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기적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엄마라는 기적


두 아이 손을 잡고
과일 가게 앞을 지난다
한여름의 수박들이
7월의 햇살을 받아
둥글둥글
초록빛 보름달로 빛나고 있다
"엄마 수박 사주세요"
"그래, 저기요. 이거 하나 주세요"
노오란 노끈 옷 입힌 수박 하나
번쩍, 들어 올리려는데
꿈쩍도 안 한다
"아이코 안 되겠다, 아빠 퇴근길에 받아오시라고 하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배롱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진분홍 햇살은

해질녘이 무색하게 여전히 따갑다
작은아이가 주저앉아 두 팔을 내민다
"엄마, 엄마. 안아, 안아"
왼팔을 내어 번쩍 안는다
큰아이도 질세라 두 팔을 내민다
"엄마, 엄마. 나도 안아줘."
오른팔을 마저 내어 번쩍 안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아쉬워
수박보다 더 실한 열매 둘을 안고 간다
채 여물지 않은 두 열매,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조심히 걷는다
막 꽃을 틔운 여름 나무 곁을 지나
쏟아지는 햇살의 그림자를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뚜벅뚜벅 걸어간다


기적이다
실로 대단한 기적이다




집 근처 과일 가게를 지나다 탐스러운 수박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가려고 들어 보았더니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몇 킬로짜린지 물어봤던 12킬로쯤 될 거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덥고 다리가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했다. 작은아이 10킬로, 큰아이 14킬로, 합이 24킬로인데 둘을 양쪽 팔에 번쩍 안았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왔다.


수박 한 통은 도무지 들 수가 없었는데 두 아이는 어떻게 그렇게 번쩍 들어 올렸던 건지.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설명할 길은,
엄마라서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이라는 것뿐이다.
사랑의 힘이 일으킨,
마법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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