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없이도 팔릴까?
#8단계 : 페이스 조절
저는 여러분이 이 문제와 어려움을 기꺼이 환영하길 바랍니다. 곧 그것을 해결할 기회가 찾아올 테니까요. 당신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당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 봉사하려고 한다면, 어려움은 당연히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문제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기꺼이 문제와 어려움을 환영하세요. 문제나 어려움이 생기면 안 된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나쁘다고 여기지 마세요. 이것은 모두 좋은 것입니다.
김우인 [새로움은 배움의 경계를 넘어선다] 중에서
우여곡절의 올리브 유 배송을 3월에 마무리하고 민주는 5월 말, 올리브 유 공구를 준비했다. 이탈리아의 햇 올리브 유 수확철은 10월 말에서 11월 경, 7,8월은 이탈리아의 여름휴가 철이니 올리브 유 병입은 불가능하고 농장에서도 여름 기간 판매는 안된다고 이미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2022년 올리브 유 판매는 5월 판매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 운송 파업에 항공 운송 지연에 한국 랜덤 정밀 검역, 국내 오배송 건까지 제대로 기진맥진했지만 심기일전하여 5월 판매 전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올리브 유 레시피 영상제작에 sns를 통한 홍보까지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민주였다. 하지만 허리 통증에 무기력을 지나면서 민주는 지금은 많은 것을 시도하는 시기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볼 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며 지속해 나가야 하는 일,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질리지 않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일의 목록이, 더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속해나가면 크고 적고를 떠나 수익으로 이어질 궤도로 들어선 일들이 추려졌다. 동시에 포기해야 하는 일, 자신의 몫이 아닌 일,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자신의 그릇을 더 키우고 난 뒤에 해야 하는 일이 보였다.
그중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올리브 유 홍보가 있었다. 2020년 11월 첫 공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10건의 공구를 진행했다. 독점계약 후 정식 수입을 마음먹고 진행한 건은 총 5번이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구입을 하는 고객층도 생겼다. 따로 홍보가 아니라도 기존의 고객들을 통해 유입되는 신규 고객도 꾸준히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선 평균 판매량이 어느 정도 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내년 판매부터는 1년의 수량을 미리 확보하고 농장과의 소통에도 유연해질 터이다. 민주의 에너지가 소진되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지켜보는 것을 선택했다. 이제 민주는 그런 여유가 생겼다. 이것은 지금 당장이라는 조바심을 덜어낸 결과였다.
무조건의 전력질주는 결승점에 도달한다 해도 탈진하고 만다는 것을, 최악에는 도착도 전에 허물어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부딪혀 배웠다. 민주는 오래오래 이 모험을 하고 싶었다. 애초에 결승점은 없었다. 결승점이라 생각했던 지점이 반환점이기도 하고 새로운 출발선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민주가 이탈리아의 코로나 락다운 기간 동안 썼던 글이 출간이 되고 온라인으로 북 토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독자가 물었다. '2년 전의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민주가 대답했다.
민주야, 그 경쟁에서 나와.
거기에 있지 않아도 괜찮아.
나와도 괜찮아.”
2년 반 동안의 발버둥으로 민주의 세계는 확장되었다. 자신이 속한 세계가 전부인 줄 알았던 민주는 그 속에서 우선순위에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세계가 전부였기에 한정된 시장에서 가장 큰 몫을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세계 속엔 민주보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뿐이었다. 그 안에서 경쟁을 하는 일은 민주를 날카롭고 예민하게 깎아나갔다. 조급함을 느끼고 그들을 따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언제나 나쁜 결과와 미흡한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의 계기로 그 세상을 빠져나왔다.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오픈한 주인공 그룹의 앱 다운로드 결과가 시원찮다. 그때 한 명이 앱을 다운로드한다. 1이라는 숫자에 주인공들은 실망하지만 그 다운로더가 박찬호고 그가 앱을 방송을 통해 소개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얻게 된다. 민주는 가족이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남편의 가이드 업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는 위한 시도였다. 작년 20201년 7월, 당시의 구독자는 3000명이었고 평균 조회수는 500 뷰 정도였다. 그런데 그 구독자 중에 mbc 작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발견된 민주의 가족 유튜브 채널과 사연이 TV 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되고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그 결과 1년 3개월 동안 구독자 3000명을 모였던 채널이 방송이 송출되는 단, 20분 동안 만 명이 모여 만 3천 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방송을 한 출판사 편집자가 보았고 그들의 채널을 구독하고 그 콘텐츠로 기획안을 만들어 민주의 가족에게 출판 제안을 하였다. 이내 2022년 연말 출판을 목표로 계약이 이뤄졌다. 조회수는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았다. 구독자 수가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았다.
방송국과 출판사 모두에게 주목받은 것은 특유의 가족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였다. 지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수많은 콘텐츠를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내면 필요한 이들이 발견하여 세상 밖으로 꺼내 주었다. 그 세상은 민주가 알지 못해서 꿈꾸지 못했던 시장이었다. 시작은 스스로 알리는 일이지만 정확한 지점을 짚는 순간 이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찾아오고 그들 스스로 세상 밖으로 노출시켰다. 성장의 그릇이 채워졌을 때 깊은 노하우를 가진 탁월한 이와 만나면 큰 시너지를 얻었다. 많은 실패와 착오는 시장에서 빛을 낼 수 있는 지점을 좁혀가는 나침반이었다.
이것은 사업을 시작한 민주에게 엄청나게 큰 용기를 주었다. 올리브 유 사업에도 이 과정은 고스란히 적용될 터였다. 실패의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성공의 이유는 모두가 닮아있었다. 당장 많은 판매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올리브 유를 믿고 그 구매자 속에 어떤 우연이 겹쳐지는지는 운을 점춰보자. 그렇게 5월의 판매일이 왔다. 그리고 하루 반나절만에 주문한 수량이 모두 소진되었다. 민주는 앞으로 판매 때마다 어느 정도 수량을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은 듯했다. 그리고 연말 판매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추려졌다.
“내가 사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다. 사업은 내 판단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너무나 재밌다. 내가 예상한 게 정말 맞는지 현실의 결과로 드러난다. 결과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예상이 틀렸다면 ‘내가 아직 모자라는구나.’ 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현실의 사업은 내 생각이 망상인지 아닌지 준엄하게 판정해준다. 직접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인지하면서 뇌를 최적화해야 한다. 단순히 책에만 빠져 관념 속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실행을 통해 실패하며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자청 [역행자] 중에서
선주문이 완료되고 농장에서 병입을 하기까지 기간을 지난번보다 단축했다. 농장에서 출고가 되고 이탈리아 운송 업체와 항공 스케줄까지 모두 확정하면서 이번엔 지난번처럼 똥줄을 타는 일은 없겠구나 이제 어느 정도 일처리의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올랐다 싶었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이탈리아내 물류량 폭등으로 밀라노 공항으로 이동하던 차량의 도착 날짜가 이틀이 지연되었다. 이 이틀로 인해 항공 스케줄이 4일이 미뤄졌다. 하필 항공 스케줄 출발이 목요일 저녁이라 한국 도착은 금요일 저녁, 세관 서류를 받으려면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어야 할 터였다. 결국 4일이 아니라 일주일이 늦어진 셈이었다. 한국에서 통관을 거치면 고객들에게는 10일 이상이 더 지연되어 올리브 유가 도착하게 된다.
처음으로 민주는 이탈리아 운송 업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운송업체에선 목요일 출발인 아시아나가 아닌 수요일 출발인 대한항공 스케줄을 제시했다. 이미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운임비 상승으로 불과 2개월 전인 3월 운임료보다 70%가 높은 운임비를 내야 하는데 수요일 스케줄의 대항항공 운임은 120%가 더 높았다. 두 달 사이 운임비용을 2.2배 더 지불해야 한느 것이었다. 민주는 5분을 고민하고 2배 이상의 비용 지출을 선택했다. 하루 차이지만 수요일 스케줄을 목요일 도착으로 한국에서의 금요일의 평일 하루를 더 확보할 수 있으니 통관 및 검역 시간을 앞 당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수요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화요일 클로징 타임까지 이탈리아 세관에서 통관서류를 발행해주지 않았다. 수출품 랜덤 검수에 걸렸다는데 (민주는 걸릴 건 다 걸린다. 로또만 빼고!) 민주는 똥줄이 타는 것이 최고의 역경인 줄 알았는데 피가 마르는 다음 레벨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화요일에 통관서류는 나오지 않았고 올리브유가 대한항공을 타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올리브 유들아!! 기내식 비빔밥 나온다니까??) 허무하게도 수요일 아침 대항항공이 떠난 후 아무 문제없이 발행된 통관서류. 올리브 유가 비행기를 타지 못했기 때문에 대한항공 취소 페널티가 30% 발생했다.
혼돈의 시대에 불확실한 세계에 발을 담갔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지연 때는 좌절-우울-무기력의 쳇바퀴를 돌았는데 이번에는 '다음에는 이렇게 개선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민주 자신을 발견했다. 계속 마음을 쓰고 민주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도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들도 무너뜨리지 않았다. 아들의 첫 영성체 준비를 하고 두 아이 학부모 상담, 의뢰받은 원고 작성과 연말 출판을 위한 자료 조사, 유튜브 영상 편집까지 마무리했다.
민주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도 일상을 허물어뜨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
*주의 : 이 글에 등장하는 민주네 가족의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들이지만 가명입니다. 내용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기억에 의해 과장되거나 조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