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를 되찾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감탄사를 되찾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내게도 있었을지 몰라, 각만 했다

크게 감동할 일도

크게 경탄할 일도

별 없던

평범한 어른의 삶은

어쩌면 내 안에 살아 있었을지 모를

감탄사의 조각마저

내 안의 깊숙한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감탄사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내게로 되돌아왔다

아이의 몸뚱이가

몸안에 난 길을 따라

세상의 빛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

사지가 뒤틀리고

겨우 몰아쉬던 숨마저 더는 못 쉬겠다 싶던 그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좁지 않은 분만실의 공기를 가득 채운 순간

잊어버린 줄 알았던

내 안의 감탄사가

파닥파닥 새 생명 얻어

소리 없는 흐느낌으로

아니 소리치는 울음으로

툭, 튀어나왔다


아이는 자라나는 순간마다

잊고 살던 감탄사를 되돌려주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던 아이는

내리쏟는 햇살의 틈바구니를 내달리기까지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내 안의 감탄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란 아이는

이제 제 작은 입으로 세상을 향해

감탄사를 내뱉는 아이가 되었다

“우와”, “우와”

장난감 자동차의 움직임에도

식탁 위에 오른 처음 보는 반찬에도

거리를 내달리는 자전거의 바퀴 짓에도

가을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 소리에도

바닥을 나뒹구는 꺾인 나뭇가지에도

“우와”, “우와”, “우와”

제 감탄사를 아끼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나의 감탄사를 찾아준 아이는 이제

엄마의 감탄사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세상의 작은 조각에도

더없이 크게 감탄하는

아름다운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저녁 식사를 차리는데, 밥상 앞에 미리 와 앉은 봄이가 내 행동 하나하나에 "우와", "우와" 감탄사를 외쳤다. 곁에서 듣고 있던 사랑이까지 질세라 "우와", "우와"를 외쳐댔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내 손에는 너무나 익숙한 일들이 두 살배기 아이의 눈에는 그저 감탄스러운 일들인지 아이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에게 어떤 것도 놀랍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꽤 오랫동안 감탄할 일이 없이 살던 내게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수시로 감탄할 일들이 생겼다. 새로울 것 없던 어른의 삶에서 매 순간이 새로운 엄마의 삶으로 방향을 틀면서 잊고 있던, 잃고 있던, 감탄사를 되찾았다.


고마운 날들이다.



사진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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