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은 곧 시가 된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아기 거북의 고백


오물오물 밥을 먹던 아이의 작은 입에서
맥락 없이 툭 튀어나온 말
"엄마 사랑해요"
아이는 제 말에 괜히 머쓱해
거북이마냥 티셔츠 속으로 쏙 얼굴을 숨긴다



"엄마가 좋아요"
스르륵 티셔츠를 내려

또 한 번 가슴 뛰는 고백을 툭,

내뱉고는 다시 쏘옥 얼굴을 숨긴다



다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아이,
"왜 엄마가 좋은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토요일도 일요일도 계속 예뻐요."
아무 치장도 하지 않은 날 것의 내 모습에

가슴 벅찬 고백을 하는 아이



토요일과 일요일은

어린이집도 문을 닫고 선생님과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예외의 날
토요일도 일요일도 계속 예쁘다는 말은

예외 없이 엄마가 예쁘다는 말,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



벅찬 고백에 답할 말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사이
아기 거북이 한 마리는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계속해서 같은 고백을 한다



늦은 밤,
잠든 아이의 작은 등 위로 손을 얹어
살포시 내 몸을 포개어 본다.
언제까지고 너의 든든하고 포근한 등껍질이 되어주마 다짐하는 찰나,
아이는 거북이 등껍질 속으로 제 얼굴을 밀어 넣듯

내 품 안으로 제 몸을 밀어 넣으며 살그머니 안겨온다.



아이와 나는 어느새

한 마리의 거북이 되어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기분 좋은 꿈을 꾼다.




아이의 말이 곧 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작은 입에서 어떻게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말이 솔솔 흘러나오는지, 한마디의 말도 놓치기가 아까워 그대로 시로 옮겨 보았다.


저녁 식사 시간, 함께 밥을 먹고 있던 도중에 뜬금없이 아이가 사랑 고백을 해왔다. 그러면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남편도 잘해주지 않는 말을 다 해주었다. 그 말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웃는데 갑자기 “토요일도 예쁘고, 일요일도 예뻐요”라는 것이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아이는 계속 “엄마, 엄마는 토요일도 예쁘고 일요일도 예뻐요”라며 재잘거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언제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이에게 예외의 날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어린이집도 안 가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못 만나고, 대신 집 앞 아울렛에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엄마 아빠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 그런 날이 바로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다.


‘아, 토요일도 일요일도 엄마가 예쁘다는 말은, 제 눈에 엄마가 예외 없이 항상 예쁘다는 말이구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이의 말이 얼마나 시적이게 느껴지던지! 오늘도 아주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준 아이에게 고맙다.



네가 있어서 오늘은 식사 시간마저도 ‘시적(詩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