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그리고 2021년 6월의 아말피
2020년 6월 우린 아말피로 향했습니다.
작년 3월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정부는 전국 봉쇄령을 선언하였습니다. 약국 슈퍼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도 나갈 수 없는 극단의 락다운이 60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아말피로 달려갔던 6월의 그날은 3개월 만에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해진 첫날이었습니다. 로마에 살고 있지만 아말피는 우리 가족에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이드를 업으로 살아가는 남편은 일 년에 로마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머무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6월은 1년 중 아말피가 가장 아름다운 달입니다. 언제나 이 작은 해안가 마을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2020년 6월은 달랐습니다.
텅 비고 쓸쓸했던 그날의 아말피를 잊지 못합니다. 문을 굳게 닫은 상점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던 슬픔이 가득한 마을 사람들의 눈빛. 아말피에서 만난 친구는 Andrà tutto bene, Tutto passerà.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 다 지나가.)라고 말하며 눈물이 맺혔습니다. 울지 말라는 저의 목소리도 떨렸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아이들에게 한가득 레몬사탕을 안겨주고 넘치도록 요구르트를 담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의 방문이 작은 응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역시 생계 활동이 멈추고 단 1유로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아말피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방문을 마치 작은 희망처럼 여겨주는 이들 덕에 되려 우리가 위로받았습니다.
아름다운 6월에 전세 낸 듯 누리는 아말피가 행복한데 아렸습니다. 마을이 다시 북적이는 날이 남편의 일이 시작되는 순간임을 알기에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우리 가족을 응원하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두 손을 마주 잡을 수는 없지만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을 다해 마음을 껴안았습니다.
2021년 6월 우린 아말피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딱 일 년 전, 역병의 시대를 지나며 텅 비었던 아말피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일 년 중 5,6월은 지중해가 가장 아름다운 달입니다. 마을 곳곳 진하다 못해 형광빛이 도는 짙은 자줏빛의 부켄빌리아 꽃이 만발하고 레몬 나무에는 나뭇가지가 휘어질 만큼 레몬이 열립니다. 여름의 초입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절정의 여름을 맞이하며 얼굴엔 생기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그런 아말피가 작년 고요하고 쓸쓸한 6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릅니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교통체증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안성맞춤이 알록달록한 피아트 500의 작은 자동차들이 보이고 린넨의 레몬 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비록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우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소란스러운 아말피의 여름이 다시 돌아왔음을요.
아말피 레몬은 이탈리아에선 하나의 고유명사입니다. 그만큼 맛과 풍미가 뛰어납니다. 아말피 레몬은 껍질째 모두 먹습니다. 레몬 과육 자체도 아주 단데 아삭한 껍질과 함께 먹으면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레몬 껍질을 에스프레소에 넣으면 두통 완화 효과도 있지요. 우린 이번 여행에서 대를 이어 가꾸고 있는 친구네 레몬 농장에 갔습니다. 친구는 레몬을 따 그 자리에서 크게 잘라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과일 껍질은 질색을 하는 아이가 웬일로 선뜻 받아서 바로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한 조각 더 받습니다.
아이를 보고 농장 주인인 살바토레가 말했습니다.
네가 어른이 되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이 맛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테니까.
마치 우리 할머니의 라구 소스처럼.
(*볼로네제 파스타 소스를 이탈리아 사람들은 '라구'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은 이 마을을 기억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담아갈 앞으로의 추억에 두번다시 고요하고 쓸쓸함은 없기를 영원히 소란스럽고 북적거리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written by iandos
[2021년 6월의 아말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