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메리로버트슨모지스)
어찌 됐든 이게 바로 나의 감자 칩 사업이었어요.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지요. 가만히 앉아 토마스가 주는 돈을 타 쓴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지붕을 타고 올라가던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나는 가만히 앉아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진 않았습니다. (165~166쪽)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간단한 아침 식사처럼 말이에요.(272쪽)
내 나이 열둘에 밥벌이를 하려고, 소위 식모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나에겐 요리와 살림, 예의범절, 세상을 배울 좋은 기회였지요. 토마스 화이트 사이드 부부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는데, 나이 지긋한 좋은 분들이었어요. (68쪽)
예배를 마치고 애벗 씨가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줄 때 그해 들어 처음으로 썰매를 탔습니다. 참 근사했어요. 썰매를 타고 종소리를 들으며 신나게 달렸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불을 지펴두어서 따듯하고 포근했어요. 그러니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겠지요.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74쪽)
하루에 세 차례 우유를 휘젓기가 너무 힘들어서 버터 제조용 들통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들통으로 버터를 만드는 건 힘이 많이 들긴 해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일을 하면서 멀리 골짜기를 내려다볼 수도 있었고 기차가 지나갈 때면 블루리지 산맥을 배경으로 증기가 뭉게뭉게 퍼져나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도 있었지요. 그때 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흰색과 회색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13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달랐어요.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로 행복하고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략)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 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