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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Nov 30. 2020

육아 그리고 교육, 모든 문제의 답은 결국 ‘사랑’

『부모 인문학 수업』(김종원)

《부모 인문학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지식을 익혀 지혜로운 인격체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질문이 바뀌고, 수준 높은 질문은 수준 높은 현실이라는 답을 낼 수 있다.’

우리는 아이를 기르며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 진실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대하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13쪽, 프롤로그 中)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에서 우리 두 사람을 반씩 공유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자,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내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나와 수도 없이 마주쳐야 했다. 단순히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내 시간이나, 잘 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하는 육체적 고단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도리어 나를 자주 흔들리게 했다.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정의 내리지 못한 채, 그저 ‘잘’ 키우겠다는 생각은 때때로 나 자신을 옭아매곤 했다. 잘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성이 바른 아이,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공감능력과 사회성이 좋은 아이, 판단력이 분명하고 중심이 바로 선 아이,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 그런 아이로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을 때마다 아이를 대하는 내 마음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때론 나 스스로의 행동을 검열하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한 말이나 행동들을 곱씹으며 다르게 말할 수는 없었을까, 그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자책하는 밤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답을 찾을 수 없어 많은 육아서들을 찾아 읽었고, 육아 관련 프로그램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엄마로서의 삶이 더 버겁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한동안 육아서를 읽지 않았다.


그런 내게 『부모 인문학 수업』은 특별한 책이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한 사람’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그 위대한 일을 해내고도 우리 스스로는 그게 얼마다 대단한 일인지 잘 알지 못한다.      


‘집에서 애나 봐라’라는 말이 있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도 여자가 무언가를 잘못하거나 흠 잡힐 일을 저지르면 어김없이 분노하며 “애나 보고 있지 뭐하러 나왔어!”라고 외친다. 그들 자신도 누군가의 부모이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일을 사소하게 생각한다. ‘애나’라는 말을 조심하라.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귀함의 무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며 매력적인 일이고, 웬만한 기업을 이끄는 것보다 귀하며 생산적이다. (94쪽)     



한때 나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육아를 그렇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버거웠기에 나는 지금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일을 ‘가장 창의적이며 매력적인 일이며 귀하고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도 ‘애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니.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 자체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일깨워주는 것.      


수많은 육아서에서 아이를 겪으며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긴 지만, 이 책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 자체의 의미를 짚어주는 책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감사했다.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이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았다.     

    


 

이 책에도 여타의 육아서 또는 자녀 교육서에서와 같이, 실제로 적용해볼 만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상세히 제시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이미 위인의 자리에 오른 여러 인물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면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척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받은 교육법, 톨스토이의 부모님이 톨스토이의 창의적인 생각에 가치를 부여해준 점, 다산 정약용과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 소크라테스의 질문법, 비트겐슈타인의 사고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인물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이 시대의 자녀교육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방법들 중에 현실에 적용할 만한 것들도 많았다.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주기 위해 어떤 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사색이나 관찰을 위해 규칙적인 산책이 얼마나 좋은 방법이 되는지, 진정한 독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 아이를 키우며 적용해볼 만한 방법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내 마음에 남은 단어는 딱 하나였다. 바로 ‘사랑’이었다. 어떤 구체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의 기저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었다. 교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내 아이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뜨겁게 사랑하라.(31쪽)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사람에게 교육받기를 원한다.”
아이를 사랑하는가? 누구보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이 나서라.(99쪽)

중요한 건 일관성보다 사랑이다.
‘분노가 나를 공격해도 사랑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105쪽)

자식이 그 사랑을 알 때까지 사랑을 전해야 한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했다고 말해도 그 사랑을 자식이 모른다면, 부모의 사랑이 부족한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반복하면 조금씩 수월해지고 사랑하면 완벽해진다.(143쪽)

‘사랑하는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151쪽)

부모는 사랑의 언어로 아이 마음에 다가서야 한다. 오직 그 방법만이 아이를 움직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2쪽)

‘사랑하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308쪽)

그들의 모든 것을 우리가 배울 필요는 없다. 상황도 다르고 실패한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 자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언제나 시작은 사랑이다.(360쪽)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이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 사랑이 너무나 당연해서 뜨겁게 안아주고 뜨겁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을 오히려 어색해하기도 한다. 그건 아이가 자랄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마음으로, 눈빛으로, 목소리로, 피부로 그렇게 온몸으로 느끼며 자랄 텐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엄마도 그렇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항상 늦은 시간까지 직장생활을 하셨기에 특별한 질문법이나 교육방식을 내게 적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알았다. 엄마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지금 내가 여기, 이 자리에서 단단한 뿌리를 지닌 한 개인으로 자라나는 데 가장 큰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은 ‘사랑’이다. 매일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려 애쓰고,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 ‘너는 소중한 존재다’ 말해주려 애쓰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 될 것이다. 더불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존재인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가능성이 창의성으로 인성으로 지성으로 드러나도록 지지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 좋은 사람으로 기르는 일은 결국은 ‘사랑’에서 출발해서 ‘사랑’에서 끝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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