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Jun 18. 2020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시간-『꾸뻬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였던 책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흥미가 생기지 않는 책이었다. 세상이 모두 '행복'병에 걸린 것처럼,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는 것이 괜히 달갑지 않았다. 행복이라는 것만큼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 없는데, 책에서 어떤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 뻔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말은 쉽지' 싶은 이야기들로 나열된 책이 많은 세상에 살다 보니, 제목만으로 괜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굳이 찾아서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결국 읽게 된 꾸뻬 씨의 행복여행, 예상대로 뻔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뻔함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새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 행복은 이런 거지.' 싶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읽는 내내, '배움'이라는 것으로 정리되는 한 줄짜리 행복에 대한 정의들을 보면서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에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답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게 행복한 삶이냐는 질문에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가족들이 건강한 것, 하는 일이 잘 되는 것, 꿈을 찾고 또 그 꿈을 이루며 사는 것, 근심 걱정이 없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쉬운 질문에 쉬운 답 같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여유를 즐길 만한 돈과 시간이 있으면서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려운가. 아니다. 누구나, 충분히, 언제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꾸베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돗자리 하나 펴 놓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자들이나 최고급 와인을 마시면서도 불행을 이야기하는 뱅쌍,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족들의 삶을 걱정하는 자밀라의 마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위험한 나라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하는 장 미셸까지, 그들은 저마다 행복할 수 없는 또는 행복할 만한 조건들을 갖추었음에도 행복했고, 또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내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에 달려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함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풍요로운 환경에서도 불행함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굳이 책 속의 인물들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런 예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결국 행복이란, 개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언제나 곁에 있을 수도, 영영 갖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이, 삶에서는 목표는 많은 일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행복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일 당신이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당신은 그것을 놓칠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지는 겁니다. 더구나 당신이 행복에 도달할지 못할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190쪽)


내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로 결정하면, 즉 행복을 선택하면 내 삶은 어느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노승의 가르침이 인상 깊었다.  내가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니! 매일의 일상 속에 '행복'이라는 선택지가 있고, 언제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이 정말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싶었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누구나 지친 일상의 순간에서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택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오늘부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복을 선택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 마음속에는 행복의 씨앗과 불행의 씨앗이 고루 뿌려져 있다. 어느 씨앗에 더 마음을 쏟고 물을 줄지는 내 몫이다.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오늘 나는 내 마음속 행복의 씨앗에 물을 듬뿍 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