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Nov 05. 2020

트렌드, 알고 있다면 변화에 덜 당황할 수 있으니까.

스물여덟 번째 시간-『트렌드 코리아 2021』(김난도 외)

올해 7월이었던가, 친한 동생이 한 번 해보라며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링크를 열자 “2020 트능(트렌드 능력고사)”라는 제목의 테스트가 등장했다. 16개의 문항이었는데, 재미로 해보려다 ‘내가 이토록 트렌드에 둔감한 사람이었던가’ 싶은 생각에 충격만 받은 채 끝이 났다. 정말 제대로 알고 답한 문항은 다섯 개쯤 되었을까, 나머지는 그냥 찍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이다. ‘진짜 이런 게 트렌드라고?’ 반문에 반문을 거듭하며 테스트를 겨우 마무리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학교에 근무할 때만 하더라도,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학생들과 매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트렌드에 대해서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로 육아휴직 4년 차, 두 아이를 낳고 오로지 아이를 키우는 일에만 몰두하는 사이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알 리가  없었다.


트렌드라는 단어와 다시 마주한 것은 이번 달 독서모임의 지정도서가 『트렌드 코리아 2021』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7월에 받은 충격이 떠오르기도 했고, 평소에 읽던 분야의 책도 아니라서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독서모임이 임박해서야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시대의 모습을 반영하여 미래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덕분에 제법 분량이 있는 책이었는데 단숨에 읽어냈다.



 

올해와 내년까지, 세계를 지배할 트렌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코로나 19의 백신은 언제 개발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우리 모두는 2019년까지 살아오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재설계해야 했고, 내년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잔잔하게 유행하던 것들이 올해 들어 선명하게 두드러졌다고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편리미엄’, ‘소확행’, ‘뉴트로’ 등 이미 예측했던 트렌드들의 유행이 더 가속화되었을 뿐인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바뀌는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책은 총 2부로 이루어지며, 1부에서는 이미 작년에 예측했던 2020년 트렌드에 대한 회고가 2부에서는 2021년 트렌드가 될 것에 대한 예측이 제시되었다.      


2020년 트렌드로 예측된 것은 "멀티 페르소나, 라스트핏 이코노미, 페어 플레이어, 스트리밍 라이프, 초개인화 기술, 팬슈머, 특화생존, 오팔세대, 편리미엄, 업글인간"이었다. 작년에 이 책이 출간될 시기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때였다. 그럼에도 책에서 예측한 트렌드들은 대부분 올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세부 양상은 조금 달랐을지 몰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진 않았다. 그저 변화의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졌을 뿐이다.

     


책에서 2021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다음과 같다.      


브이노믹스 :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 상황 변화의 총칭

레이어드 홈 : 과거와 달리 집의 기능이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이 나타남

자본주의 키즈 :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의 등장으로 시장경제의 모습이 달라짐

거침없이 피보팅 : 피보팅은 사업의 전환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거침없이 사업 전반을 신속하게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됨

롤코라이프 :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자신의 삶을 즐기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세대)가 출현하여 문화와 소비 전반을 바꾸어놓음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 운동의 일상화가 일어남

N차 신상 : 중고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함

CX유니버스 : 고객의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나아감

레이블링 게임 : 자기 정체성에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를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하거나 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이 나타남

휴먼터치: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인간적 접촉(휴먼 터치)을 보완해주는 역할이 부각되는 현상이 나타남          



10개의 예측 트렌드 중에 아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여러 가지 현상들에 지금까지는 없던 이름을 붙인 것일 뿐, 나부터도 이미 그 트렌드의 물결에 몸을 실을 채 살고 있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물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고, 중고시장 거래로 아이들의 물건을 거래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밈현상으로 유행했던 비의 '깡'뮤비와 그 댓글을 웃으며 보았고, 고객의 경험을 중시하는 마케팅으로 대표적인 기업인 스타벅스를 자주 찾고 있었다.


트렌드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 이미 세상과 시대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트렌드의 흐름을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전혀 모른 채 바라보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느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흐름의 방향과 속도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다면, 오히려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