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놀이터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해질녁의 놀이터


팔월 중순

한낮의 맹렬했던 태양은

멀리 둘러진 산줄기 따라

붉은 기운만 남긴 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종일,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낸 놀이터는

해질녘이 무색하게 여전히 이글거린다

어스름이 몰고 온 저녁 무렵의 바람은

햇살이 남겨놓은 잔열을 식히느라

제법 종종걸음을 친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낮도 밤도 아닌,

그 언저리의 시간

놀이터에 전에 없던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뜨겁던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아이들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 시간

놀이터는 붉은 노을과 더운 여름 바람의 차지가 된다

두 녀석은 소리도 없이

미끄럼을 타고 시소를 오르내린다


고요한 소란 속에

놀이터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한여름에도, 심지어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는 이 극한의 더위에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고 구르며 논다. 태양의 열기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놀이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하나의 별과 같은 느낌이 든다.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놀이터를 보았는데, 너무도 고요해서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순간 머리카락을 날리는 여름 저녁의 더운 바람과 저 너머에 지고 있는 노을이 보였다.


이 시간만큼은 놀이터도 고요히 쉬어가는 시간인가 보다.
저녁 산책 중, 바람과 노을 차지가 된 놀이터에 슬쩍 들어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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