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아이와의 대화 3
함께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던 사랑이가 뜬금없이 수납상자를 열더니 크레파스를 발견하고는 그걸 갖고 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자동차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스케치북을 꺼내 주었더니 크레파스들을 종류별로 꺼내 막 칠했다. 내 눈엔 낙서지만 제 딴에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우와, 사랑이 여러 가지 색깔로 색칠하고 있네."
"이거 꽃이야."
"아, 그거 꽃이야?"
"응. 이거 엄마 선물이야."
"우와! 엄마 선물이야? 엄마한테 갑자기 왜 꽃을 선물해주는 거야?"
"엄마가 좋아할까 봐 선물해주는 거야."
"와! 엄마 꽃 정말 좋아하는데, 고마워. 사랑아!"
"여기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꽃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니?
"뭐라고?"
"여기는 달님이 왔을 때도 별님이 왔을 때도 올 수 있습니다."
'아, 여기는 꽃을 파는 가게고 언제나 올 수 있다는 말이구나.'
해가 지고 나서 밤이 되어도 더 놀고 싶어 하는 사랑이에게 이제 달님 별님이 오는 시간이라서 가게들도 다 문을 닫는다고, 그래서 우리도 코 자야 한다고 종종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아마 사랑이는 달님 별님이 와도 문을 여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했나 보다 싶었다.
"아, 여기는 언제나 올 수 있는 곳이군요."
"네,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응? 뭐라고? 다시 한번만 말해줄래?"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아,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군요."
그 말이 그냥 너무 예뻐서, 사랑이를 꽉 안아주었다. 사랑이는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씩 웃고는 그림 그리기를 계속했다.
사랑이가 어떤 마음에,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아무런 맥락 없이 툭하고 던진 말이었기 때문에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게 왜 사랑한다는 말인지 물어봤지만 그 말만 반복할 뿐 답해주지 않았다. 아직까지 자신의 표현력으로는 그 마음을 설명할 말을 찾을 수 없었나 보다.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
생각해보면 그렇다.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은 필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일 것이다. 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찾아가 내 마음 보일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에게 참 많이 배운다. 세상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에게 자주 감동한다.
나를 설레게 하고, 행복하게 한 아이의 한 마디,
언제나 올 수 있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