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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식

그런 걸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니?

by 로마 김작가


_이안, 들어봐 봐. cpu가 뭐냐면.. 직렬로 말이야..... gpu는 뭐냐면.... 병렬로 이렇게 응? 그런데 양자 컴퓨터는 이러저러한데... 이게 엄청난 게....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까 네 생각은 어때? 그러니까 우리가 뭘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


엄마,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
엄마는 뭘 바꾸고 있었어?
코로나가 오기 전에
엄마는 뭘 준비하고 있었어?


+


_너 숙제 안 해? 숙제 없어? 아니 다른 학교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공부도 어렵고 숙제도 많아서 밤늦게까지 한다는데 넌 왜 공부도 안 하고, 숙제도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엄마, 그건 그 학교 이야기고.
걔가 숙제도 공부도 늦게 하나 보네.
난 숙제를 하는데 빨리 끝내는 거고,
그리고 내가 공부를 안 했는데
시험을 어떻게 쳤겠어?


+


_엄마 두 가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떤 소식부터 듣고 싶어?


_나쁜 소식.


_ 좋은 소식부터 들려줄게. 좋은 소식은 나 이탈리아어 시험 반에서 1등 했어. 9.5점은 나 혼자야. 나쁜 소식은 미술 시험은 6점이야.


_6점이 뭐니? 엄마가 7점 밑으로는 안된다고 했지?


엄마, 왜 잘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만 이야기해?
잘 한 건,
'어 잘했다....'
못 한 건,
'왜! 그런 점수를 받은 거야!!'
이렇게 크게 반응하냐고,
잘한 거에 더 크게 반응해야 하는 것 아니야?


+


_엄마! 저번에 내가 만들어 왔던 스톤핸지 어디 갔어?


_그거? 엄마가 버렸는데...


_그걸 왜 버려!!! 숙제라고 했잖아! 내일 가져가서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왜! 왜 버리냐고!!!


_대체!! 뭐라는 거야!! 네가 그거 만들어와서 식탁에 올려둔 게 3주 전이야!! 일주일은 넘게 식탁 위에 있었다고!! 네 숙제고 점수를 받아야 하면 네가 챙겨야지!! 그걸 그렇게 두고 나보고 챙기라니 말이 되는 거야? 그리고 그거 버린 지가 10일이 넘었어!! 이제 와서 엄마한테 왜 소릴 지르면서 화를 내는 건대!!


_아니이!!! 그걸....왜 버리냐고!!! 내일 가져가야 하는데...


_어쩌라고! 없어! 버렸어! 없는 걸 어쩌라고! 그리고 내일 가져갸야하는 걸 지금 밤 9시에 찾는 건 뭐야!


_.....


_어떻게든 가져가야 하면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라도 비슷하게 만들어 가던가..


_점토로 만들어야 하는데 밀가루로 만들면 점수를 더 안 주지 않을까....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기회를 한 번 더 얻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_뭐라고 말하게?


_엄마가 버렸다고.... 그래서 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시면 다시 만들어 오겠다고....


_네가 식탁에 그냥 올려두고 몇 주를 그냥 둬서 그렇게 된 거라고 이야기도 해야지.


_아니... 그냥 엄마가 버렸다고 하는 것이 다시 기회를 얻기엔 더 좋을 것 같아.


_이안아.. 그런 걸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니?


_뭐라고 하는데?


불효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