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불고 간 자리, 가을이 오다
시로 쓰는 일상
가을이 왔다
종일 비바람이 불었다
바람의 방향에 제 몸을 맡긴
가느다란 빗방울이
꼭
진눈깨비처럼 흩날렸다
우산을 써본들
사방으로 흩어지는
비의 파편을 막을 길은 없었다
형체도 보이지 않는
비의 조각조각들이
우산 아래
한껏 웅크린 몸들을 적셨다
비에 젖은 사람들은
바람에 젖은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쳤다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듯 걸었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그림자,
그 뒤를 쫓아 달리는
가을이 바빴다
비바람에 제 몸 숨긴 채
먼 곳에서 이미 온 가을
뒤 잇는 기척에
가던 길 멈춰 서 돌아보았다
눈길 머문 자리에는
여름 내 부지런히 꽃 피우던 나무 한 그루
꽃 진 자리마다 분주하게
열매 맺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내가 머문 도시에는 하루쯤 비바람 내리 치는 것으로 태풍이 지나갔다. 비바람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왔다.
이제 바람이 제법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