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온난화에 냉담했던 원인을 에너지 자원 문제에 한정 지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나중으로 연기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우리는 임박한 싸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 미래의 도전에 대해서는 잘 대처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온난화에 대해 개인과 사회가 취해온 반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부인(denial)’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흡연자가 자기는 일찍 죽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려 하거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들이 산에서 얼어붙은 시신을 지나가면서도 자기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와도 같다. (중략)
이 연구에서는 부인을 하는 다른 방식들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유형별로 보면 책임 전가를 위한 자기 암시(나는 재활용 같은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보호하지), 책임의 부인(나는 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야), 비난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댁에게는 나에게 뭐라 할 자격이 없어), 비난의 거부(난 잘못이 없는데), 무지(내 행동의 결과가 뭔지 난 몰라), 무기력함(내가 뭘 해도 달라질 게 있나), 위안(내 행동을 바꾸기는 너무 어려워), 날조된 제약(장애물이 너무 많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유형들은 다른 사람들과 기후변화에 대해 의논해본 사람에게는 꽤 친숙할 것이다. 나는 이런 식의 반대 의견을 수백 번은 들어본 것 같다.(310쪽~313쪽, 우리가 선택할 미래)
각자가 지구온난화라는 게임의 졸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무력하지는 않다. 완전히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졸들을 움직이는 집단적인 손은 바로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