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들은 만큼 글로 쓴 것들도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능력 바깥의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묻고 싶었다. 그때 당신이 좋아하던 노래를. 지금까지 좋아하는 노래를. 어제오늘 새롭게 알게 된 노래를. 노래 이야기를 하면 시커먼 밤도 새하얗게 샐 수 있다. 당신과 하루 정도는 그랬으면 좋겠다.(에필로그)
그날도 나는 듣고 있으려고 한다. 그게 무엇이든, 무엇으로 틀든, 누가 인기고 어떤 게 유행이든 상관없이 계속 듣고 있을 것이다. 노래는 이렇게 계속해서 변하는데, 변함없이 그대로다. 3분의 세계가 시작하는 순간은 늘 처음인 것도 같다. 반복되는 처음이라니, 이거 꽤 근사하잖아? 이런 근사함의 세계는 그저 즐기면 그만인 것을, 감히 즐기다 못해 글을 쓴다.(프롤로그)
호르몬의 문제일까. 종종 뜬금없이 운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미니 앨범 《Love Poem》의 리스트는 복되고 영롱했다. 특히 <시간의 바깥>은 눈물이 나도록 좋았다. 이런 문장은 보통 은유법이거나 과장에 불과해야 맞을 텐데, 운전대를 잡은 채로 충혈되는 눈을 내버려 둔 것이다. 이유 없이 울고 싶은 날도 있지. 그날이 오늘이라고 이상할 일은 아니겠지. 오늘 같은 날이 매일이라 해도 삶은 어색할 일 없다. 사는 일은 우는 일에 가깝다. 달라질 건 없다. 슬픔은 다시 차오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울지 않는다면, 오늘과 다를 것 없을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울지 않는다면, 차오르는 슬픔을 덜어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울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무도 울지 않는다면.(시간의 바깥에서 만나)
노래가 없으면 그날도 없었다. 노래는 노래지만, 이렇게 노래는 지난 삶 그 자체가 되어 실존한다. 그리고 여름이면 어김없이 떠올라 괴이한 주술을 부린다. 어쩔 수 없게 홀린 듯 그 주문에 따라, 여름 며칠 견뎌보는 것이다. (여름 노래를 기억하고말고)
가요는 계절감을 포함하여 날씨라고 할 만한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그 계절마다 떠오르는 노래가 있고, 덥거나 춥거나 첫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거나 심지어 쨍하니 맑은 날도 마찬가지다. (중략) 노래는 날씨다. 날씨는 노래가 된다.(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목소리를)
노래를 듣는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에필로그)