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남의 편처럼 느껴질 때
시로 쓰는 육아일기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아이들이 잘 먹고
아이들이 잘 자고
아이들이 잘 놀고
그렇게 아이들이 행복하면
모두 괜찮다 여겼다
엄마는 좀 덜 먹어도
엄마는 좀 덜 자도
엄마는 좀 덜 놀아도
그렇게 엄마가 가끔 행복하지 못해도
모두 괜찮다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아이들은 내 맘 같지 않았던 날
그럼에도 내 맘 같으리라 기대했던
세상 유일한 내 편마저
내 마음과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던 그날
문득
불현듯
별안간
그 모든 것이 어쩌면
괜찮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볕 드는 집안에서
꼭 내가 앉은자리에만 그늘이 지던 그날
이건 괜찮지 않은 거란 걸
깨달았다
꼭 내 머리 위로만 그늘을 드리운 먹구름은
감당할 수 없는 빗줄기를 퍼부었다
온몸으로 그 빗줄기를 두드려 맞으며
정말 지금 나는 괜찮지 않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오로지 내게로만
쏟아지는 장대비를
젖은 몸으로 받아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이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된 후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법을 배웠다. 조금 덜 먹고, 덜 자고, 덜 놀고, 사는 법. 그래도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너무도 크니 다 괜찮다 생각하며 살았다. 대체로는 정말로 그랬다. 아이들 입에 내가 한 밥이 들어가는 모습, 아이들이 새근새근 곤히 잠든 모습,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 소리, 그런 것들이 나의 행복을 보장했다. 아이들이 행복하니 내가 조금 포기하는 건 괜찮다고, 충분히 위안이 된다고 여겼다.
그랬다. 아이들로 인해 나를 적당히 포기하는 것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함께 걸어갈 남편이 정말로 남의 편처럼 느껴지던 어떤 날에 불현듯, 모든 것이 괜찮지 않게 느껴졌다. 그동안 잘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확실한 내 편이 있다는 자신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좌절되는 순간,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와르르 쏟아지는 걸 느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괜찮지 않은 내 마음. 이렇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