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와 별로가 만나 이별이 되는 관계
최근 우울이 바닥을 쳤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관계에서 도려낸 후였습니다. 그 사람을 많이 의지한 나머지 저의 별로인 모습까지 다 드러냈는데 그 사람은 그 모습에 실망하고 한 순간에 돌아섰습니다. 내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누군가에겐 폭력이고 무례임을 간과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저를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내 곁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 저의 별로에서 말미암음 같아 자신을 탓했습니다. 사소한 말에도 혹시나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자책하고 sns에서 누군가의 좋아요가 뜸해지면 끝없이 과거에 실수한 것은 없는지 후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끊임없이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끓어올랐습니다.
왜 였을까요?
전, 그 사람에게 별로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나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에게 인정받아야만 저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별로인 제 모습을 들키면 또 다른 누구에게도 도려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매 순간 저를 엄습했습니다. 그 사람이 했던 “넌 별로야. 모든 것이 너의 탓이야.”라는 말은 마치 물에 젖은 나뭇잎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말을 떨쳐낼 수 없어 무너졌던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네 탓이 아니야.”
저주를 푸는 주문이었습니다.
인정합니다. 전 별로입니다. 그 사람이 잘못 보았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사람도 별로입니다. 별로와 별로가 만나 이별이 되었습니다.
저주에서 벗어나자 보였습니다. 저의 별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제 곁에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별 것 아니라고 느꼈던 부분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저의 별로는 저의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보이지도 않고 보여도 사소했습니다. 전 저의 별로를 보여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별로인 모습을 보아도 떠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에게 저를 별로로 남겨둘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침내 나 자신을 바라봄에 그 사람의 평가가 상관없어졌습니다. 또한 지난 시간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도 분명 저의 평가가 들어갈 테니 말입니다.
저 스스로도 저를 평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의 별로를 저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저의 별 것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려 합니다. 그들과의 대화는 가슴 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서로의 별로는 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별로와 별로가 만난다 해도 그 관계가 반드시 이별로 빛을 잃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반짝이는 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