해서 꾸려져 가는데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에 붙여지는 잔잔한 응원의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어느 날은 아들과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악기들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라디오를 듣는데 "엄마, 이 악기는 팀파니야?" 하고 물어보는 아들에게 깜짝 놀랐다. 곧이어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고 악기를 떠올렸다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최근 몰아친 시각적 자극들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청각을 지켜내 주어 고마웠다. 아름다운 선곡을 자랑하는 91 classical 라디오 방송국의 링크를 첨부한다.


https://91classical.org/?fbclid=IwAR0A4eTvPXDGXTWGM0PTPAbz16nN-y7FcM-2xs2vspSxNPxqMRyxAkqpBNs



-         집에서 할 수 있는 교육적 프로그램들 (Educational resources to use at home)

Making Music With Enrico : 팝스 지휘자 Enrico Lopez-Yañez 가 어린이들을 위해 집에서 간단하게 만드는 악기들을 소개한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표출하기를 원했던 만 5세인 아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아래 첨부된 아들의 흥을 보라. 발재간과 손놀림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아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집에 있는 종이컵과 소리를 낼 수 있는 필링들(쌀, 콩, 비즈 등)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본 마라카스는 정말 인기 만점 아이템이었다. 마라카스 만들기 영상을 첨부한다.


이미지 출처: Nashville Symphony 공식 웹사이트


집에서 만든 마라카스를 신나게 흔드는 아들

https://www.youtube.com/watch?v=siR-KFIuzpU&feature=youtu.be

마라카스 만들기 동영상



Watch And Learn : NSO의 연주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악기들을 다루는 전문 연주자들이 어떤 악기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상을 올려준다. 한 예로, 윌리엄 텔 서곡을 연주하며 멋지게 영상을 시작한 NSO의 금관악기 단원들은 차례로 트럼펫, 프렌치 호른, 피콜로 트럼펫, 튜바, 트롬본 악기를 소개한다. 전문가에 의해 연주되는 각 악기의 짧은 소절들은 굉장한 퀄리티와 함께 악기를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각자의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가장 흥미로운 악기에 대해서 소개하는 각 영상들은 친근하며 재미있다. 특히, 영상 중에 플라스틱 튜브와 깔때기를 이용해 만든 트럼펫으로 피콜로 트럼펫의 소리를 재현해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주의사항- 아이가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집에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 악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설 것이다. 귀중품은 미리 숨겨놓으시길.)  
이미지 출처: Nashville Symphony 공식 웹사이트
NSO연주자들의 금관 5중주 Virtual performance (이미지 출처: Nashville Symphony 페이스북 계정)
Patrick Kunkee, Co-Principal trumpet의 플라스틱 트럼펫 연주 (이미지 출처: Nashville Symphony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nashvillesymphony/videos/2836979439742936/



Lesson Plans: 이번에는 NSO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교육자료를 살펴보자. 한 예로 목관악기(Woodwinds)를 클릭하면 우선 목관악기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배우는 시간을 갖고 그 안에 속하는 플루트, 피콜로, 오보에, 잉글리시 혼,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 바순, 콘트라베이스를 소개한다. 알고 싶은 악기 이름을 클릭하면 Dallas Symphony Orchestra Kids 사이트로 연결되며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실제로 사용된 예도 들어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Nashville Symphony 공식 웹사이트

https://www.nashvillesymphony.org/homeresources?fbclid=IwAR19GmMvrS19jN4qhFGUsHKoLufPqkC1KEmwdLpfbSbKyN3gH8D1QNyyY-c&fbclid=IwAR19GmMvrS19jN4qhFGUsHKoLufPqkC1KEmwdLpfbSbKyN3gH8D1QNyyY-c




내 아이가 이 힘든 시기를 유연하게 이겨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으기 시작한 지역정보들이 모여 두 편의 글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정서 코칭 방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을 한번 더 솎아내는 매의 눈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이를 잘 관찰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개강을 맞아 디지털 매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아이들. 내 아이가 디지털 영상매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면? 내 아이가 불균형한 온라인 학습으로 정서적 갈증을 느낀다면?이라는 물음에 대답해 보고자 글을 써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를 안아주자. 포옹이야말로 시청각 자극에 빠져있거나 정서 안정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금 이 순간으로 불러낼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일 테니."


오늘도 눈 비비고 일어나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마주하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응원한다. 정말 모두를 꼭 안아주고 싶다.

   


 


<별도> 어른들을 위한 정서 코칭이 될 수도 있는 참고자료


-         Music Director Giancarlo Guerrero Connects With You From His Home


2020년 올 한 해는 베토벤(1770-1827) 탄생 250 주년을 맞아 그의 위대한 음악 업적을 되짚어보고 그를 음악을 연주하는 많은 이벤트들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연달아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이벤트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이 정말 컸다.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자 NSO에서는 페이스북 프리미어 방송 라이브 시리즈를 통해 그 내용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베토벤이 작곡한 9개의 교향곡을 매주 한 개씩 심도 있게 다루는 이 영상들은 NSO 웹사이트를 통해 게시된다. 20분가량의 강의 형식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클릭해보자.


https://www.nashvillesymphony.org/giancarloathome?fbclid=IwAR0aiDKS36n1ObiuUX--tNh6zR55-qnWnq7b4XxUCDyVZ0vuB1wS7EKS9gs&fbclid=IwAR0aiDKS36n1ObiuUX--tNh6zR55-qnWnq7b4XxUCDyVZ0vuB1wS7EKS9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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