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시간-『나를 망치는 나쁜 성실함』(전민재)
자신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의 기대와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하겠지만,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넓은 영역으로 퍼진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욕구와 바람이 원래 자신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타인의 것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순간이 온다.(139쪽)
타인의 기대를 반드시 채워줘야 할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없다. 기대는 상대방의 몫이다. 설사 그것을 채워주지 못해 상대방의 애정과 인정을 얻지 못하게 될지라도 그 또한 괜찮다. 그렇게 되면 서로가 어떤 부분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바로 그 지점에서 진정한 관계가 시작된다.(82쪽)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 그것은 타인의 과제라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할 일만 하면 된다(『미움받을 용기』,172쪽)
그렇다. 문제는 남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느냐다. 자기 스스로를 충분히 신뢰하고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타인의 비판적인 평가나 무시하는 말들이 상처가 되고 비수가 되는 기저에는 스스로를 그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상처를 덧나게 하는 자신이 자리하고 있다.(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