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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정 Nov 03. 2020

엄마, 나 너무 짜증나. 어떻게 해?

온라인 수업 3개월 차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아들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알파 세대 아이들, 들어보셨나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태어난, 즉 현재 1세부터 10세 사이의 아이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알파 세대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스마트 기기에 노출되면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만 6세 제 아들도 미국 정규 과정인 공립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 입학하기 전, 이미 유튜브를 통해 디지털 매체를 접했습니다. 저는 화려한 시청각 자극에 빠져드는 아이의 멍한 모습에 겁에 질려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기도 했는데요 2020년 3월, 동네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혔던 일상이 완전히 깨어져 버렸습니다.


2020년 3월


"뭐? 학회 취소? 하루 전인데?"

콜로라도 덴버를 향해 날아갈 생각에 들떠 짐을 싸고 있던 제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밤낮으로 준비해온 학회가 개최 하루 전 전면 취소된 것입니다. 이유는 COVID-19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였어요. 당연한 조치였지만 어찌나 아쉽고 또 화가 났던지 아직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주먹이 불끈 쥐어집니다. 그날 밤 내내 이미 학회장 근처 숙소에 도착하신 분들에게서 전화가 빗발쳤고, 비행기표며 숙소를 취소하기 위해 휴대폰을 붙들고 있어야 했죠. 전쟁 같았던 취소 행렬은 그날 밤 하루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 킨더 과정에 다니고 있던 아이의 학교가 무기한으로 닫는다는 결정이 통보되었어요. 봄방학이 끝나면 다시 열겠거니 했던 희망이 무색하도록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미국 전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온 동네를 잔뜩 움츠리고 긴장하게 했죠.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3월 락 다운 전 즐겨찾던 과학 박물관(좌측, 중앙)과 베이글 빵집(우측).


2020년 4월


3월 말이 지나가도록 연락이 없던 학교에서 드디어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가 이대로 잊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로 감감무소식이었기에 곧 온라인 미팅을 시작한다는 첫 연락을 받고서 굉장히 기뻤어요. 공포와 패닉으로 가득했던 3월을 보내며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고 나니 새롭게 맞이한 4월부터는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나 기대마저 하게 되었죠.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급한 대로 일주일에 한 번, 반 아이들 전체를 만나는 줌 Zoom 미팅을 기획하셨어요. 줌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기능을 익히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죠.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건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외감마저 느끼는 아들을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들의 성격 탓에 온라인 수업 내내 곁에 붙어 앉아있어야 했죠.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면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일상"은 점점 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양육자에게 내맡겨진 숙제 분량이 엄청났어요. 과제들은 유튜브에 올려진 가이드 영상을 본 뒤, 워크지를 작성해서 업로드하는 것이었어요. 아이의 스크린 타임은 가파른 성장세로 늘어났고, 의도치 않게 보이는 유튜브 추천 영상들로 인해 아이는 늘 유혹에 시달려야 했죠.


엄마, 딱 하나만 더 볼래. 하나만~


못 이긴 척 보여줘 말어?


2020년 5월


온라인 수업 한 달여 만에 기나긴 여름방학에 들어섰습니다. 장장 3개월에 걸친 여름방학은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던 시기였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어찌나 공포스럽던지요.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 나섰어요. 뜻하지 않은 홈스쿨이 시작되면서 집콕 놀이, 아무 놀이 챌린지,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등의 해쉬태그를 즐겨찾기 하게 되었죠.


아이에게 온라인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예술영역을 주로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음악 전공을 살려 음악수업을 진행했고,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미술놀이와 소근육 발달놀이 위주로 계획표를 짰어요. 엄마의 노동력이 과하게 요구되는 활동들은 최우선으로 제외하고 간단한 것 위주로 선택했어요.


하지만 오전 혹은 식후의 시간까지 아이와 붙어있다 보면 금세 체력이 바닥났습니다. 그러면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솟아났던 아이를 위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서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나름 고르고 골라 선별한 영상이었음에도 그 분량은 40분에서 1시간가량이나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아이에게서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했습니다.


왜 엄마 맘대로만 해? 하나 더 볼 거야!
내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  


2020년 6월 그리고 7월


제가 아이에게서 느낀 감정은 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나 봅니다. 미국 전역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재능기부 온라인 프로그램이 연이어졌어요. 집에 머물러야만 하는 아이들의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뛰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제3의 어른뿐만 아니라 제3의 기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죠.


모 윌렘스 Mo willems, 맥 바렛 Mac Barnett, 그렉 피졸리 Greg Pizzoli, 피터 레이놀즈 Peter Reynolds, 올리버 제퍼슨 Oliver Jefferson 등등 그림책 작가들은 자신의 SNS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Shows must go on!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유명한 뮤지컬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 해주었고 카네기 홀을 비롯한 공연장에서는 녹화된 공연 영상을 무료로 나누었죠.


예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언어, 수학, 과학적 부분에 있어서도 Kids A to Z, Epic, Brain Pop Jr. 등등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와 Khan Academy, PBS Kids 같은 전문기관의 도움 속에서 아이는 나날이 "성장"하는 듯했고, 하루가 다르게 "학습"해 나가는 듯 보였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보의 바닷속 넘쳐나는 나눔의 현장에서 내 아이가 짊어져야 할 것은 늘어나는 스크린 타임이었어요. 스크린 타임이 늘어갈수록 아이의 절제력은 무너져 내렸고, 감정 표현이 거칠어졌어요. 이제는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만 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죠.


엄마, 나 짜증나!
엄마도 짜증 난단 말이다!



2020년 8월


울퉁불퉁 뾰로통해진 아이의 마음은 쉽사리 매끄러워지지 않았습니다. 특단의 조치로 스크린 타임을 점점 줄여나갔고 아이의 불만이 가득 차오르기 전에 많이 안아주며 이야기를 나눴죠. 신기하게도 뿔난 아이를 부드럽게 안아주면 속살이 보들보들한 아기처럼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름방학 일정에 익숙해질 때쯤 불쑥 새 학년 새 학기가 찾아왔어요.

 

제 아이가 속한 학군은 Florida Virtual School의 커리큘럼 아래 전면 온라인 개강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수업 시작 전주에 Drive-through pick-up을 통해 수업에 필요한 본교재와 워크지, 그리고 그림책 세 권이 담긴 패키지를 받아왔어요. 아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랩탑을 신청해서 무상으로 기기 지원도 받았답니다. (온라인 수업 종료 후 반납 조건)


첫 수업 당일, 디지털 매체에 완전히 익숙해진 아이가 맞이하게 된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풍경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두둥!

 


초등학교 1학년의 첫날을 맞이한 아이는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며 한껏 멋을 내고 컴퓨터와 마주 앉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따뜻했지만 알게 모르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새 책가방과 새 신을 신고 폴짝했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눈시울마저 붉어졌어요.


<수업 첫날에 대한 안내글 중에서>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약간의 설명으로 수업을 시작할 거예요. 따라서 당신 혹은 다른 어른이 가능하다면 처음 5 ~ 10 분 동안 참석하셔서 음소거 버튼, 채팅 상자 및 기타 몇 가지 기능을 살펴봐주길 바랍니다. 내일 Teams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연필과 종이뿐이에요.

We will start the meeting with a little bit of how to work the technology, so if you or another adult is able, I would appreciate you being present for the first 5-10 minutes so that you can help show them the mute button, the chat box, and a few other features. The only thing they will need tomorrow once they are in the Teams meeting is a pencil and paper.  


수업 첫날 아이들은 가장 먼저 회의에 참가하기 위한 에티켓 중 하나인 음소거 기능에 대해서 배워야 했습니다. 이 집 저 집에서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컴퓨터 사운드를 통해 흘러나왔고, 어린 동생의 우는 소리와 배고프다고 떼쓰는 소리, 또 아이를 다그치는 소리 등등이 여과 없이 포착되었어요.


엄마, 카이도 화가 났나 봐.
아, 음소거 기능이 정말 필요하구나.

    

둘째 주 수업 일정


첫 주가 지나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무나 다행이었던 것은 담임선생님의 숙달된 통솔력으로 아이들이 점차 질서를 찾아갔다는 것이었죠.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은 기술적인 면을 습득했고 손들기, 간단한 채팅 등등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이들의 학습공간이 자리 잡혀가는 것이 눈에 보였고 점점 더 독립적으로 학습을 이어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오히려 걱정되었던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CLEVER라는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한 뒤 SCHOOLOGY 앱을 찾아 들어가서 일일이 과목을 선택하고 숙제를 찾아내 디지털 영상을 학습하고 워크지를 업로드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크게 심호흡하는 것을 잊고 악하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습니다. (Mindfulness 온라인 수업을 들은 아들이 알려줬네요. 엄마 크게 세 번 숨 쉬어! 그다음 눈을 감고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상상을 해보라는데 그건 차마...)


게다가 8월 한 달은 선생님도 학부모도 그렇게 미안한 일이 많았습니다. 한 달 내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온통 Sorry로 뒤덮여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온라인 수업 셋째 주, 서로 간 참았던 불만은 일방적으로 학부모에게서 터져 나왔어요...

셋째 주, 부담스러운 하루 숙제량

아이들의 수준차와 각 가정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엄청난 양의 숙제가 매일 주어진 탓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한도를 초과하게 된 거죠. BLOOMZ 앱을 이용해 이어지는 채팅 알람은 밤새 꺼질 줄을 모르고 울려댔어요. 스스로 상황을 종결하고자 나선 한 학부모의 중재로 불만의 불씨가 잡혔지만 한동안 묘한 분위기가 지속되었어요. 아들은 전혀 눈치 못 챘지만!


선생님도 학부모도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니까.


2020년 9월


거칠었던? 항의로 넷째 주의 숙제가 조금 줄어든 듯했습니다.

넷째 주, 조금 줄어든 숙제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조금의 휴식을 가진 뒤 숙제를 시작하면 1시간이 넘게 소요되었죠. 프리랜서인 제가 아이를 붙들고 해도 이 정도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다른 가정들은 오죽하려나 싶었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감정 조절 능력에도 이상이 찾아온 것 같다.


2020년 10월


쿼터제 학기를 따르는 지역 교육부 정책에 따라 가을방학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날아든 소식에 학부모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어요.


가을 방학 후 돌아올 준비하는 동안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유지하거나 대면 수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어떻게” 이것을 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을 방학 동안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나는 이 질문이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일관되고 안전한 환경을 누릴 자격이 있는 학생들, 수년간의 경험과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봉사하는 데 전념하는 교사, 자녀와 지역 사회의 성공을 바라는 가족을 위해 다음 단계에 들어갑니다. “어떻게”는 항상 중요하고 진화할 것이지만 “누가”는 항상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당신을 위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As we prepare for our return after fall break families will either be remaining in the virtual setting or returning to the building.  For all of us, there is a persistent question of “how” we will do it.  During fall break, I encourage you to rearrange those letters and ask the question, “who” are we doing this for?  I argue that question is just as important.  We enter the next phase for our students who deserve a consistent and safe environment, for teachers dedicated to serving in a setting that allows them to apply years of experience and knowledge, and families that want to see their children and community succeed.  The “how” will always be important and ever evolving but the “who” will always remain constant.  In short, we enter the next phase for you!  


단 한 번의 설문조사로 온라인 수업에 남을 것인가,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죠. 저희 부부는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어요.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싶어 했지만 내심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었던 모양인지 쉽게 수긍하더라고요.


학교를 보내 말아?


그리고 최근

Google 검색엔진을 통해 알아본 COVID-19 Tennessee 통계 자료


온라인 수업에 남기로 결정한 아들은 결국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반에 무려 스무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있지만 보조교사도 없이 한 선생님이 수업을 이어가세요.

 

새롭게 개편된 온라인 수업 일정


Related Arts가 추가되어서 음악, 미술, 체육 등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위안 삼아 남은 겨울방학을 향해 달려가 봅니다. 겨울 방학 전, 봄학기 수업방식을 결정하는 설문조사가 한번 더 있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아이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어른의 입장.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전에 코로나 걱정에서 해방되게 되었다는 기가 막힌 소식이 찾아들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봅니다. 그때까지 아이를 많이 안아줘야겠어요.


아참, 그리고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퍼져나가는 짜증의 기운을 뿌리째 뽑아낼 수 있는 약도 개발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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