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0분 만에?
7월 말에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이 메일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출근이라니!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난 이슬아 작가의 어마어마한 팬이다. (그녀가 아무튼 출근의 1회 출연자였다.)
그녀와 같은 프로에 섭외가 온 거야? 그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나만 그녀에게 한 뼘 더 다가갔다. 거두절미하고 메일을 받는 순간의 솔직한 심정은 이러했다.
왜?
왜 우리에게??
당시 우리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3500명,
영상 당 평균 조회 수는 500회
유튜브 채널을 통한 랜선 투어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객관적인 지표로 봤을 때 방송 섭외를 받을 정도의 성과를 올리고 있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저희를 섭외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아도 될까요?
담당 작가님은 우리의 캠핑카 영상과 작년 가이드 업이 중단되면서 남편의 심경을 인터뷰했던 영상을 보았다고 했다.
당신의 서사를 기록하면,
반드시 언젠가 어딘가에 닿습니다.
우리가 유튜브 채널을 수익을 내기 위한 창으로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두 달의 강력한 락다운도 겪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도 여름이 되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잠잠해지면 한국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결국 이것은 한 나라의 상황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물고 물리면서 결국은 모두가 함께 좋아져야지만 궁극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은 여름이 지나도 내년의 여름이 와도 여행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 투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이 온라인이었고 인스타 라이브, 줌 라이브를 시도하고 부딪혀보고 도착한 것이 유튜브 라이브였다.
고민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시작을 했다.
절실하게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달려들었다. 구독자 천 명, 시청 시간 4000시간 유튜브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지표까지 가기 위해 달렸다. 방향은 정했지만 구체적인 기획은 부재했다. 랜선 투어도 하고 브이로그도 만들고 쿡방도 하고 인터뷰도 했다. 어디를 가도 라이브 방송을 했고 무엇을 해도 우선 촬영을 해두었다.
하루가 온전히 유튜브로 돌아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한 번씩 겪는다는 알고리즘의 기적이나 떡상의 후광 한번 느껴보지 못했지만 처음 반년 정도는 3달에 평균 1000명의 구독자가 늘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정체가 시작되었다. 한 명의 구독자도 늘지 않은 달도 있었다.
채널의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채널이 전혀 노출이 되고 있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들었던 그것,
알고리즘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었다.
채널 분석을 살펴보다가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우리 채널이 노출되고 있는 관련 영상들이 천차만별이었다. 당연히 이탈리아나 여행 콘텐츠와 관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종교, 주식, 요리, 골프 등등 종잡을 수 없었다. 우리가 채널을 통해 많은 시도를 하면서 분명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유튜브 내에선 정확한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채널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생뚱맞은 분야에 등장하다 보니 당연히 클릭률이 떨어지고 유튜브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알고리즘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모두가 하는 말,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말이 뜻하는 바가 1년이 지나고 반년 간의 성장 정체를 겪고 서야 와닿았다.
그리고 하나 더, 랜선 투어가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수익에는 직결되지만 영상 시간 자체가 1시간이 넘어가니 순간적인 시청률은 높을 수 있지만 방송 후의 조회 수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랜선 투어의 경우 투어를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투어 하는 동안의 에너지 소비가 많지만 방송 후 편집의 부담은 적다. 편집 영상은 영상은 10분 남짓이지만 하나의 영상을 위해 아직 편집 기술이 미숙한 우리는 건 이틀의 시간을 꼬박 투자해야 한다. (촬영과 기획까지 더해지만 거의 일주일이 투자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6월 말, 지난 1년 3개월간 쌓았던 영상들을 다시 구성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영상들 위주로 정리를 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적어도 주 1회 일관적인 주제로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편집 영상을 기획했다. 첫 번째 연재는 지난 6월에 했던 캠핑카 이야기였다. 편집은 내가 담당했다. 남편은 주 1회 랜선 투어를 담당하기로 서로의 역할을 분리했다. 조금씩 캠핑카 이야기를 기다리는 구독자분들이 생겨났다.
오래 글쓰기를 지속하면서 굳게 믿게 된 것이 있다.
꾸준히 하면
분명 좋은 일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꾸준히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일관된 주제로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거기에 잘해야 한다는 포함되지 않는다.
꾸준히 하나의 주제로 정기적으로 하다 보면 반드시 잘하게 된다.
잘하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결과다.
예상보다 낮은 조회 수에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글쓰기를 시작하고 첫 책을 내기까지 "매주 한 편씩 연재하기"를 꾸준히 지속했던 시간이 7년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유튜브는 그것보다는 적은 시간이 걸리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우리가 유튜브를 운영함에 무작정이 아니라 계획을 하게 됨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팬데믹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다시 여행업이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 일을 우리의 삶 속에서 오래 함께 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일상의 축이 유튜브로 완전히 기울어버리자 그 안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겨남을 발견했다.
일상과 유튜브의 건강한 균형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몰입하는 시간과 내려놓는 시간을 우리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그 모습이 윤곽이 잡히고 선명해졌다.
그 결과 생각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도 생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흔들던 조바심이나 불안감이 가라앉은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매 순간 무엇을 하고 계속해서 시도하지 않아도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모습만으로도 응원하고 사랑을 주는 구독자분들이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이런 과정들을 겪어나가고 있는 타이밍에 아무튼 출근의 섭외가 도착했다. 유튜브 채널의 성장이 오직 알고리즘의 간택이나 떡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한 기회도 있었다.
그렇지만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이번엔 성장하겠지라고 기대했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겨나갔기에 방송 그것도 MBC 출연에 모든 의의를 두었다. 열심히 살아냈던 지난 1년 반의 우리 부부에게 주는 이벤트로 여겼다. 그래도 다이어리에 살짝 희망사항을 적어두긴 했다.
방송 출연 후 구독자 5000명으로 등극!
말하는 대로 이뤄져라!!!
그리고 9월 말, 방송 당일.
우리가 나온 방송분은 20분 정도.
단, 20분.
그 20분 동안, 우리 채널의 구독자가 3500명에서 7000명이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꿈에도 그리지 못했던 숫자.
10K??
구독자 만 명이 되었다.
그리고 10월 14일, 현재 구독자는 1, 2만 명
만 명이... 말을 안 했는데.... 이뤄졌다.
이건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응원이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아 주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written by iand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