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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탈리아 남부 빌런 대환장의 향연

박테리아? 번아웃? 이번엔 또 어디? 식약청?

by 로마 김작가
중요한 것은 이런 작업(ZERO to ONE)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이 세상과 서로 다른 영역들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지. 그러니까 더 많이 창조하고 만들어낼수록 그만큼 우리의 세계가 점점 확장되는 거야. 그럼으로써 눈앞의 안개 장막을 걷어내고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어. 우리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끊임없는 발견의 과정이고 그다음 단계로 이끌어주는 단초들이야. 계획밖의 일은 정의되지 않은 진화에 돌입하는 첫 단계야.

_ 미스치프 유튜브 [EO] 인터뷰 중에서


매년 12월은 민주의 아이들의 수영 대회가 있다. 거창한 대회는 아니고 일 년 수업을 마무리하는 이벤트 성격이다. 순위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메달을 받고 솜사탕을 먹으며 파티를 한다. 그런데 아들, 이안이 참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수영 스타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자신은 항상 실수를 해서 어차피 순위권에 들 수도 없다고 했다. 중요한 이벤트도 아닌데 굳이 불편하게 참석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민주도 이안에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했다.


그날 오후 민주는 유튜브에서 차승원의 인터뷰를 보았다. 우리가 잘하는 일이 아닌 어려운 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잘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쉬운 일' '익숙한 일'이라는 함정일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유튜브 [뜬뜬] 중에서

학교에서 돌아온 이안에게 함께 보고 싶은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물었다.


“이안, 무슨 이야기인 것 같아?”

“잘하는 일, 편한 일, 그런 이야기..”

“어떤 말인지 이해가 돼?”

“잘 모르겠어.”

“이안, 잘하는 일과 어려운 일이 있어. 넌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어?”

“잘하는 일.”

“그지? 그런데 여기서 잘하는 일은 사실, 해봤던 일, 이미 할 줄 아는 일, 편한 일이래. 편한 일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편한 일을 하게 되겠지."

“어려운 일을 선택하면?”

"어려운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겠지."

“그다음엔?”

"그 어려운 일이 편한 일이 되겠지."

“편한 일은 원래 알던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뜻이기도 해. 대신 어려운 일은 네가 모르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런데, 편한 일을 하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편한 일뿐이야. 그런데 네가 어려운 일을 하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편한 일, 어려운 일, 더 어려운 일이야.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져. 네가 더 어려운 일을 선택하면, 너는 더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

“응.”

“엄마가 이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수영 대회 때문이야. 엄마는 네가 즐겁게 수영을 하길 원해. 그런데 생각해 보니 네가 대회를 나가지 않으면 어차피 대회에 나가지 않으니 스타트를 열심히 배우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할 것 같아. 그런데 대회를 나간다고 생각하면, 대회까지 더 노력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네 생각은 어때?


이안과의 대화를 마치고 민주는 휴대폰을 들었다. 아들에겐 어려운 길을 가라고 했지만 민주는 휴대폰에 찍힌 문자를 읽으며 ‘대체 내가 왜 이런 자갈밭을 사서 가고 있는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아니, 대체 올리브유를 한국에 보낼 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진짜 딱 한번, 진짜 한 번이라도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없는 거야? 예정대로라면 지금 올리브 유는 픽업차에 실려 로마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토요일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 운송 편은 확정이 되었고 그 비행 편에 오르지 못하면 한국 검역과 통관 일정에 차질이 생겨 크리스마스 전에 고객들에게 올리브유를 발송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문자는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나 지금 아주 지독한 엿먹이기 악몽 속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 거야?


올리브 유 잘 출발했지?라고 조금 전 보낸 문자에 올리브 농장 주인이 코라도의 답이 도착했다.


코라도: 내가 픽업 장소에 16.00까지 있었는데 픽업 차량이 오지 않았어. 내가 전화해 보니 오늘 픽업하러 오지 않았다고 해.

민주 :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올리브 농장은 이탈리아 땅 끝에 있는 풀리아 주에 있다. 여기까지 픽업 차량을 보내고 픽업해서 공항에 보내기까지 며칠이 걸린다. 비행기만 태우면 반나절이면 한국에 도착하는데 이 이탈리아 남부 땅에서 탈출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하루 차이가 엄청난 일정의 지연을 만들어내는 눈덩이 효과를 익히 겪어본 민주다. 픽업차량이 ‘올리브 유를 안 싣고 간다고?’ 이검 정말이지 정말 상상도 못 한 변수였다. 이미 한국은 새벽이고 한국의 통관업체와 연락하기 위해선 민주는 오늘도 밤을 새우는 수밖에 없다. 픽업 날짜에 맞추기 위해 올리브 농장에선 며칠을 바샘 근무를 하며 하루 13시간을 패킹을 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민주에게 남편, 재선이 순수한 궁금함으로 묻는다.


어떻게 매번 그렇게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왜 그런 거지?

민주는 그 자리에 앉아 올리브 유를 발송하면서 겪었던 지난 일들을 모두 적어나갔다. 지난날 발생했던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해결했던 과정과 방법들에 대해서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나갔다. 눈으로 문제들을 직시하며 민주의 부족에서 온 문제그와 별개로 발생한 문제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


나의 부족에서 온 문제는 앞으로 막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막는다.


그와 별개로 발생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이에게 일임하고 그 밖의 문제는 고객들에게 솔직하게 실 그대로 공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민주는 올리브유 진행에 있어 발생했던 일들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우선, 올리브유 배송 안내를 위한 메일을 보내며 고객들에게 진행 상황에 대해 알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공지했다.


올리브 유가 왜 이렇게 늦을 수 있냐고 나를 비난할까? 믿고 구입해 준 고객들을 잃게 될까?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었고 8시간 빠른 한국은 아침이 시작되었다. 민주는 통관 파트너에게 이탈리아 상황을 알리고 고개들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그리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메일 발송 후 민주에게 도착한 고객의 답메일 1
고객의 답메일 2


한국의 통관 파트너가 링거 투혼으로 난리굿을 피워준 덕분에 이탈리아 운송업체는 항공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익스프레스 픽업차량을 수배했다. 세상에, 익스프레스 차량이 존재했던 거야? 그런데 왜 처음부터 익스프레로 처리해주지 않았던 거야? 제대로 된 일처리를 위해선 사건사고가 터지고 수습을 하는 난리굿이 이탈리아 운송에서 필수조건인 거야?


민주는 이탈리아 남부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사랑한다. 이탈리아 남부에는 탁월한 제품들이 넘친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토스카나, 밀라노, 피렌체 등 북쪽의 제품들만 아는 걸까?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탈리아 남부 올리브유를 4년째 한국으로 전하며 찐하게 깨달았다. 운송부터 원자재까지 인프라가 최악이다. 심지어 항공운송이 가능한 공항들도 죄다 북쪽이니 속이 터진다.


그래도 어떻게든 올리브 유는 차에 실어 공항으로 보냈다. 인청 공항에 올리브유가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농장에선 탈출시켰다. 한국 파트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도 민주는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 된다 싶지만 한국의 시선에선 얼마나 납득이 힘들겠는가?


이제 겨우 1차 주문 건을 처리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을 다음 주문 오픈은 언제냐는 문의를 받는다. 일절 홍보를 않건만 다들 어디에서 알고 우리 올리브유를 찾는 걸까? 지난 4년 동안 올리브유를 먹어본 고객들의 입소문이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흐름이 왔다. 민주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1차 주문 건, 올리브유가 출발한 것을 확인하고 농장에 메일을 보냈다.

다음 주문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답이 도착했다.

올해는 정말 힘들고 지쳐서 회사를 닫을까 생각 중이고 이미 내년 올리브 농장 투어 다 취소했어. 만약 우리 아이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올리브 유 판매도 그만할지도 몰라.

우린 아침 7시부터 매일 13~14시간 동안 작업했어. 감정적으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너무 지쳤어.

안녕


아하... 올리브나무 박테리아가 우리 미래에 가장 큰 역경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농장 아저씨의 번아웃이 먼저일 줄이야. 지난 몇 년간, 가뭄과 코로나 등 농장도 갖은 어려움을 헤쳐왔다. 그리고 아저씨의 나이도 무시할 수 없지.


이제 드디어 우리 올리브유가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어!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너무나 다른 행성의 사람들 아닌가? 앞으로 농장을 지켜나가는 것에만 힘을 쓰고 싶다고 하면, 그를 존중해야 한다. 뭔가 퇴사하려는 직원 말리는 심정이 이런 걸까?


민주는 마음을 가다듬고 메일을 썼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난 며칠간 몰아친 많은 일들이 참 별 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수십 번도 젠장젠장젠장을 외쳤는데 그 일들을 앞으로 할 수 없게 된다고? 심장이 쪼그라들고 긴장의 도파민이 폭발하고 해결하고 나른해지는 이 사건사고들을 잃게 된다고? 무엇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쏟은 애정들이 사라진다고? 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이런 올리브 유처럼 사랑을 쏟을 대상을 만나게 될까? 가슴이 텅 비어버려 허탈해졌다. 허무하고 허무하도다.


친구, 백조에게 전화를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백조가 말했다.

"아... 나도 이런데 넌 어떻겠니? 민주야, 나는 해줄 수 없는 것이 없지만 이렇게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우리 대표님이 그러시더라. 사업이 5년을 넘기기가 정말 힘들다고. 그래서 사업 4년 차가 골든타임이래 그 시간을 넘기면 사업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그리고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이야기해 최악을 생각하고 준비하라고. 항상 최악을 생각하고 모든 준비를 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민주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적어나갔다.

붉게 적었다.


"만약 올리브 유를 팔 수 없게 된다면?"


그리고 그 아래 진하게 적었다.


이것을 ‘+’로 작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상황을 ‘+’로 반전시킬 방법을 다 적고 보니 무려 8가지나 되었다. 코라도가 계속 민주와 거래를 하게 된다 해도 민주가 "올리브 유를 팔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항상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한다면 일상에서 흐르는 기회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의도한 변화가 아니라 외부에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다는 것은 [획기적인 레벨업]의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민주의 인생을 돌이켜 보았을 때, 신이 준 기회는 언제나 민주가 의도하지 않은 단절의 순간이었다. 2013년의 출산이 그랬고 2020년의 코로나가 그랬다. 당연하게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민주의 기본적인 세팅이 완전히 리셋되었기 때문에 민주는 이전에 없던 ‘설계안’을 다시 짜야만 했다. 그것도 아주 신속하게 결정하여 망설임 없이 실행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은 삶의 각도의 기념비적인 확장이었다.


코라도의 메일은 단 하루 만에 민주의 자세를 곧추세웠다. 현재 겪는 이 모든 일들이 감사하고 소중해졌고 앞으로 무한한 시도와 기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사업의 최고 순기능, 회복탄력성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문제 해결의 솔루션 값이 증가한다. 자,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지금 내가 선택한 솔루션은 기다림이다. 사업의 순기능 중 또 하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


그리고 며칠이 지나, 코라도의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 레몬 올리브 유는 어느 정도 수량을 생각하고 있어?


문자를 확인하는 민주 옆에서 아들 이안이 한국어로 독후 감상문을 쓰고 있었다.


“엄마, 이상하게 내가 한국말로 글을 잘 못 적게 된 것 같아. 왜 그럴까? 난 계속 엄마랑 한국말을 하고 토요일마다 한글학교도 가고 일기도 매일 쓰잖아.”


“최근 만화책도 이탈리아 말로만 읽고, 일기도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고… 점점 이탈리아 말로 쓰고 읽는 일이 많아지니까 한국말로 쓰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워지지. 말을 잘하면 보통 읽고 쓰는 일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읽고 쓰는 일은 노력하지 않으면 늘지 않아. 그리고 읽고 쓰지 않으면 말할 때 쓰는 단어들이 항상 비슷해져. 이탈리아 말로 감상문을 썼다면 더 쉬웠을까?”


이탈리말로 적으면 어려운 길을 못 가잖아. 엄마가 어려운 길로 가면 그 어려운 길이 쉬워진다고 했잖아. 내가 이미 아는 걸 계속하면 쉬운 길이 계속 쉬운 길이 되는 거고, 내가 어려운 한국어로 계속 쓰면 어려운 것도 쉬워지는 거니까, 그러니까 난 한국어로 계속 쓸 거야.”


몇 주 전, 수영 대회 때문에 나누었던 ‘쉬운 길과 어려운 길’ 대화를 기억한 이안이 민주에게 다시 그 말을 돌려주었다.


민주는 종종 그녀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미래의 민주가 그 말이 필요할 때 아이를 통해 되돌려 받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이안이 덕분에
민주도 기꺼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2차 주문을 위해 민주가 보낸 메일을 확인한 코라도의 전화가 왔다. 주문 수량은 확인했는데 우선 올리브유 캔을 확보해야 한단다. 1차 올리브 유 주문 때 민주가 풀리아 땅의 올리브 캔이란 캔은 다 써버렸나 보다. 나참, 올리브유는 있는데 담을 캔이 없어서 구해야 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올리브유 팔아서 부자 좀 되려니 가뭄이 닥치고 주문 좀 많아지니 패킹과 운송이 삐그덕 거리더니 그걸 해결하니 아저씨 번아웃에 이번엔 캔이 없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환장의 향연이로구나!

여기가 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칼춤을 출 자리로구나!!


그런데 빌런들 어쩌나~?

난 진화에 돌입했는걸.

나는 기다릴 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할 줄도 알지.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알아볼 줄도 안단다.


가장 큰 진화는

도와달라고 말할 줄도 안다는 거지.


마! 다 드루와!

다 막아주겠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잠이든 민주는 새벽에 깨어 한국에서 도착한 문자를 읽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벽에 도착한 한국 통관 파트너의 문자

올리브 유 캔 라벨에 ‘올리브 과육의 관능미가 강함’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 말로 ‘Fruttato intenso’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그걸 한국 식약청에 번역기로 돌린 것이다. 그리고 번역기는 ‘강렬한 과일향’이라고 번역했고 식약청은 ‘과일향 다량함유’라고 해석했다. 올리브 100% 엑스트라 버진에 왜 과일향이 다량함유가 되었느냐? 이것이 올리브 100% 임을 증명할 성분표를 이탈리아 제조사를 통해 발급하여 영문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말은 되는데 납득이 안되고

한국은 납득은 안 되는데 말이 되도록 만들라네?


네…네…그렇다고 합니다…


민주는 한기 가득한 거실로 나가 노트북을 열었다.

창밖은 아직 어둠으로 가득하고 타닥타닥 민주의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잔잔하게 흘렀다.


긴급!!! 오늘 중으로 한국 식약청에서 요청한 서류를 보내주세… 제발…


동이 트기 시작하고 민주는 여느 아침과 같이 두 아이를 깨우고 등교를 위한 준비를 했다. 지금 당장은 태풍 속에 있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끝이 있고, 지난 뒤엔 이 모든 것을 가슴 시릴 만큼 그리워할 것을 안다.


그래서 이렇게 늦어지는 올리브유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감사하고, 나만큼 애써주는 한국 파트너가 고맙고 긴박한 요청에 곧장 서류를 마련해 주는 코라도가 고마워 종일 눈시울이 붉어졌다.


민주의 등 뒤에서 묵묵히 걷던 이안이 조용히 묻는다.


엄마, 무슨 생각해?


그냥, 다 감사하다는 생각.



*주의 : 이 글에 등장하는 민주네 가족의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들이지만 가명입니다. 내용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기억에 의해 과장되거나 조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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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유튜브]

https://youtu.be/MZi1CGExoA0?si=E3ZpSCMsRktXS8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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