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름, 그러나 곧 가을
시로 쓰는 육아일기
아직은 여름, 그러나 곧 가을
해질녘의 산책길
“엄마, 오늘 바람이 조금 시원한 것 같아요.”
“그렇네. 정말”
어제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바람의 온도를
아이가 먼저 느낀다
7월과 가깝던 8월이
9월에 더 가까워진 오늘,
머리 꼭대기에 해 걸린 한낮에는
여전히 체온을 넘나드는 온도에
폭염주의보 쏟아지지만
산 너머 뉘엿뉘엿 해 넘어간 어스름에는
태양열도 한풀 꺾여
어느새 시원함마저 감도는 바람이 분다
기분 좋은 산책길 이어 걷던 중
“엄마! 이건 매미 소리 아닌데요?”
아이의 달뜬 목소리 울린다
가만히 귀 기울여본다
“어? 진짜네. 이거 귀뚜라미 소리인데?”
성질 급한 귀뚜라미 두어 마리 풀숲에 숨어
귀뚤귀뚤
저도 여기 있다고 소리 내고 있다
유난히도 우렁찬 매미 소리에 가려져
어쩌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작은 소리
“사랑아, 가을이 오나 봐!”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을 먹으며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노을이에요!"
아이의 말에
산등성이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넋 놓고 바라본 기억이 났다
태양빛이 어둠에게
제 자리 내어주는 시간을
아주 조금씩 앞당기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가을이 온다기엔
쏟아져 내리는 땀방울 설명할 길 없지만
어제와는 분명하게 달라진 것들을 느낀다
바람
공기
소리
향기
풍경
온몸의 감각을 깨워 가만히 느껴본다
곧
귀뚜라미에게
소리의 자리를 내어 줄 매미가
오늘따라 더욱 맹렬히 운다
매미와 귀뚜라미의 이중창이
묘하게 기분 좋은
아직은
여름
그러나 곧
가을
이번 여름, 긴 장마에 늦더위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느라 참 힘들었다. 해가 지고 나서 산책을 나가보니 조금씩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너무나 미세한 차이들이었지만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오늘이었다.
여름은 가고 있고, 가을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